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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여성, 한반도의 남녘 끝과 북녘 끝 여성을 보다 - 6일,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샬롬회 두 번째 심포지엄
  • 문미정
  • moon@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19-07-08 17:34:13
  • 수정 2019-07-08 17:3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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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동북아에서 새로운 평화를 꿈꾸다’를 주제로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샬롬회 제2회 심포지엄이 열렸다. ⓒ 문미정


6일, ‘동북아에서 새로운 평화를 꿈꾸다’를 주제로 가톨릭 여성들이 여성을 바라보고 이야기 하는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번 심포지엄은 발제와 논평 모두 가톨릭 여성들이 직접 맡았다는 점에서 뜻 깊었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샬롬회(미래세대연구자 모임) 프로듀서 주원준 씨는 여성 신자들이 주로 ‘청중’의 역할을 맡는 우리 교회의 현실을 돌아보면 이런 새로운 형식 자체가 주는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4.3과 사회적 기억 


장은희 씨(아녜스, 가톨릭대학교 종교학 석사)는 ‘제주4.3과 사회적 기억’이란 주제로 제주4.3에 대한 사회적 기억이 세대별, 젠더별로 어떻게 전수되고, 어떤 부분이 잘 전수되지 않았는지를 살폈다. 


과거 공식 역사에서는 4.3을 공산당 폭동이라고 규정하고, 빨갱이로 낙인찍어 피해자들은 자신의 기억을 공개할 수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족이나 이웃의 죽음, 도망쳤던 경험 같은 사적 기억들이 후체험 세대들에게 가장 많이 전수됐다. 하지만 생존의 어려움, 후유증, 가족 해체, 연좌제 등 4.3사건 이후의 삶과 피해자들이 겪은 치욕적인 경험(특히 성적인 것과 관련된 경험)은 상대적으로 전수가 덜 됐다고 설명했다. 


4.3을 직접 겪지 않은 후체험 세대는 가족 안에서 직접 구술을 통해 사적 기억을 전수받았지만, 그다음 세대로의 재전수 비율은 낮았다. 4.3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을 억압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전수받은 사적 기억과 공식 역사 사이의 분열을 겪었기 때문이다.  


민주화 시기 후체험 세대인 ‘개방세대’는 선생님, 성직자, 친구, 매스미디어 등 가족 밖에서 전수받아 사적 기억을 접할 기회는 적어졌지만 미디어, 문화, 각종 기념행사를 통해 4.3 관련 공론들을 접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이 세대는 사적인 기억보단 역사적 사건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강하다. 


젠더에 따라 사회적 기억도 달라졌다. 남성은 전체적인 시각에서 4.3을 원인·결과형으로 정의하는 비율이 높은 반면, 여성은 구체적인 사실이나 경험으로 4.3을 가해·피해형으로 정의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4.3을 역사적 사건으로 받아들이는 개방세대에 의해 남성의 기억은 강화됐지만 여성들의 개인적이고 구체적 경험은 기억의 재전수가 감소됐다. 


또한 4.3에 관한 주요 통계와 보고서는 객관적 증거·사실을 바탕으로 한 진상규명에 초점을 뒀기 때문에 여성들이 개인의 삶에 초점을 두고 한 증언과 구술은 부차적 자료로 간주됐으며, “여성들이 증언하는 사적 기억은 공적 담론으로 편입되지 못하고 주변화되어 갔다”고 지적했다. 


교회, “4.3 기억 마주하는 사회적 기억 공간 돼야”


▲ 장은희 (아녜스) 씨 ⓒ 문미정


장은희 씨는 4.3의 사회적 기억 공간인 제주4.3평화공원과 기념관을 분석했다. 이 두 공간은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를 바탕으로 건립됐는데, 이 진상조사보고서의 한계점으로 ‘역사적 평가 결여’, ‘항쟁 기억 배제’, ‘학살 책임’, ‘여성 기억의 주변화’가 지적되고 있다. 


4.3평화기념관 전시도 여성의 기억이 배제되어 있으며, 기념관 콘텐츠도 임산부나 아기 어머니가 겪은 모성 파괴의 고통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시관 그 어디에도 집안 남성의 빈자리를 대신해 4.3 이후 재건사업의 상당한 몫을 해야 했던 여성들의 특수한 기억은 재현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평화기념관 설립 과정에 4.3에 대한 서로 다른 역사적 해석이 충돌하면서 전시 내러티브가 일관적으로 흐르지 않는 점도 지적했다. 예를 들어, 강요배 화백의 ‘평화로운 풍경(가칭)’은 주민들이 자발적이고 평화롭게 산에 올라 5.10선거를 거부한 것처럼 그려져 있지만, 5.10선거 무산 관련 사진과 패널에서는 ‘무장대는 5.10선거를 무산시키기 위해 주민들을 산으로 올려 보냈다’고 설명한다. 


