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13일 토요일 111일차.
어제의 마지막 일기를 지금에서야 씁니다.
광화문에서 저를 기다린 게 우리 승현이 였는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눈물도 많이 나지 않았고 광화문에 온 것도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내가 여기에 오려고 그렇게 겨울부터 걸었었나..
특별할 것 같았던 어제가 저에게는 오히려 가장 평범했고 덤덤했습니다.
광화문은 항상 그 자리에 있었는데 저와 아빠에게만 그렇게 멀었던 것 같습니다.
아빠와 저는 내일 제주도에서 우리의 길었던 여정을 조용히 정리하려 합니다.
6월 13일이 오기나 할까 노심초사하며 그렇게 기다렸지만
그 날은 벌써 저에게 어제가 되었습니다.
저는 특별하지 않은 오늘을 또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광화문에서 아빠와 저를 기다려주신 모든 분들,
그리고 한번이라도 길 위에 엎드려 있는 아빠와 저를 봐주신 분들,
함께 광화문까지 가주신 분들.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 분들이 저에게 오늘을 주셨습니다.
특별할 건 없지만 너무나 간절히 바랬던 오늘을.
고맙습니다!
잘 살겠습니다.
이아름 : 세월호 희생자 승현군의 누나이자, 이호진씨의 딸이다. 아름양은 지난 2월 23일 진도 팽목항에서 삼보일배를 시작하여 6월 13일 광화문에서 삼보일배를 끝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