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파인텍 노사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홍기탁, 박준호 파인텍 조합원이 굴뚝농성 426일 만에 지상으로 내려왔다.
10일 오전 11시부터 20시간 넘게 이어진 6차 교섭에서 진통 끝에 협상이 타결된 것이다.
회사의 정상적 운영과 책임 경영을 위해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가 파인텍 대표이사를 맡으며, 2019년 1월 1일부터 최소 3년간 고용을 보장한다.
또한 ▲ 오는 7월 1일부터 공장 정상 가동·조합원 5명 업무 복귀 ▲ 금속노조 파인텍지회를 교섭단체로 인정 ▲ 기본급은 최저임금+1,000원 ▲ 노조사무실 제공과 연 500시간에 해당하는 타임오프를 부여한다는 등의 내용이 합의서에 담겼다.
이같은 합의서가 완성되기까지는 파인텍 조합원들의 농성과 지난달 27일부터 이어진 여섯 차례 교섭, 시민사회의 단식농성이 있었다.
지난 2010년 한국합섬을 인수하고 스타케미칼을 세운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는 2013년 1월 적자를 이유로 공장 가동 중단을 결정하고 권고사직을 받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권고사직을 받지 않은 조합원 29명을 전원 해고 했다.
차광호 파인텍 지회장은 노동자들의 일터를 지키기 위해 2014년 5월 굴뚝에 올랐다. 2015년 7월 김세권 대표에게 ‘고용, 노동조합, 단체협약 승계’를 약속받고 408일 만에 땅으로 내려왔다. 하지만 이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2017년 11월 홍기탁, 박준호 조합원이 다시 굴뚝에 올랐다.
지난달 6일 파인텍 조합원들은 종교계 인사와 시민들과 함께 청와대를 시작으로 목동 스타플렉스 본사 앞까지 4발 5일 동안 오체투지를 하기도 했다. 굴뚝농성 408일이 점차 다가옴에 따라 이날 차광호 지회장은 스타플렉스 본사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시민들의 동조 단식도 이어졌다. 지난달 18일에는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 천주교 빈민사목위원회 위원장 나승구 신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소장 박승렬 목사, 송경동 시인이 단식농성에 동참했다.
굴뚝농성 411일째인 지난달 27일, 종교계 중재로 파인텍 노사 첫 교섭이 있었지만 서로의 입장차를 확인하며 이후 4차 교섭까지 이어졌다. 노조는 직접고용을 하거나 김세권 대표가 파인텍 대표를 맡아 책임질 것을 요구했지만 회사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4차 교섭이 결렬되자 지난 6일 홍기탁, 박준호 조합원이 단식에 들어갔다. 이후 5차 교섭에 이어 6차 교섭에서 긴 진통 끝에 파인텍 노사 협상이 타결됐다.
구급대원의 도움을 받으면서 426일 만에 굴뚝에서 내려온 홍기탁, 박준호 조합원은 지상에서 기다리고 있던 동료들과 조우했다.
홍기탁 조합원은 “너무도 많은 이들이 함께 해줘서 고맙다”면서, 이 사회에서 민주노조 하나 지키는 게 왜 이리 힘든지 모르겠다는 심경을 밝혔다.
박준호 조합원은 “투쟁을 위해 밑에서 고생한 세 동지 모두 고맙다”며 “위에 올라가 있다는 것 말고 한게 없는 것 같아 많이 미안하다”고도 했다.
이어 함께 해준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전하면서, “다시 시작이다. 현장으로 돌아가도 지금까지 함께 한 동지들의 마음 받아 안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파인텍 교섭 결과 보고 및 굴뚝 농성 해단식이 마무리 된 후, 세 노동자는 서울 녹색병원으로 이송됐다.
오는 14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파인텍 고공농성 426을 마치며’ 생명평화 미사가 봉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