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와 사마리아 여인과의 만남’(요한4, 1-42) 사건이다.
예수께서 사마리아 지역을 거쳐 갈릴래아로 가신다. 사실은 사마리아 지역을 거치지 않고 갈 수도 있었지만 예수의 사명 안에서 사마리아 통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계획적이었다.
사마리아 지역은 역사적으로 다른 민족과 피가 섞인 유대인들을 지칭했다. 역사적으로 다섯 강대국으로부터 유린을 당했고, 예수 시대에는 로마제국에 의해 시리아에 병합된 지역이었다.
사마리아 여인의 운명은 곧 사마리아의 치욕스런 역사와 닮은 것이다. 남편 다섯이 거쳐 갔고, 지금 여섯 번째 남자와 살고 있다는 것이다. 유대인들은 사마리안 인들이 혼혈종족이라 하여 기피대상이었고 원수처럼 지내며 상종하지 않았다. 예수와 만난 여인은 사람대접 받지 못하고, 여러 남자에게 유린당하고 버림받은 아픈 과거를 간직한 여인이었다.
예수는 이 여인에게 물을 달라고 청한다. 당시에 물을 달라는 뜻은 ‘환영해 달라’는 것이다. 한 인간으로서 환영하고 받아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사마리아 여인은 예수를 만났을 때, 한 인간으로서 보지 않고 유대사람으로서, 한 남자로서 본 것이다. 예수가 사마리아 여인에게 물을 청한 것은 무시당하는 사람을 높이시는 것이고, 여인의 품위를 높여준 것이다. 모든 신분과 차별을 없애고, 인간과 인간의 동등한 관계를 만드신 것이다.
우리가 사람을 만나려면 선입견을 없애야 한다. 이것이 하느님이 인간을 대하는 태도이다. 그 누구도 차별하지 않는 하느님이시다. 예수가 사마리아 여인을 만나는데, 먼저 한 인간으로 만나고 대하신다.
우리가 사람들을 만날 때, 내가 앞에 내세우는 것이 무엇인가? 수도자를 더 앞세우는지, 성직자를 더 앞세우는지, 자신의 인간적인 면모와 인성을 먼저 보여주는지?
인격이 안 되면 될수록 다른 것을 내세운다. 특히 권위를 내세운다. 반면 인격이 되면 될수록 인격이 드러난다. 우리는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한다. 예수는 당신이 메시아이고, 신성을 가진 하느님의 외아들이었지만 사마리아 여인 앞에서는 물을 청하는 한 인간에 불과했다. 예수는 참으로 멋쟁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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