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4일 목요일, 맑음
보스코는 ‘이게 종교냐?’ 운동 창립 준비회의를 하러 간다고 서대문으로 갔다. 지난 수년간 개신교는 황당한 기득권 편들기와 목사세습과 성직자의 거액횡령으로, 가톨릭은 몇몇 교구의 수익사업에 의한 부작용과 복지단체 종사자들의 각종 사고로, 불교는 총무원의 비리와 종권을 쥔 승려들의 일탈행위로 ‘사회가 종교를 걱정해줘야 하는’ 참담한 정황에 뜻있는 종교인들이 함께 모여 대안을 찾는 모임인가 보다.
그가 가고 나서 나는 변함없는 일, 청소와 빨래를 끝내고, 보스코가 평생 처음으로 꿰맨 바짓단을 풀어 다시 새발뜨기를 하고, 이번 달 느티나무에서 읽을 책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 책을 읽고 나서의 소감은 ‘참 여자여서, 여자만이 느끼는 이 암담함을 남자들은 알까?’ 하는 게 첫 번째였다. 돌아온 보스코 얘기로 종교정화운동을 한다고 오늘 모인 사람들이 스물댓은 넘는데 그 중에 여자는 하나도 없더란다.
엊저녁 보스코더러 오늘 모임에 여자도 명단에 있느냐고 물었더니 “없던데…”라고 했다. 한국에서 교를 믿는 신도의 80%가 여자이고, 교회에 봉사하는 신자는 90%가 여자인데, 왜 여자들은 그런 운동에서마저 배제되느냐는 발언을 당신이 하라고 조언했다. 과연 ‘오늘 모임에 여자는 하나도 없다’고 지적되었다는데 보스코는 내 말이 생각났으면서도 가만히 있었단다.
‘왜 그랬을까?’ 평등과 민주를 위해 투신하는 운동권에서도 남녀가 독재에 항거하여 같이 싸우는데 거기서도 맨 마지막까지 남는 문제는 ‘남녀의 불평등’이다. 그 투사들 사이에서도 여성비하는 그대로인 게 놀랍다. 같이 운동하다가 배신하고, 밀고하고, 포섭당하고, 변절하는 건 거의 남자란다. 돈과 여자에게 넘어가는 남자가 많은 반면, 여자들의 변절은 찾아보기 힘들단다. 정치권에서 김문수, 이재오, 엊그제 본 영화 “1987”에서 박종철이 죽음으로 지켜 준 박종운 등… 변절하여 날개 없이 추락한 남자들을 본다.
男과 女(바느질)
최근 청와대 직원을 뽑는데 커튼을 치고 사전 정보가 노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묻지마 채용’으로 직원을 뽑았더니 합격자 전부가 여성이었다나?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심지어 전쟁을 가르치는 사관학교에서까지 모든 면에서 여성이 월등하다는데…. 그래 우생학적으로 열성인 남자들이 카르텔을 형성하여 의도적으로 아니면 본능적으로 여자들을 배제하는 건가? 태어나면서 부터도 여아들보다 발달이 더디고 생존이 아둔하고 학습능력까지 뒤떨어져서인지 모든 엄마가 남아들이 불쌍해서 저렇게 오만해지도록 감싸서 키우나? 그러다 보니 결혼에 즈음해서는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까지 나오나?
전에도 한 얘기지만, 지리산 마을에 ‘칠공주집’이 있다. 남존여비가 전국에서 이등가라면 서러울(일등은 대구가 꼽힌다) 함양에서 그 아짐이 늘 내뱉던 한 마디. “내사~, 아들 엄서도 우리 딸 하나 놈의 아들 열 개 안 부럽게 키운다!”(경상도에서는 사람을 개수로 센다). 그러다 50이 넘어 여덟째를 낳았는데 드디어 아들! 그 다음부터 그 아짐 표어가 “역~씨, 아들은 놓고 보야 하는기라!”로 바뀌었다. 태어나서부터 남녀 불평등의 세상을 얼마나 처절히 느끼고 살아왔으면 경상도 할메들의 깊은 탄식이 늘 “남자루 태어난 게 베슬인데…”로 끝나는 터여서 이 책을 읽고 있을 느티나무 아우님들 반응이 궁금하다
오늘 드디어 ‘정신대 할머니들’이 청와대로 초청받아 대한민국 대통령의 공식 사과를 받았다는 뉴스를 보스코가 반긴다. “우리에게 이토록 소중한 분들을 너희 일본은 어떻게 짓밟고 모르쇠 했느냐?”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화면이다. 돈 몇 푼에 한일협정을 해 준 아비 박정희,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다시는 언급 않겠다고 협정한 딸 박근혜, “나라를 일본에 팔아먹어도 우린 한나라당이에요!” 하는 꼴보수 친일파들에게 끓어오르던 분노가 좀 가라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