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 대교구장 도날드 우얼(Donald Wuerl) 추기경은 < NCR > 인터뷰에서, 주교에 의한 성범죄를 고발 접수하고 조사하기 위한 새로운 위원회를 창설할 것을 미국 주교회의에 제안했다.
우얼 추기경은 “관련 소문이 있거나 사람들이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증언하면, 적어도 그 이야기들을 조사하고 재고해볼 수 있는 메커니즘이 필요하다”고 설명하면서, 위원회 조사 결과가 교황대사를 통해 교황청으로 전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소문이나 고발과 관련해) 판결한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문제는 로마로 가야 한다. 신앙교리성이나 주교성에 각국 주교회의가 구성원에 대한 우려를 조사하는 메커니즘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지난 3일 발표한 사목 서한에서 우얼 추기경은, 2002년 제정된 헌장과 주교들의 선언을 재차 언급하며 “우리(주교)들에 대한 더 큰 석명 의무를 부과할 수 있는 효과적인 메카니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해당 헌장과 주교 선언의 개정이 교회법뿐만 아니라 신학적, 도덕적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우얼 추기경의 이러한 사목 서한에 대해, 교황청 미성년자보호위원회(Commission for the protection of minors, 이하 미보위) 전 위원 마리 콜린스(Marie Collins)는 < CNA > 인터뷰에서, “우얼 추기경은 이 문제가 마치 이미 다뤄졌던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콜린스는 “사임을 요구하는 것은 올바르고 투명한 형사적 과정을 거치는 것과 같지 않다”고 설명하며 “주교나 장상들에게 석명을 요구할 수 있는 구조가 작동한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보스턴 대교구에서 일어난 대규모 성직자 성범죄와 성범죄 은폐를 계기로 만들어진 성직자 성범죄 관련 헌장과 이에 따른 주교들의 선언에는, 성직자 성범죄를 인지한 주교 혹은 이러한 혐의로 고발당한 주교는 이러한 사실을 교황대사에게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
우얼 추기경은 이러한 의무가 “더욱 효과적인 메커니즘의 핵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언했는데, 이에 대해 콜린스는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그러한 헌장 자체가 모든 성직자와 수도자에게 해당되도록 개정해야 하는데도, 그저 이런 불만족스러운 헌장을 고치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당황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헌장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 이러한 헌장이 실제로 적용되고 있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특히 클린스 전 위원은 미보위가 제정한 성범죄 관련 보호 가이드라인이 이미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승인을 받아 발표 되어 있는 상태이며, 이러한 가이드라인은 교회법적 의무는 아니지만 모든 성직자와 수도자들에게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콜린스 전 위원은 맥캐릭 사태(관련기사)와 같은 경우에 대해, 각 교구나 교황청 모두 투명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콜린스는 “모든 성범죄나 착취 신고 과정에 투명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며, “교회 재판에서 피해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를 제한하기 위해 ‘교황 비밀’*을 사용하는 일이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명성 보장을 위해 “독립 기관이 연례 감사를 하고, 이를 위해 주교들이 모든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일랜드의 ‘가톨릭교회 아동 보호 중앙위원회’(National Board for Safeguarding Children in the Catholic Church, NBSCCI)를 예로 들면서, “해당 위원회는 완전히 독립적이지는 않지만 중앙 기구이면서도 어느 교구와도 연결되어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 교황 비밀(Pontifical Secrecy) : 사안에 따라 교회 재판 또는 교황청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장하는 법이다. 해당 훈령에 따르면 “보편 교회를 돕는 교황청 업무는 공식적으로 일반 비밀을 보장받고, 이에 대한 도덕적 의무는 상관의 지시나 해당 문제의 성격 및 중요성에 맞추어 조절된다. 허나, 일부 중대한 문제의 경우에는 특별히 비밀이 요구되는데, 이를 ‘교황 비밀’이라고 부르고 이는 중대한 의무로서 준수되어야 한다”. (Secreta continere, 1974) 특히 해당 훈령이 명시하는 교황 비밀 적용 대상 외에도 해당 훈령 10항을 살펴보면 “교황 비밀의 준수가 요구될 만큼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모든 문제”라는 조항이 있기 때문에 필요한 경우에는 언제나 교황 비밀을 적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