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 정의·평화·민주 가톨릭행동이 주관하던 ‘세월호 아픔을 나누는 광화문 미사’가 3일을 끝으로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으로 옮겨간다. 프란치스코 회관에서는 한 달에 한 번 매월 넷째 주 수요일에 미사를 봉헌하게 된다.
이 같은 소식에 추운 날씨에도 60여 명의 시민들이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마지막 미사에 함께 했다. 실내 공간이 협소해 일부 시민들은 천막 밖에서 미사에 참례했다.
의정부교구 최인혁 신부는 “세월호 아픔을 함께 하는 미사는 오늘로 마무리 되지만 저희는 계속 함께 하고 언제든 다시 모일 수 있다”며, “(이 미사가) 끝이 아니고 새해가 밝은 것처럼 새롭게 이런 움직임들이 시작되는 것을 기념하고 약속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 함께 한 시민들은 일상 속에서도 세월호의 아픔을 기억하고 공유하겠다는 다짐으로 평화의 인사를 나누며 서로를 따뜻하게 안아주기도 했다.
“여러분을 통해 살아계신 하느님 느꼈다”
이날 미사에는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도 함께 했다. 가족들은 먼저 미사에 함께 해준 시민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단원고등학교 2학년 10반 권지혜 양의 엄마 이정숙 씨는 곧 2기 특조위가 시작되는 지금부터 진짜 시작인데, “미사는 지금 여기서 끝나지만 항상 기억해주시고 유가족들이 열심히 할 수 있게 응원해달라”는 말을 남겼다.
여러분이 촛불로 키워온 이 힘이 꺼지지 않게 진정으로 깨어나서 하느님이 살아계시고 선의의 편이란 것을 생동감 있게 느낄 수 있도록 해주시고 또, 경제와 돈을 말하는 사람들의 탐욕을 눌러버릴 수 있도록 힘내달라
2학년 5반 박성호 군의 엄마 정혜숙 씨는 “늘 여러분이 계셨기에 슬픔과 아픔 중에서도 기운을 냈고 이 자리까지 왔다”면서 “여러분을 통해서 살아계신 하느님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 ‘1987’을 언급하며, 우리가 승리한 줄 알았을 때 또다시 쓰러지고 아파하는 일들이 벌어졌다고 토로했다.
2학년 8반 김제훈 군의 엄마 이지연 씨는 “광화문 미사는 우리 시대에 낮은 자에 대한 큰 위로였고 생명경시에 대한 주저치 않는 기치”였다면서, “미사가 이곳에 있었기에 많은 이들이 더 깨어있을 수 있었고 그 파급으로 세상이 바뀌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등경 위에 올려놓는 촛불이 되어버린 저희 가족들 더 밝게 세상을 비추는 빛이 되어갈 수 있도록 힘내겠다.
4·16재단 설립, “부탁드릴 곳이 국민 밖에 없다”
세월호 가족들은 4·16재단 설립을 위해 다시금 국민들의 힘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재단 설립을 위해서는 10억이 필요한데 이 중 절반 이상은 세월호 가족들이 부담하고 나머지는 국민을 믿고 싶다며 “부탁드릴 곳이 국민 밖에 없다”고 말했다.
“100만 명의 4·16 기억위원을 모집해서 국민들의 뜻을 모아 어떤 권력이나 돈에 휘둘리지 않는 재단을 만들고 싶다”면서, 피해자 심리지원을 하고 안전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정의·평화·민주 가톨릭행동 사무국장 이은석 씨는 3년 8개월 동안 미사를 이어올 수 있도록 힘써주신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4주기 즈음해서 광장 상황 등을 확인하고 다시 한 번 모이겠다고 말했다.
미사가 끝난 후, 4·16재단 설립을 위한 100만 4·16기억위원을 모집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4·16기억위원으로 함께할 경우, ▲추후 추모공원 건립 시 이름이 새겨지도록 추진 ▲설립기금(1회)은 4·16재단 창립기금으로 사용된다.
온라인(바로가기)을 통해 4·16기억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으며, 4·16재단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