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7일 일요일 105일차.
팽목에서 첫 절을 올릴 때의 마음으로 성남시청에서 다시 절을 올렸습니다.
지나가던 사람이 말합니다.
어지간히 하라고.
어지간히.
저도 어지간히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어지간히 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어지간히 승현이를 사랑한 게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여름에 그렇게 걸은 걸로는 성에 차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가슴은 터질 것 같습니다.
어지간히 하라는 그 분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제는 내가 힘들어서 더 하라고 해도 못하겠다고.
어쩌면 저는 처음부터 포기할 수 없는 길을 선택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작은 기쁘게 포기는 즐겁게 하고 싶었지만 포기하는 건 죽기보다 싫었습니다.
내가 이 짓을 왜 하고 있는지, 힘든만큼 흔들렸습니다.
하지만 저는 광화문까지 가야 했습니다.
저를 용서하기 위해서.
온 나라를 기어다녀도 터질 것 같이 미안한 마음은 누를 수 없겠지만 이제는 힘이 듭니다.
살고 싶어서 그렇게 걷고 절을 했지만 이제는 살고 싶어서 저를 용서하려 합니다.
못난 누나는 생각합니다.
이만하면 됐다고.
제 스스로 이만하면 됐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걷든 기든 뭐든지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벌써 저는, 저를 용서하고 있었습니다.
승현이에게 말합니다.
이제 나도 살고 싶다고.
길바닥이 아닌 내가 있던 그 자리에서 살고 싶다고.
너 때문에 나는 그렇게 걸었고 길 위에 엎드렸지만
결국 나는 나를 위해 여기까지 왔고 앞으로도 내가 사는 이유는 너일 거라고.
광화문에 도착했을 때, 못난 누나가 그 곳에 무거운 짐을 모두 내려놓고
다시 살아간다 해도 서운해하지 말고 나를 용서해 달라고.
그래도 나는 여전히 너를 그리워하며 살다가 너를 그리워하다 죽을 거라고.
승현아, 아무것도 하지 못한 누나는 벌써 힘이 들어.
하지만 앞으로도 내가 뭘 하고 살든 거기엔 니가 있을 거고 너를 사랑할거야.
승현아, 나 앞으로 딱 6일만 힘들어 할게.
그리고 이 길이 끝나면 니가 서운해 할 만큼 행복하게 살게.
그렇게 살다가 다시 너를 만났을 때 말해줄게.
내가 어떻게 행복하게 살 수 있었는지.
사랑해.
죽을 때까지.
이아름 : 세월호 희생자 승현군의 누나이자, 이호진씨의 딸이다. 아름양은 지난 2월 23일부터 진도 팽목항에서 광화문까지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