장은희 씨는 4.3평화공원·기념관이 국가주의적 색채를 덜어내려고 노력하는 한편, 여성의 기억은 재현되지 않고 있다는 점과 몇 점 안되는 여성에 관한 전시물은 남성적 시각에서 구성되어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향후 과제로 사회적 기억공간을 생성하는 이들과 방문하는 이들에게 젠더적 시각이 필요하고, 4.3 이후의 삶과 침묵해온 기억에 주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교회에서 4.3을 기억하고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한다는 것은 4.3의 기억 속에서 하느님의 뜻을 발견하는 일”이라면서, “교회는 그 자체로 고통을 치유하는 작업장이며, 4.3의 기억을 마주하는 사회적 기억 공간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장은희 씨는 ‘무명천 할머니’ 이야기를 꺼냈다. 할머니는 집 앞 텃밭에서 토벌대의 총격으로 아래턱을 잃고 무명천으로 턱을 가리고 다녔다. 무명천 할머니의 삶터에서 4.3이 그녀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국가폭력에 의해 희생당한 이의 기억을 공간 안에서 마주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 정다빈 (멜라니아) 씨 ⓒ 문미정


논평자로 나선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연구원 정다빈(멜라니아) 씨는 무명천 할머니는 가톨릭 신자이기도 했다면서, ‘공적 담론 안에서 배제된 할머니 목소리는 교회 안에서 얼마나 울려 퍼질 수 있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서, 기념관에서 전시되기 어려운 사적이고 구체적인 이야기들, 공적 서사에서 배제되고 소외당한 여성의 목소리, 목소리 없는 자들의 목소리가 가장 먼저 크고 넓게 울려 퍼지는 공간이 교회였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남겼다. 


코스메틱을 통해 본 북한 여성들의 삶


▲ 김혜인 (사삐엔시아) 씨 ⓒ 문미정


김혜인 씨(사삐엔시아, 동국대 북한학 박사수료)는 코스메틱을 통해 보는 북한 여성들의 모습을 시작으로 더 나은 삶을 위해 중국으로 이동하고 움직이는 북한 여성들, 대한민국에 들어온 북한 여성들을 이야기했다. 


북한 여성들은 진한 색조 화장보다는 수수하고 단정하게 꾸미는 화장을 하며, 북한 사회에서도 화장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권장하고 있다. 북한 월간잡지 <조선녀성>에선 화장법과 피부 관리방법, 최근에는 향수를 고르는 방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북한 여성들의 화장은 거주 지역이나 사회적 신분, 종사하는 직업에 따라 화장에 차이가 나는데, 대부분의 농촌이나 평양 이외 대다수 지역에서는 화장품을 직접 만들어 쓰거나 제조성분, 유통기한이 불분명한 화장품을 사용하기도 한다. 


▲ ⓒ 문미정


이에 대해 김혜인 씨는 “지역이나 직업에 따라 극명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북한의 1990년대 식량난에 따른 빈부격차와 무관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고난의 행군 당시 농촌에서부터 시작된 식량난이 전국적으로 확대되면서, 국가의 배급으로 생활하던 주민들은 배급을 받지 못하자 생활지역을 벗어나 장사를 하거나 돈을 벌기 위해 중국으로 넘어가는 여성들이 늘어났다. 


중국으로 향한 북한 여성들은 인신매매 대상이 되기도 하는데, 사전에 자신이 매매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던 사람들은 인신매매의 위험성과 경제적 이익이 가져오는 편익을 비교했을 때 편익이 더 높은 쪽을 선택했다. 


김혜인 씨는 남한으로 들어온 북한 이탈주민 여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2019년 3월 기준, 한국으로 입국한 북한 이탈주민은 총 32,705명이며 그 중 72%는 여성이다. 일상적으로 북한이탈주민을 만날 확률은 낮으며, 그들이 주로 노출되는 공간은 미디어라고 말했다. 


한 예로 북한 이탈주민 여성과 남한 남성의 가상 결혼생활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에서, 여성은 남한사회에 익숙하지 못해 위로와 도움을 받아야 하는, 남성보다 어린 존재로 다뤄졌다고 지적했다. 


이외 미디어에서도 북한 이탈주민은 이념적인 존재로 소개되며, 주로 북한의 악랄한 현실이나 부정적인 이야기를 전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그들을 특정 시선으로 바라보고 축적된 부정적 이야기를 통해 그들에 대한 혐오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고 비판했다. 


▲ 강석주 (카타리나) 씨 ⓒ 문미정


강석주 씨(카타리나, 서울대 여성학 협동과정 박사수료)는 논평에서 “거의 모든 여성들이 화장을 포함한 외모 꾸미기 수행 앞에서 가지는 뿌리 깊은 복잡한 감정들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의 측면에서부터 소통을 시작한다면, 남북 여성들이 서로 간 공감과 연대의 폭을 넓힐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고 밝혔다. 


자연사하는 기억을 막을 수 있도록 


발제와 논평이 끝난 후 참가자들과 자유로운 토론이 이어졌다. 한 참가자는 “이야기를 하지 못하게 해서 기억이 없어지는 것뿐만 아니라, 나이가 들면 자연히 죽는 것처럼 사람이 죽으면 기억도 없어진다”면서 “우리 사회처럼 빨리 사회가 변했던 곳에서는 기억의 자연사를 막을 수 있는 일들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성들이 본당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만나서 노인들이 경험한 전쟁을 기록하는 것을 시작하면서 자연사하는 기억을 남겨뒀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2017년 시작된 샬롬회는 가톨릭 청년들의 모임으로, 매달 서평회를 열어 회원들이 읽은 독서와 성찰을 나누고 있다. 프로듀서 주원준 씨는 “발제와 논찬은 여성의 몫이지만 지난 1년 간 함께 읽고 토론하고 준비하는 모든 과정에서 남녀의 구분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메리놀 외방전교회 한국지부에서 열렸으며, 가톨릭청년 등 50여 명의 사람들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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