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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평신도 시대, 어떤 복음화가 필요할까
  • 문미정
  • 등록 2018-11-10 12:17:50
  • 수정 2018-11-14 10:2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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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광주가톨릭대에서 신학전망 발간 50주년 기념 제21회 학술발표회가 열렸다. ⓒ 문미정


오는 11일 평신도희년이 마무리 되는 가운데, 지난 8일 광주가톨릭대학교에서 ‘새로운 신심 및 종교 현상을 통해 평신도가 바라보는 새로운 복음화’를 주제로 『신학전망』 발간 50주년 기념 학술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성염 전 주교황청대사는 어느 본당에서 일어났던 이야기로 기조강연을 시작했다.


조당에 걸린 한 교우가 성당에 나오자 술렁거렸고, 이 교우가 조당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보좌신부가 성체를 분배하자 미사가 끝난 후 성모회원들은 보좌신부에게, 이건 모령성체라면서 성당에서 큰일을 저질렀다고 항의했다.   


그 교우는 청년회 활동, 주일학교 교사 등 열심히 활동했고 혼배미사도 올렸지만 세월이 흘러서 이혼하고 재혼하게 됐다면서, “그래도 아버지 집이라고 찾아온 것”이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이 된 후 제12차 주교대의원총회 문서를 받아보고 어떻게 복음화를 다시 할 것인지 고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사람 낚는 어부’로서의 사명이 호숫가의 낚시, 그물질로만 그치지 않고 갈릴래아 호수 전체를 사회복음으로 교화하는 ‘코페르니쿠스 전환’을 시도했다. 이를테면 ‘가두리 양식’인 것이다. 


정황이나 정상을 참작하여, 주관적으로 죄가 아니거나 최소한 완전히 죄가 아닌 객관적 상황에서는, 사람들이 교회의 도움을 받으면서 하느님의 은총으로 살고 사랑의 삶 안에서 성장 할 수 있습니다. (『사랑의 기쁨』 305항)


교황은 첫 번째 성 목요일 예식에서 죄수인데다 이슬람 여성인 발을 씻겨주고 언론의 비판을 받았다. 교황은 교회에 자비의 영성이 너무 빈약함을 절감하고 자신의 사목 방향을 자비의 사목으로 정했다.


교황은 이혼하고 재혼한 가톨릭신자들의 신앙생활을 위해, 새로운 복음화를 ‘가정 사목과 복음화’로 우선하고 ‘문제 가정의 사목’도 염두하고 이 뜻을 내비쳤지만 교회 내부에서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이후에도 자비의 영성을 심어주고자 노력했지만 근본주의자들의 반대는 거셌다. “이미 이혼하고 재혼해서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사목적 배려를 말하는데 당신은 계명을 깨뜨렸다고 말한다”고 지적했다. 


21세기는 평신도 시대… 어떤 영으로 국민사도직 수행할까


▲ 이날 성염 전 대사는 `하느님의 도성은 사회적 사랑(amor socialis)`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 ⓒ 문미정


성염 전 대사는 “21세기는 ‘평신도 시대’”라고 말했다. 이전에는 교회가 복지·교육·의료를 했지만 지금은 국가가 하고 있다면서, “국민사도직으로서 모든 일을 국가가 책임지고 수도자들은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상황에서 국민사도직을 어떤 영을 가지고 하느냐가 문제”라고 짚었다.


평신도 시대에서 국민사도직을 하는 사람들을 일깨우고 그 영을 넣어야 한다면서, “박근혜 율리아나, 김기춘 스테파노, 문재인 디모테오, 임종석 프란치스코…. 국민사도직을 어떤 영으로 했는지 우리는 목격했다”고 말했다. 


평신도가 국민사도직을 하는 기본 방식은 1971년 세계주교대의원총회에서 ‘정의구현이 곧 복음선포’로 규정하면서 드러났다. 


또한, 성직자는 정치에 관여해선 안 되고 발언해서도 안된다는 것은 지난 수십년간 가톨릭을 흔들어온 문제인데, 교황은 성직자, 평신도 모든 사람이 정치사회 문제에 대해 발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인간은 사사로운 사랑(amor privatus)으로 멸망하고 사회적 사랑(amor socialis)으로 구원받는다’고 정립했는데, 베네딕토16세는 이 ‘사회적 사랑’이란 다름 아닌 ‘정치(政治)’라고 규정했다고 설명했다.


성염 전 대사는 강연을 마무리하면서 열쇠를 꺼내보였다. 열쇠는 서양말로 ‘key’, ‘clavis’, ‘clef’라고 하는데, 이는 모두 ‘닫다’는 뜻을 가진 자물쇠라면서 유일하게 우리말만 ‘열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리에 참석한 신학생들에게 “이것(열쇠)을 자물쇠로 보시면 아주 훌륭한 성직자가 될 것이고, 열쇠로 보신다면 훌륭한 사목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평신도에게 듣는 교회, 배우는 교회 


▲ 왼쪽부터 황경훈 우리신학연구소 소장, 최현순 서강대 신학대학원 교수, 주원준 한님성서연구소 연구원 ⓒ 문미정


황경훈 우리신학연구소 소장은, ‘가르치는 교회’에서 ‘듣는 교회’를 강조하는 교황의 제안은 평신도/성직자의 이원론을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한 하느님 백성에게는 신앙감각이 있으므로 이들은 일방적인 가르침의 대상이 아니라 교회가 배워야 하는 존재라면서, 교계가 하느님 백성의 신앙감각에서 배우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면 성직자와 토론하고 함께 의사결정을 내리는 ‘합리적인 교회’로 발전해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경훈 소장은 고통 받는 세계 모든 이들에게 관심 갖고 연대하는 세계시민으로 교육받고 훈련될 때 무관심의 세계화를 생명의 문화로 바꾸는 제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현순 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 교수는 주교와 신자들의 특별한 협동을 주제로 발표 했다. “교회는 각 지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살아있는 몸”이며, 각 지체의 역할은 다른 지체들과의 연관성 안에서 이해돼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 안에서 주교와 신자들은 서로 구분되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서로 결합되어 있다고 말했다. 목자는 그리스도로부터 받은 권위로 직무사제직과 교도권을 수행하고, 신자들은 그러한 권위는 없지만 같은 성령으로부터 도유되어 보편사제직을 수행하고 신앙감각과 말씀의 선물을 갖고 예언직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구성원들이 제 몫을 충실히 해나가면서 또 다른 지체들도 충실할 수 있도록 협력하는 가운데 하느님이 세우신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교회”라고 설명했다. 


주원준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세상과 다르다-히브리적 시선으로 시도하는 한국 가톨릭의 순교신학’을 주제로 발표했다. 교회사 연구서에 ‘다른 종교’, ‘낯선 종교’, ‘새로운 종교’ 등의 표현이 빈번히 등장하는 것을 보고 ‘다름’ ‘낯섬’ ‘새로움’이란 형용사에 주목하고 이 형용사가 함의하는 바를 분석했다.  


이날 학술발표회에는 광주가톨릭대 교수 김영선 수녀, 천주교광주대교구 사목국장 김정용 신부, 황종열 두물머리복음화연구소 소장이 논평자로 나섰으며, 평신도와 수도자, 신학생들 100여 명이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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