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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밥벌이’아니라 ‘하루 생명벌이’하는 노동자들 - 시민사회 원로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연내 제정 촉구 기자회견
  • 강재선
  • jseon@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20-12-29 17:17:57
  • 수정 2020-12-31 11:4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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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김진숙 희망버스 기획단)



지난 28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대한민국 시민사회 원로들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과 어용 노조를 비판했다가 한진중공업에서 부당하게 해고당한 후 35년 간 복직 투쟁을 이어온 김진숙 씨의 복직을 촉구하며 “우리 모두가 바라는 시대의 백신”이라고 선언했다. 


서명에 참여한 73명의 사회 원로 가운데는 함세웅·안충석‧문규현·문정현 신부 등 천주교 성직자들과 더불어 백기완 선생(통일문제연구소장), 명진 스님,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내놔라내파일운동 상임공동대표), 권영길 전 의원, 조돈문 가톨릭대 명예교수(한국비정규노동센터 대표), 손호철 서강대 명예교수,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홍세화(장발장은행 은행장), 소설가 황석영 씨 등이 참여했다. 


진정한 사회개혁은 행방불명되고, 적폐청산은 공염불이 된 채 오히려 더한 적폐들이 창궐하고 있다. 역사적 책임을 더 한층 무겁게 받아들이길 당부한다.


사회 원로들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관해 정부와 여당에 “반성과 성찰”을 요구했다. 이들은 “소수 기업가들의 이익과 탐욕이 중심이 되는 세상이 아닌 대다수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새로운 윤리와 규범을 세우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원청 사용자가 분명한 책임을 지게 하는 일, 코로나바이러스에 위협당하는 모든 이들에게 재난기본소득이 지급되듯이 그간 자본의 바이러스에 의해 한해 2400명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던 비극이 원천에서 소멸되는 진정한 방역행위가 되어야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연내에 통과시킬 것을 촉구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경우 내년 1월 초 종료되는 임시 국회 안에 처리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28일 제출된 정부 수정안이 50인 미만 사업장 4년 유예 등의 조항으로 시민사회 요구에 비해 후퇴해있던 여당 법안보다도 더욱 후퇴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 수정안은 시민사회가 강력히 반대해왔던 50인 미만 사업장 4년 유예안에 더해 50인 이상 100인 미만 사업장 2년 유예안을 추가했다. 그리고 산업재해가 수차례 발생한 기업의 책임을 강하게 묻기 위한 산업재해 발생 인과관계 추정 조항은 아예 삭제했다. 


뿐만 아니라 원청과 하청이 공동으로 안전·보건 조치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조항을 '사업주나 법인 또는 그 기관이 그 시설, 설비 등을 소유하거나 그 장소를 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로 제한하면서 결국 산업재해의 핵심인 ‘위험의 외주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을 막았다. 


2018년 통계청 전국사업체조사에 따르면 전국 사업체 수 4,103,172명 중 50인 미만 사업장은 98.8%다.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9월까지 사업장 규모별 재해자 비율을 살펴보면 78%(62,633명)가 50인 미만 사업장 소속이었다. 뿐만 아니라 1,571건의 산업재해 사망자 가운데 62%(974명)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무했다.


이외에도 최소 산재 손해액의 5배를 손해배상 해야 한다는 여당 안과는 정반대로 손해배상금액을 최대 5배로 제한하여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도 거부했다.


현재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임시 국회 회기 내 제정을 위해 고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김용균재단 이사장) 씨와 고 이한빛 PD 아버지 이용관(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 씨를 비롯한 산재피해가족들과 비정규직노동자들은 17일째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35년 동안 부당하게 탄압 받아왔던 김진숙 씨의 당연한 권리를 조속히 회보시키는 것이 최소한의 사회적 정의다.


한편, 한진중공업 해고자 김진숙 씨의 복직을 촉구했다. 원로들은 한진중공업의 법정관리사인 산업은행이 100% 정부출연 국책은행인 상황에서 결국 한진중공업의 관리감독 주체가 행정수반인 대통령에게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그의 복직이 “지난 오랜 시간 군부독재정권, 정경유착 재벌정권들로부터 탄압받아왔던 모든 노동자들의 인권의 바로미터이자, 리트머스 시험지”라고 표현했다.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1981년 대한조선공사(현 한진중공업) 입사 후 1986년 어용 노조의 현실을 목도하고 이를 비판하는 홍보물을 배포하자 한진중공업 측에서 그를 직업훈련소로 발령했고, 이에 항의하자 사측은 그를 해고했다. 


이후 복직 투쟁을 시작한 김진숙 지도위원은 2011년 한진중공업 구조조정에 항의하며 높이 35m의 크레인에 올라가 300일이 넘게 시위 했고, 당시 시민사회는 ‘희망 버스’를 만들어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을 지지했다. 


이에 앞서 김 지도위원은 2009년 민주화운동명예회복및보상심의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에 따른 복직 판결을 받았으나 한진중공업 측이 급여와 퇴직금을 제공하면 ‘업무상 배임’이 발생한다는 빌미로 복직을 거부해왔다. 


올해에는 부산시의회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야합의로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 촉구 특별결의안이 발표되기도 했다.


현재 김 지도위원은 암으로 투병 중인 상황이지만, 이틀 후 올해가 지나면 정년에 도달함에 따라 복직이 불가능해지면서 ‘영원한 해직자’로 남게 된다. 


사회 원로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은 무한생산, 무한소비, 무한이윤만을 쫒아온 인간의 무지와 탐욕이 부른 인재”이기도 하다며 개발에 시간이 필요한 코로나19 백신과 달리 “위 두 가지 사회적 백신은 지금이라도 즉각 시행 가능한 일”이니 국민들의 생명과 인권이 달린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29일, 한국산업노동학회 운영위원회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관련 의견서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하여 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산업노동학회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중 임대, 용역, 도급, 위탁 등을 행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을 대상으로 위험방지의무를 부과한 것에 대해 중대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 효과적인 조항이라고 판단한다”며 “대부분의 중대재해는 용역이나 하청 또는 공공부문의 경우 위탁 업무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며 실제, 작업장 중대재해는 중·소규모의 용역 또는 도급업체 노동자들에게서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학회 측은 여러 차례 도급을 거치며 공사의 책임이 사실상 분해되어 없어지는 공사도급 관행과 하청 업체 직원들 대다수가 임시직·일용직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하청 업체가 설령 안전보건조치를 취하려 한들, 원청이 공사의 효율성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그러한 지시에 그대로 따를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지적했다.


같은날 법학자 32명과 법조인 60명도 중대재히기업처벌법 법적 쟁점에 대한 법학계 의견서를 발표했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특히 인과관계 추정 조항과 관련하여 ▲안전범죄 관련 정보 기업 독점 ▲안전범죄는 구조적 배경이 더 큰 원인으로 작용함을 지적하고 법이 이러한 인과관계를 따지지 않아왔던 관행이 "안전범죄에서 기업의 고위 경영자를 처벌하지 못해 온 주요한 하나의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정의·평화위원회,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천주교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는 24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연내 제정 촉구 1,562인 선언문을 발표하고 “꼼수를 부림으로써 또 누군가를 죽음의 굴레에 남겨두지 말고 시민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발의한 본 법안을 있는 그대로 제정”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국회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는 유가족과 입법청원에 참여한 10만 시민의 간절함을 저버리지 않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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