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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대사 수에레브, 대구가대병원 노조 직접 만나 - 대사관 밖으로 나와 맞이, 노동자들 편지 직접 받아
  • 문미정
  • moon@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18-08-21 19:49:40
  • 수정 2018-08-22 06: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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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주한교황청대사관을 방문한 대구가톨릭대의료원 노조들을 직접 맞이한 주한교황대사 알프레드 수에레브 대주교 (사진제공=의료연대)


임금 인상, 주5일제 도입 등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해 파업에 돌입한지 28일째를 맞는 대구가톨릭대의료원 노조가 오늘(21일) 대구가톨릭대의료원 문제 해결을 위해 주한교황청대사관을 방문했다. 


주한교황대사 알프레드 수에레브 대주교는 교황청대사관 밖으로 나와 이들을 직접 맞이했다. 노조도 교황대사가 직접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해 놀란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오스발도 파딜랴 전 주한교황대사와 달리 경찰이 이들을 막아서는 일도 없었다. (관련기사)


알프레드 수에레브 대주교는 파업에 참가한 550명이 각자 쓴 손편지들을 직접 받아들고, 편지를 모두 읽어보겠다고 말했다. 또한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들이 병원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등을 물으며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병원의 모든 노동자들에게 지지를 보내고, 그들을 위해 기도할 것이라며 대화 마무리에는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를 해주기도 했다. 


대사관 방문에 앞서, 이들은 오전11시 주한교황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파업 28일차에 들어섰지만 이경수 의료원장 신부는 본교섭에 나오지 않고 대화에도 임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이들은 주한교황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원 파업 사태 해결, 갑질 중단, 투명회계 보장을 요구했다. (사진제공=의료연대)


지난해 간호사 장기자랑, 관리사 이삿짐 나르기 등 병원의 갑질로 병원 개원 38년 만에 첫 파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병원의 갑질은 여전하며,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의료원에서 선목학원으로 1,280억원이 전출되고 635억 원은 결산서에서 누락되는 등 회계부정 의혹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이들은 “병원수익은 의료서비스 질 향상과 환자들을 위해 쓰여야 한다. 무슨 명목으로 쓰이는지도 모르는 돈이 매년 수백억씩 대구대교구 선목학원으로 들어가고 있다”면서, “의료원은 경영이 어렵다며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요구는 묵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의료원 파업 사태 해결 ▲갑질 중단 ▲투명회계 보장을 요구했다. 


한 조합원은 “대구에서 가톨릭 신자라는 것이 부끄럽지 않기 위해, 가톨릭 정신이 아직 살아있음을 증명해 더 이상 신자들이 떠나는 일이 없도록 바라는 간절한 마음 때문”이라며 편지를 쓴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대주교님, 대구대교구는 지금 온갖 비리로 얼룩져있습니다. 


노동자에게 지불돼야 할 임금이 대구대교구로 들어가 635억 원이란 비자금을 만들고, 대구대교구는 골프장과 신문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그 외에도 돈이 되는 여러 사업을 수익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직원들의 절규에도 꿈쩍도 하지 않는 이경수 의료원장과 조환길 대주교 때문에 오늘 여기까지 오게 됐다”면서 “대구대교구가 새롭게 쇄신할 수 있기를, 주님의 정의로운 역사가 다시 쓰여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사진제공=의료연대)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대구가톨릭대의료원분회 전석호 선전부장은 “의료원장 신부는 응답이 없고, 대구대교구도 세 번정도 방문했다”면서, “교구청에서 집회를 하니까 평소에 잠겨있지 않던 정문이 닫혀있었다. 교구가 더 이상 우리를 만날 생각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병원 재정에도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사태를 해결하고자 교황청대사관에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파업 28일째를 맞이했지만 전석호 부장은 “직원들이 지치지 않고, 이 사태를 빨리 해결하고 병원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지금도 본교섭을 계속 요청하고 있으며, 병원 주변에서 시민들에게 안내문을 배포하는 등 시민사회에 이 사태를 많이 알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알프레드 수에레브 교황대사는 오스발도 파딜랴 전 주한교황대사와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 주목을 끌었다.


지난해 3월, 희망원대책위와 장애인단체가 희망원 인권유린과 비리 해결을 촉구하는 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주한교황청대사관을 방문했지만 경찰이 이들을 가로막기도 했다. 앞서 대사관 우편함에 넣고 가라며 직접 받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결국 대사관 직원이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로 나와 서한을 받았다. 


2015년 10월에도 인천성모병원 사태 해결을 위해 주한교황청대사관을 방문한 보건의료노조는  당시 주한교황대사였던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에게 면담을 요청했지만, 경찰을 동원해 대사관 앞을 막았다. 20여 명의 경찰이 보건의료노조를 막아서 면담 승인이 될 때까지 대사관 앞으로 갈 수 없었다. 


최근, 대한불교조계종 사태와 대형교회 세습문제 등으로 종교계 적폐청산 요구가 이어지는 가운데 천주교에서는 특히 대구대교구 관련 비리 의혹이 연일 보도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5월 새로 부임한 주한교황대사 알프레드 수에레브 대주교의 이 같은 행보는 한국천주교 쇄신의 길에 새로운 움직임을 불러올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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