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하느님, 저희 눈물을 보시고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 당신 앞에서 아프게 통곡하는 저희 이 심장과 이 눈을 보소서. 쓰라린 오늘을 기억하소서.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아 4월 14일 토요일 오후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서 추모식이 열렸다. 소수이지만 참사를 잊지 않고 가슴 아파하는 이들이 모여 작년에 이어 올해도 추모식을 가졌다.
1989년 4월 15일 영국 FA컵 준결승을 관람하던 리버풀 FC팬들이 경기장 운영 미숙과 경찰의 통제 실패로 인해 관람석 인원이 초과되면서 철조망이 무너졌고 96명이 깔려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사고 직후, 그 당시 대처 총리와 정부는 희생자들이 난동을 부린 사고로 단순 처리하려다 유가족의 끈질긴 진상규명 노력에 사건 발생 후 27년 만에 진실이 밝혀졌다.
2016년 4월 26일, 정부와 경찰 그리고 운영 당국의 잘못으로 ‘불법적인 죽임’을 당했다는 판정을 받은 힐스보로 참사 유가족은 법원 입구에서 리버풀 FC의 응원가 ‘You'll Never Walk Alone’을 부르며 오랜 기간 외롭게 투쟁했던 세월 앞에 눈시울을 붉혔다.
‘당신은 결코 혼자 걷지 않을 거야’라는 이 노래는 이 참사와 같이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이들을 위한 전 세계 응원가로 주목 받고 있다.
이 노래를 세월호 유가족에게도 전하면서 속 시원하게 감추어진 진실이 이제는 인양되길 바란다. 세월호 참사가 대학살 사건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지금 유가족과 국민들은 슬픔을 떠나 분노의 끝에 서 있다. 구조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구조하지 않았다는 음모론이 실체가 된 세월호 사건은 철저하게 진상규명하여 무고한 희생자들의 넋을 기려야 할 것이다.
세월호에 에너지 낭비하지 말고 유가족이 양보하라며 권력자의 구원투수를 자처했던 천주교 서울대교구 염수정 추기경은 유가족과 국민에게 사과하길 촉구한다. 대학살 사건의 희생자 유가족에게 양보하라는 추기경의 망언. 전혀 구조할 생각이 없었던 실체가 밝혀진 지금 부끄럽지 않은가.
명동대성당에서 부활절 미사를 집전하는 염 추기경의 모습을 <평화방송>을 통해 접하면서 사랑은 고결한 것이 아니라 허리를 굽혀 상처와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며 그것이 거룩한 미사에 참여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권고한다.
약자를 고려하지 않는 교회, 아픈 이들을 돌보지 않는 교회는 무엇을 의미하며 교회는 누구이며 무엇인가. 교회는 오늘의 사회 속에서 사랑을 심고 정의를 바로잡기 위해 헌신하고 투쟁하고는 있는가. 교회는 모든 이에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증거하고 있는가. 오늘날 교회는 사회로부터 규탄 받는 것을 자성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한국교회는 지금 소금의 구실보다 방부제 구실을 하고 있다. 부패에서 보호하는 소금이 아니라 오히려 부패를 연장시키는 방부제와 같다. 교회 지도자들을 포함하여 교회가 너무나 위선적이라는 것이다.
깊은 반성 여하에 따라 교회는 사회 안에서 누룩과 빛이 될 수 있는지 없는지 달려 있다. 종교와 정치는 분리되어 있지 않다. 침묵으로만 묵과하려는 시대는 지났다. 주님의 가르침으로 돌아서지 않으면 고뇌와 번민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구조를 방해하고 구조를 못하게 했다는 것 이외에 아직 밝혀진 것은 없다. 우리가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고 절망하는 것이 기득권자들이 원하는 상황이다. 우리는 패배주의를 반드시 극복해 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