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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개혁, 평신도가 주체적으로 나서야
  • 문미정
  • 등록 2018-09-18 16:31:38
  • 수정 2018-09-25 11:4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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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5일, 천주교 대구대교구의 사례로 천주교 사업장 실태를 조명해보는 토론회가 열렸다. ⓒ 강재선


지난 15일, 천주교 대구대교구의 사례로 천주교 사업장 실태를 조명해보는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대구시립희망원 비리와 인권유린 문제부터 시작해 대구대교구 관련 비리를 집중취재·보도하고 있는 < 대구MBC > 심병철 기자의 취재 내용을 토대로 시작됐다. 


심병철 기자는 일종의 부채감으로 대구대교구 관련 비리 취재를 하게 됐다면서, 취재를 할수록 “신부 개인의 일탈 행위가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1년 7개월 이상 취재· 보도하고 있지만 “아직 달라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천주교회가 바뀌면 대구가 바뀌고, 대구가 바뀌면 대한민국이 바뀔 수 있다


또한 대구는 천주교의 영향력을 많이 받고 있다면서 “천주교 대구대교구가 바뀌면 대구도 바뀐다고 생각한다. 대구가 바뀌면 대한민국이 바뀐다는 소신을 가지고 이 일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 < 대구MBC > 심병철 기자 ⓒ 강재선


제일 먼저 보도했던 희망원 문제에서는 인권유린과 비리 문제가 심각했다고 소개했다. 희망원에 입소하면 일정 기간 동안 ‘신규동’이라고 부르는 생활관에서 머무는데 작은 독방에 7~8명이 지내고 이곳에서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게 된다. 희망원 전 원장 배 모 신부와 김 모 신부가 구속된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또한 부식비를 부풀려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 배 모 신부에게 횡령 혐의가 추가되기도 했다. 검찰 수사 결과, 희망원에서 조성된 비자금이 사목공제회로 흘러들어간 것이 확인됐지만 검찰은 더 이상 수사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사목공제회는 사제들의 노후와 성당 관련 사업을 위한 것으로, 사제들은 사목공제회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다. 사목공제회는 성당에서 수십억 원을 예탁받고 수억 원을 대출해 주기도 했으며, 이 과정에서 대출 이자를 받아 수익을 내고 있었지만 대부업 등록을 하지 않은 정황 등이 드러났다.


< 대구MBC >는 대구가톨릭대학교 전 총장 신부가 작성한 문건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하여 대구대교구 관련 비리 의혹을 보도하고 있으며 이 밖에도 추가 취재된 내용을 계속 보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회 사업을 근본에서부터 다시 점검할 시점이 됐다


은재식 대구희망원대책위 공동대표는 2016년 10월 8일 < 그것이 알고 싶다 >에 희망원 문제가 방영되던 날, 대구 < 매일신문 >은 ‘시립희망원엔 1,500여 명 자원봉사… 생활인 입·퇴소나 외출도 자유로워’라는 제목으로 희망원 기사를 보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의 적폐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매일신문의 역할이 엄청 크다”면서 “(천주교가) 매일신문을 통해 자신들의 지역 권력을 유지하고 확장한다”고 말했다. 


또한 지역 시민사회에서 문제제기를 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면서 대구대교구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천주교 내부와 외부 시민사회단체가 만나서 교구 쇄신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 왼쪽부터 은재식 공동대표, 정중규 소장, 황경훈 소장 ⓒ 강재선


정중규 경북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장은 “교회사에서 의료·복지사업은 교육사업과 더불어 선교의 핵심”이었다며, 예수 그리스도께서 복음 선포와 치유행위를 양대 축으로 삼아 공생활을 하셨기에 그 모범을 따라 교회 사명으로 삼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난한 이들에게 무상으로 베푼 예수 그리스도의 선교행위, 이 원칙에 지금 얼마나 충실한가를 되돌아보면서 교회 사업을 근본에서부터 점검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교회 복지사업의 경우 국가보조금을 받으면서 문제가 파생된 것이라고 볼 때, 영리와 성과를 추구하는 행태의 사업에서 물러서는 큰 결단을 내리라고 권고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중규 소장은, 교회는 사업이 아니라 예수께서 그러셨듯이 빈익빈부익부를 낳는 구조악과 실제로 싸워야 한다면서, “사업이 아니라 운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회 사업은 측은지심으로 그 시대의 소외되고 가난하고 병든 이들과 동고동락하시다 끝내 가장 보잘 것 없는 그들을 당신과 동일시하며 죽음에 이르신 ‘예수 마음’으로 끊임없이 되돌아가야 할 것


평신도, 교회라는 종을 깨려는 것이 아니라 그 종을 울리려는 것


황경훈 우리신학연구소장은 성직자 중심 구조 속에서 평신도가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는 상황을 짚었다. 대표적으로, 한국천주교회는 지도자를 평신도들 손으로 직접 선출할 수 없는 구조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황경훈 소장은 최근 밝혀지고 있는 전 세계적인 성직자 성범죄 사례들을 언급하면서 이것이 과연 개인만의 문제인지 돌아보아야 할 것이며, 이런 문제들은 구조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평신도의 주체적인 참여로 교회 개혁 단체들이 모이고 더 나아가 아시아가 연대해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를 마친 이후에도 참석자들과 천주교 개혁을 위한 열띤 논의를 이어갔다. 교회에서 보조 역할로 머물게 되는 평신도에 대한 이야기와 평신도 역할 확대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들이 나왔다. 


▲ ⓒ 강재선


먼저, 김선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이하 천정연) 대표는 천정연이 그동안 사회정의실현을 위해 많은 활동을 했지만 교회 내부 문제에 있어서는 활동을 잘 하지 못했음을 인정하면서 앞으로는 교회 개혁을 위해 작은 것부터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천주교 교구들 중 가장 보수적이고 사회정의구현에 있어서 가장 뒤처졌던 대구대교구 문제에 몬시뇰과 전 총장 신부, 젊은 신부들이 문제 제기를 하고 몇몇 신자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구대교구 내부에서 시작함과 동시에 다른 교구에서도 한국천주교회 개혁을 위해 신자들을 어떻게 모으고 조직할 것인지에 대한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병태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사무처장은 대구대교구 문제에 응당한 법적 처벌도 내려지지 않게 하는 보이지 않는 힘을 혁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물었다. 심병철 기자는 “제가 보기에 대구대교구가 ‘조선시대’ 같다고 느껴졌다. ‘왕’인 ‘교구장’이 바뀌면 아래도 다 바뀌기 때문에 대주교와 관련된 인물은 사제들뿐만 아니라 신자들 역시 대주교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유철 삶·예술연구소 대표는 “평신도들이 교회라는 종을 깨려는 것이 아니다. 평신도들은 ‘종메’(종을 치는 나무)다. 종메는 종을 깨려는 것이 아니라 종을 울리기 위해 존재한다”면서, 그 과정에서 종메는 문드러지게 되는데, 문드러질 각오만 있다면 개혁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종교개혁 500주년과 원효 탄신 1400주년을 맞아 불교·개신교·천주교 평신도 활동가들이 모여 ‘종교개혁선언문’을 발표했으며, 천주교 측은 뜻을 모아 지난 1월 ‘천주교개혁연대’ 모임을 만들었다. 개혁연대 김항섭 대표는 “견제장치가 없는 가톨릭에서 유일하게 견제할 수 있는 것은 우리 평신도들이다. 평신도들이 스스로 자각하고 문제에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번 첫 토론회를 시작으로 이후 다양한 활동이 이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 ⓒ 강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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