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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죄인이 아니다” - 신성국 신부의 ‘요한, 생명이야기’ 40
  • 신성국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18-09-12 14:12:02
  • 수정 2018-09-19 12: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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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복음 9장 19절부터 이야기다.


지도자들이 태생 소경에게 “예수는 가짜다. 그는 하느님과 무관하다. 너는 예수에게 속지 말라”고 설득했지만 실패한다. 그 다음에는 그의 부모를 불러 설득한다. 부모는 지도자들의 질문에 무서워서 겁을 먹고 자기 생각을 숨기며 대답을 회피한다. 아들을 고쳐준 예수 편을 들었다가는 회당에서 쫓겨나게 될 테니 모른다고 답한 것이다. 여기서 예수를 증오하는 지도자들의 비위를 건드리게 되면 여지없이 피해를 입게 되는 부모의 인간적 나약함을 엿본다. 


“누가 그의 눈을 뜨게 해주었는지, 우리는 모릅니다. 다 자란 사람이니 그에게 물어보십시오”(요한 9, 21)


부모는 나약함 안에서 무책임과 미성숙함으로 일관한다. 사악한 지도자들은 부모를 곤란하게 만들고, 자식과 부모 사이를 갈라놓는다. 아들은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만 부모는 모호한 입장으로 일관하면서 자식 앞에서 부모를 바보로 만든다.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사상을 사람들에게 강요한다. 자기들이 만든 교리, 제도와 법을 절대화시키고 그것을 수용해야 구원을 받는다고 가르친다. 자기들이 원하는 대답을 할 때까지 집요하게 묻고 또 묻는다. 예수는 사악한 자이고, 율법을 부정한 자이며 하느님과 상관없는 거짓말쟁이니 그를 믿지 말라고 강요한다. 


태생 소경은 자기 부모와 달리 예수를 하느님의 사람이라고 고백하고,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이런 행위는 소경이 하느님을 받아들였다는 표징이다. 자기가 직접 체험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지혜롭게, 두려움 없이 용기를 내어 고백한다. 어른이라고 자처하는 지도자들과 부모는 겁이 많고, 용기를 내지 못하지만 태생 소경은 성숙한 인간의 전형이다.


지도자들은 소경의 당당함이 너무 못마땅하다. 소경으로 태어난 주제에, 율법적으로 보면 죄인으로 태어난 주제에 예수를 두둔하다니 용서할 수가 없다. 그래서 그들은 소경을 회당 밖으로 추방시켜버린다.


회당에서 추방된다는 것은 유다인으로 배척당하고, 자격을 박탈당하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소경이 회당에서 추방당한 것이 아니라 그가 스스로 회당을 떠난 것이다. 표징으로 보면 ‘어둠에서 떠난 사건’이다. 



빛을 보았으니 어둠에서 벗어난 것이다. 어둠에서 벗어나 빛이신 예수에게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다. 회당에서 나왔다는 것은 율법에서 나온 것이고, 낡은 이념과 제도에서 나온 것이다. 그가 회당에서 쫓겨났을 때 예수가 그를 만나러 오셨다. 그는 예수로부터 빛을 보게 되고, 하느님이 누구신지, 인간이 누구인지, 세상이 어떤 곳인지 알게 된다. 


모든 것을 잘 안다고 하는 지도자들은 어둠 속에 있기에 실제로는 아무것도 모르는 자들이다. 하느님에 대해 아는 게 많아서 박사라고 하는 자들은 사람을 사람으로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누구나 죄인으로 본다. 죄의 관점에서 사람을 판단한다. 사람들이 어떤 죄를 짓고 있는지 살피고 판단한다. 


그들의 인간관은 태어날 때부터 원죄를 지은 죄인, 고백성사를 청해야 할 죄인, 냉담 중인 죄인, 교회에 불충실한 죄인, 혼배성사를 하지 않고 조당에 걸린 죄인, 먹고 살기 바빠서 교회법을 따르지 못하고 살아가는 죄인, 교무금과 헌금도 밀리고, 신자로서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죄인… 온통 죄인들뿐이다. 


그러나 하느님은 죄인을 창조한 적이 없다. 당신 사랑 안에서 인간을 창조하셨을 뿐이다. 사람을 왜 죄인으로 만들고, 죄의식 속에 살도록 강박하는가? 하느님이 인간의 실수와 약점을 잡아 다그치고, 벌을 주는 하느님이신가?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를 선포하고 증거 하신 예수는 거짓말쟁이인가? 


오늘 복음에서 바리사이들은 “너는 죄인이다. 예수는 죄인이다”하며 유난히 죄를 강조하고 있다. 그들은 사람들의 삶을 계속 어둠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그러나 소경은 그들의 사상을 거부하고, 소신과 용기를 가지고 빛과 해방으로 나아간다. 


소경은 예수를 통해 죄인이 아닌 사람이 되었고, 진리를 보는 사람, 생명을 체험한 사람, 해방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된다.






[신부열강]은 ‘소리’로 듣는 팟캐스트 방송으로도 업로드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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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진정보]
신성국 : 천주교 청주교구 소속으로 마리스타 교육수사회 파견사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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