다음은 < Hommenouveau > 10월 20일자 기사와 < Zenit > 10월 23일자 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원문보기) (원문보기) - 편집자주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9월 초 새롭게 발표한 자의 교서 <대원칙:Magnum Principium>이 전례 번역과 출판을 라틴어 원본에 대한 직역이 아닌 각국 언어에 더욱 적합하게 번역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는 점에서 경신성사성의 영향력을 줄이고 각국 주교회의의 자율성을 높였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20일, 교황청 경신성사성(Congregatio de Cultu Divino et Disciplina Sacramentorum:경배와 성사를 관장하는 교황청 심의회) 장관 로버트 사라(Robert Sarah) 추기경은 프랑스 가톨릭 격월간지 <롬므 누보-L'homme nouveau>에 해설 형식으로 해당 자의 교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 과정에서 경신성사성이 각국의 전례 번역을 ‘강제’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었다. 그러자 이례적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라 추기경에게 해당 해설을 반박하는 개인 서한을 보내며 이를 사라 추기경이 기고한 언론과 각국 주교회의에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
사라 추기경의 해설은 크게 두 가지 사항을 지적했다. 먼저 해당 자의 교서는 교회법 838조 3항을 전례 번역본이 교황청 경신성사성의 ‘인준’(recognitio)이 아닌 ‘추인’(confirmatio)을 받아야 한다고 수정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사라 추기경은 “두 단어가 완전히 동의어는 아니나, 서로 교체가 가능한 단어”라고 말했다. 사라 추기경은 “이러한 수정이 사도좌의 책무를 전혀 변경하지 않았음을, 즉 전례 번역과 관련된 권한이 변경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두 번째로 “교황청은 각 주교회의의 번역본이 라틴어 원본에 ‘충실’한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각국 언어에서의 적합한 표현 혹은 문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라틴어와 대조했을 때 그 일치율이 높아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서도 사라 추기경은 “(필요한 경우) 교황청은 번역(translation)에 대한 확인의 필요조건으로서 (수정된 번역을) 강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번안(adaptation)과 직역(translation)의 차이를 지적하며 전자는 ‘인준’을 필요로 하고 후자는 ‘추인’이 필요하며 이러한 허가상의 차이는 라틴어 원본과 번역본의 관계의 차이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두 허가 모두 교황청에서 내리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용어 변경이 교황청 입장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인준’과 ‘추인’의 “명백한 차이의 중요성을 강조해야 한다. (···) 이렇게 용어를 변경한 것은 <진정한 전례:Liturgiam Authenticam>에 따른 경신성사성의 관행을 폐지하기 위함이며 이것이 바로 새 자의 교서가 변경하고자 하는 바이다.
교황은 이 같이 말하며 “따라서 두 용어가 동의어라거나, 혹은 사도좌 책무의 관점에서 서로 교체가 가능하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라고 명확히 입장을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인준’과 ‘추인’의 구분은 교황청뿐만 아니라 각국 주교회의가 가지는 서로 다른 권한을 명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사라 추기경이 해설에서 ‘주교회의가 실행하고 인준한 충실한 번역은 <진정한 전례>의 규율 하나하나에 일치해야 한다’고 말했던 것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특히 “새 자의 교서는 과거와 같이 번역본들이 <진정한 전례>의 규율에 모두 일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라틴어 원본에 대한 충실성 판단 및 추후 수정은 경신성사성의 몫이지만 용어의 적합성이나 일관성에 대한 판단은 각국 주교회의 권한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특히 교회법 838조 3항에 등장하는 ‘충실’의 의미는 “라틴어 원본에 대한 충실성, 번역되는 언어에 대한 충실성 그리고 수용자의 가독성에 대한 충실성”이라고 설명했다. 이 중 언어와 가독성에 대한 충실성은 각국 언어와 연관된 것으로, 주교회의 관할로 볼 수 있다.
사라 추기경은 이에 대해서 ‘인준’이나 ‘추인’ 모두 “교황청 측에서 (해당 번역본의) 상세한 확인을 전제하며 ‘충실성’ 기준에 맞지 않는 경우 수정을 요구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결정은 주교회의에 부과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인준’은 교회법 준수에 대한 확인 및 보호를 의미할 뿐이다. (…) ‘추인’은 단어 별로 좀 더 상세한 검토 작업을 포함한다”고 구분하며 “중요한 전례문을 번역하는 과정이 경신성사성이 내려 보내는 번역을 주교회의에 ‘강요’하는 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지난 9월 경신성사성 차관인 아서 로시가 발표한 자의 교서 해설에도 “따라서 사도좌의 ‘추인’은 번역 과정에서 하나의 선택적 개입으로 여겨져서는 안 되며, 오히려 관할 부서가 주교들의 승인을 인허하는 유권 행위다. 이는 번역문의 충실성과 일치성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전제로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설명에 부합하는 해설로 해석된다.
결국 “(교회법에 부합하는지를 따지는) ’인준’의 목적성을 ‘추인’에 부여하는 것은 정확하지 못 한 행위”라고 지적하며 “’추인’은 대화와 숙고의 도움을 받고자 하는 차원에서, 번역본에 대한 주교들의 동의 비준을 위해 번역본을 교황청에 제출한 뒤 주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참고 바로가기
개정된 교회법 838조 2-3항
② 보편 교회의 거룩한 전례를 조정하고 전례서를 출판하며, 법 규범에 따라 주교회의에서 승인한 적응들을 인준하고, 또한 전례의 예규가 어디서나 충실히 준수되도록 감독하는 것은 사도좌의 소임이다.
③ 규정된 범위 안에서 충실하고 적절하게 적용한 전례서의 각국어 번역판들을 준비하고 승인하는 것, 그리고 사도좌의 추인을 받은 후에, 관할 지역을 위하여, 전례서를 발행하는 것은 주교회의에 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