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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청년들이 써 내려가는 민주주의의 역사
  • 박지현
  • 등록 2018-06-07 18:26:17
  • 수정 2018-06-07 18:3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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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10일, 제38주기 의기제 토크콘서트 <지금 여기, 우리의 목소리>가 열렸다. (사진출처=서강대학교 의기제 기획단)

2018년에도 민주화운동은 진행 중이다


학교에서 역사를 배울 때면 이질감을 느끼고는 한다. 100년 전 일제의 침략으로 국권을 상실했던 나라가 이렇게 발전했다니! 해방 이후에도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군부독재까지 겪었던 나라가 이만큼 민주주의를 이루어 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지는 ‘2017년 민주주의 지수’를 발표하면서 한국을 세계 20위의 민주주의 국가라고 평가했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발전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그 해답은 4·19혁명, 5·18민중항쟁, 6월 민주항쟁 등 수많은 민주화운동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제도는 다른 나라와 견주어 보아도 뒤지지 않을 만큼 성장을 했음에도 민주화운동은 아직 진행 중이다. 절차적 민주주의를 제도화하는 것엔 성공했을지라도, 사회적·경제적 측면에서는 아직도 민주주의가 정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21세기의 청년들은 현재 필요한 ‘시대정신’을 고민하고 있다. 2018년의 청년들은 어떠한 방식으로 과거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계승하면서 발전시키는지 알아보기 위해 지난 5월 서강대학교에서 진행된 ‘제38주기 의기제’에 참석해 보았다. 


우리 삶을 위협하고 억압하는 것들에 저항하자!


▲ 올해 의기제는 ‘죽어서 살지 아니하기, 사람으로 살기’라는 기치 아래 다양한 행사로 진행되었다. (사진출처=서강대학교 의기제 기획단)


‘의기제’는 서강대학교에서 매년 열리는 행사로, 1980년 당시 5·17 비상계엄 전국확대와 광주 민중항쟁 유혈진압을 비판하는 유인물을 뿌린 후 사망한 김의기 열사를 기리고 민주화 운동의 정신을 되새기는 의미를 지닌다. 


올해 의기제는 ‘죽어서 살지 아니하기, 사람으로 살기’라는 기치 아래 다양한 행사로 진행되었다. 강연회와 토크콘서트에서는 기본소득과 여성인권 등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추모문화제 및 주점에서는 5월의 광주를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1박 2일로 광주에 역사기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올해 의기제 기획단이 행사의 기치를 ‘죽어서 살지 아니하기, 사람으로 살기’라고 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의기제 기획단 토크콘서트 기획팀장인 오세한 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알아보았다.


5·18민중항쟁은 삶을 위협하고 억압하는 것들에 대한 항쟁이었고, 또 그렇기에 5월 광주의 저항정신이 오늘날까지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5월 광주가 갖는 의미는 한마디로 폭력과 억압에 대한 저항입니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 약자에 대한 수많은 차별과 폭력이 존재하기에 오늘날에도 저항정신이 의미가 있다는 그의 생각이 느껴진다.


과거 민주화운동 시절 김의기 열사를 비롯한 수많은 시민이 군대를 동원한 부당한 독재에 맞섰다면, 오늘날 그 저항은 과거의 독재정권과 같은 하나의 압제자가 아닌 우리 생활 자체를 압제하는 수많은 것들에 맞서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저항의 주체가 되는 사람들은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비정규직 노동자 등이 있습니다. 이번 의기제는 국가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을 추모하는 동시에, 그들이 어떻게 불의에 맞섰고 어떻게 세상을 바꿔나갔는지에 대해 주목해보고자 했습니다.


그가 언급한 것처럼 지금까지 의기제가 계속되어왔고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할 이유는 ‘아직도 민주주의가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매년 행사를 이어감으로써 우리를 억압하는 것들에 대해 저항할 것을 다짐하는 것이다. 그는 “더 많은 분이 광주의 5월을 기억하는 동시에, 이 시대에 우리에게 주어진 몫은 무엇일지 함께 고민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라며 현재의 민주화운동에 대해 우리가 관심을 가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가 바란 대로 의기제에 참여한 학생들은 민주화운동과 저항의 가치를 곱씹었다. 심리학과 재학 중인 김진경 씨는 “의기제를 통해 잊고 있었던 5월 항쟁의 역사를 다시 떠올렸고, 불합리에 맞서서 항쟁하신 분들 덕에 현재의 삶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민주화 운동에 앞장선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같은 학과 박은영 씨는 “(추모 행사 중에 언급된) 일상 속의 작은 저항이라는 말이 마음에 남았다”며 “여전히 산재해있는 억압에 나는 어떤 식으로 저항할 수 있을지, 어떤 것이 죽어서 살지 아니하고 사람으로 사는 것인지 고민을 했다”고 행사의 소감을 전했다.


▲ 지난 5월 15일 진행된 제38주기 의기제 추모문화제 (사진출처=서강대학교 의기제 기획단)


21세기 우리가 해야 할 것들은


의기제에 함께 하고 나니, 청년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자유와 권리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몸소 느꼈다. 이렇게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해 애쓰는 청년 덕분에 한국 사회에는 희망이 존재하지 않을까. 그러나 한편으론 아직도 사회적 소수자는 다수와 동등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과거의 민주화운동을 거울삼아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실천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지난날 민주화운동을 한 민중들이 군부독재 정권의 폭력으로부터 자신을, 친구를, 가족을, 이웃을 지키기 위하여 투쟁을 벌인 것처럼 말이다.


현재의 우리는 얼마나 많은 부조리에 익숙해져 왔는가. 성별을 이유로 혐오의 말을 듣는 것,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이유로 열악한 환경에서 저임금으로 노동을 하는 것,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것,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는 것에 무감각해졌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가 그러한 불합리에 맞서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의 발전은 없을 것이다. 이젠 우리가 당면한 일상의 부조리를 인식하고 저항해야 한다.



[필진정보]
안중근 청년기자단 : 마지막 순간까지 동양평화를 염원했던 안중근 의사를 기억하며, 글과 영상 등의 컨텐츠를 제작해 통일과 한반도 평화를 만들어가는 <안중근의사 기념사업회 - 청년안중근> 소속 기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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