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그해, 나의 신앙은 세상을 향해 걸어나갔다!
  • 신성국
  • 등록 2018-01-16 18:47:28
  • 수정 2018-01-18 11:23:32

기사수정


▲ 2016년 12월, 광화문 광장을 밝힌 촛불들 ⓒ 곽찬


나는 2016년 말부터 2017년 봄까지 자주 광화문 광장 촛불 집회에 참석했다. 내가 사는 시골 마을에서 광화문까지 가는 교통편은 많지 않았다. 강원도 신림역에서 기차를 타고 청량리역까지 가고, 거기서 광화문까지 전철로 이동했다.


80세가 넘으신 어머니도 빠지지 않고 참석하셔서 서울을 오가는 길은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따뜻한 집안에서 TV를 통해 촛불 집회 소식을 들을 수 있지만, 추위에 고생하는 촛불 시민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를 않기에 주말마다 용기를 내어 서울을 오가곤 했다.


시민들과 함께 눈보라 맞고 비바람 맞으며, 노래하고, 울고 웃고, 함성을 지르며 청와대까지 행진을 했다. 참으로 흥겹고, 신바람 나는 시간이었다.


그 시기에 나는 주님의 은총을 많이 체험했다. 촛불 광장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생생히 체험했다. 촛불은 악령을 추방하는 성령의 불이었으며, 어둠을 밝히는 진리와 사랑의 빛이었다. 광장에 모인 백성들은 모두가 하느님의 가족이었고, 주님의 사도들이었다.


그해, 나의 신앙은 세상을 향해 걸어 나갔고, 생명이 존중받고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자고 다짐하며 행동했다. 하느님은 우리 민족의 아픔과 고난을 치유하시고, 사랑하는 좋으신 분으로 다가오셨다. 내 생애 값지고 아름다운 부활은 2016년 10월 25일 밤부터 시작되었다. 지금도 그 아름다운 순례를 하고 있다.


‘모든 것은 말씀을 통하여 생겨났고, 이 말씀 없이 생겨난 것은 하나도 없다. 생겨난 모든 것이 그에게서 생명을 얻었으며, 그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었다.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다. 그러나 어둠이 빛을 이겨본 적이 없다.’ (요한 1장3절-5절)


이 내용의 중심 메시지는 하느님은 우리에게 생명을 주신다는 것이다. 생명의 중요성과 가치는 하느님으로부터 온다는 것이다. logos(말씀)가 인간이 되시어 세상 안으로 들어온 사건은 생명을 주시고, 생명을 살리고, 생명을 더욱 풍요롭게 하기 위해 왔다는 것이다.


복음에서 바리사이들에게 하느님의 존재는 율법을 주시는 분이다. 율법을 지키고, 율법을 따라 잘사는 자가 생명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수님은 바리사이들을 향해 “독사의 족속들아”, “위선자들아”하고 질타하시며 하느님은 율법을 주시는 분이 아니라 생명을 주시는 분이라고 말씀하신다. 이 논쟁의 결과는 결국 예수를 십자가의 죽음으로 귀결된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생명을 주셨다. 하느님과 나는 생명의 관계로 맺어진 한 생명공동체다. 요한복음 서문은 우리 생명의 기원과 원형을 아는 것이 진리이며 빛이라고 선포한다. 신자들의 신앙이 성숙의 길로 들어서지 못하는 이유는 교리적이고 사변적으로 하느님을 만나기 때문이다. 신앙은 ‘생명’ 차원에서 형성되는 것이다. 생명체험 없이는 하느님을 알 수가 없다. 생명은 지식이 아니라 진리이기 때문이다. 하느님은 우리 생명 안으로 들어오시는 분이다.


‘요한, 생명이야기’로 제목을 정한 이유는 요한복음의 근간이 되는 기본 정신이 ‘생명’에 있기 때문이다. 생명이야기로 풀어가면서 요한이 제기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우리 생명이 하느님에게서 왔고, 우리 생명을 끝까지 사랑한 예수의 운명이 바로 ‘십자가 사건’임을 주목해야 한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하면서 304명의 고귀한 인간 생명이 희생되었다. 이 비극적인 사건은 우리를 너무 슬프고, 분노하게 했다. 그날 그 시간에 나는 원주의 병상에서 누워 작은 수술을 받고 있었다. 마취에서 깨어나 눈을 뜨고 텔레비전을 통해 소식을 접했다. 너무 어이가 없고, 기가 막혔다.


이명박 정권의 5년이 지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정신을 못 차리고 그 뒤를 이어 박근혜 정권을 탄생 시켰으니 나라는 아수라장과 헬조선으로 구제불능 상태가 온 것이다. 세월호의 비극은 박근혜와 그를 추종한 자들이 만든 살인 만행이었다. 박근혜에게 투표하고 추종한 수많은 종교인들은 바알신과 맘몬을 섬기는 우상숭배자들이다. 세월호 사건은 반생명적인 우상숭배자들에 의해 저질러진 잔인한 범죄이고, 추악한 살인이었다.


천주교 신자 500만 명, 개신교 신자 800만 명, 불교 신자 1000만 명으로 인구의 절반이상이 생명의 하느님을 믿고, 살생을 금지하는 부처를 믿는 나라에서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진짜 종교와 가짜 종교를 가르는 분수령이 된 것이다.

 

종교가 생명을 지켜주지 못한다면, 그들이 설파하는 설교는 거짓이며, 율법주의에 빠진 바리사이파의 위선일 뿐이다. 진리는 생명을 향해 있는 것이며, 생명을 돌보고 구하는 진리만 있을 뿐이다. 진리의 근원은 생명으로부터 올 뿐이다. 교회가 존재함은 처음(A)과 마지막(Ω) 모두가 ‘생명을 지키는 자’로서 있을 뿐이다.

 

신앙인들이 하느님을 섬기는 진정성은 인간 생명을 대하는 태도와 마음가짐에서 오는 것이다. 교리 지식과 교회법을 준수하는 것이 기준이 아니라 ‘나에게 생명은 무엇인가?’라는 요한의 질문에 어떤 응답을 줄 것인가에 달려있다.




[신부열강]은 ‘소리’로 듣는 팟캐스트 방송으로도 업로드 됩니다. 


▶ 신부열강 팟캐스트 방송 바로듣기





[필진정보]
신성국 : 천주교 청주교구 소속으로 마리스타 교육수사회 파견사제다. 현재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사무총장을 맡고있다.
TAG
키워드관련기사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 기사에 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joyshopes2018-01-18 23:26:04

    이 글이, 저의 오늘 밤을 환히 비춥니다. 그 빛이 사가 요한이 말한 그 빛입니다. 아멘

가스펠툰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