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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별 : ‘개종’ 시키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사로잡아’
  • 지성용
  • 등록 2017-12-26 10:30:43
  • 수정 2018-02-12 11: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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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지성용 신부의 책 『복음의 기쁨, 지금 여기』를 다듬은 글입니다. 독자들과 나누기 위해 저자의 허락을 받고 <가톨릭프레스> 시대의 징표 코너에 매주 화요일 연재 합니다. - 편집자 주



‘한국 천주교회 통계 2013’에 따르면, 대한민국 총인구의 10.4%가 가톨릭 신자다. 그 수는 544만 2,996명으로 전년보다 1.5%(8만 1,627명) 늘어난 것이다. 또, 주교회의 산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서 따르면, 남성과 여성신자의 비율은 41.3%(225만 15명) 대 58.7%(319만 2,981명)다. 그러나 최근 2016년 갤럽조사에 따르면 전체 국민 가운데 천주교 신자는 7.9%로 집계됐다. 


이 같은 신자 수 통계는 과연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본당의 교적 신자들 숫자와 미사에 참여하는 신자들 숫자는 과연 어떠한가? 성사통계를 보면 2013년 세례를 받은 신자는 전년보다 10%(1만 3,246명)가 줄어 11만 8,830명이다. 혼인 건수는 1만 9,424건으로 6.2%(1,288건)가 줄었다. 고해성사(판공성사 포함)를 받은 신자는 4.7% 감소한 466만 5,194명, 주일미사 참여자는 5.1% 감소한 115만 6,591명이다. 실제로 최근 주일미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교적 신자 수의 20% 내외에서 오르락내리락 한다고 한다.



그리스도인들은 어느 누구도 배제하지 않고 복음을 전파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다른 이들에게 새로운 규칙을 강요하는 모습이 아니라, 즐거움을 나누며, 아름다운 지평선을 가리키고 다른 사람들을 맛있는 만찬에 초대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교회는, 사람들을 개종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음”으로써 성장하게 됩니다. (『복음의 기쁨』 14항)



세상의 구원과 복음화의 명제는 교회의 본질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인구주택 총 조사 표본 집계는 한국사회가 본격적인 탈종교사회로 변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조사자 중 반 이상인 56.1%가 ‘종교를 믿지 않는다’ 대답했는데 10년 사이 10% 이상의 종교이탈자가 생겨난 것이다. 그들은 종교에 대한 무관심과 제도 종교에 대한 불신, 정신적·시간적 여유가 없어 신앙생활을 포기하게 됐다고 말하고 있다. 지금은 숫자를 늘리기 위한 선교가 쟁점이 아니라 교회쇄신, 혁신이 쟁점이 되어야 한다.


교회는 자신에 대한 교회 밖의 시선을 냉철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곧 좁은 울타리 속에 갇혀 자기만족적인 영성적, 윤리적 우월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 이성적, 객관적인 시대의 신앙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말과 생각과 행동을 하고 있는지 성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 성당이 많아질수록 사회의 불의와 어둠이 줄어들기는커녕 더욱 많아지고, 교회는 부흥과 건축, 최근에는 축복과 ‘힐링’이라는 단어로 포장된 온갖 종교상품의 상행위가 교회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찍이 함석헌 선생은 그의 저서 『뜻으로 본 한국역사』에서 “인간이 만든 모든 제도, 체제(종교까지도)는 기득권층이 생기고, 그 기득권층은 민중(씨알)의 아픔을 풀어주고 수렴하기 보다는 억압한다. 그 중에서 종교권력이 가장 심하다. 한국 기독교 역사의 격동기에서 긍정적인 일들도 많았지만 종교권력은 정치권력보다 더 오래가고, 한민족의 정서에 밀착하여 우매한 국민을 만들고 민주주의를 외치면서 종교자체는 민주주의를 멀리하고 있다”고 말한다.


교회를 외면하는 이들은 갈수록 늘어나고, 청소년들과 청년들은 종교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어디에든 소속되기를 꺼려하며, 교회의 손짓을 무시하고 달려 나간다. 이것은 교회가 인간현상, 사회현상의 변화에 대응하는 살아있는 복음의 메시지를 제대로 선포하지 못하고, 오히려 교회법과 교의로 통제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학자들은 해석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배출한 라틴 아메리카의 주교들은 “우리가 우리 교회 건물에서 신자들을 조용하게 수동적으로 기다릴 수 없습니다. 우리는 오로지 유지하기만 하는 선교 직무에서 벗어나 분명하게 선교하는 사목 직무로 나아가야 합니다”라고 주장한다. 교회에 있어 이 과업이야말로 항상 무한한 기쁨의 원천이 되어야한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이와 같이 하늘에서는 회개할 필요가 없는 의인 아흔아홉보다 회개하는 죄인 한 사람 때문에 더 기뻐할 것이다.” (루카 15, 7)



[필진정보]
지성용 : 천주교 인천교구 용유성당 주임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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