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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서 우리 사회를 본다”
  • 문미정
  • 등록 2019-01-15 17:29:52
  • 수정 2019-01-24 14:3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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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오후 7시 광화문 광장에서 ‘파인텍 고공농성 426을 마치며’ 미사가 봉헌됐다. ⓒ 문미정


억울함은 하늘을 찌르듯 75m 굴뚝의 높이가 말하고, 우리 사회 특히 자본의 잔인함을 '426일'이란 기간이 말하고 있다. 


지난 11일 파인텍 굴뚝농성 426일 만에 파인텍 노사 협상이 타결되면서, 14일 오후7시 광화문 광장 고 김용균 씨의 시민분향소 앞에서 ‘파인텍 고공농성 426을 마치며’ 감사 미사가 봉헌됐다. 


이날 강론을 맡은 예수회 김정대 신부는 파인텍 노동자들에게 축하 인사를 전하면서, 시민들과 신자들, 수녀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수녀님들의 존재로 우리 사회는 조금 더 따뜻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대 신부는 “파인텍 노사 문제에 대해 노동자와 사측 사이에 옳고 그름을 따져서 문제 해결을 해야 한다는 의견과 사측의 입장도 받아들여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옳고 그름은 법률가가 하는 것이고, 우린 수도자이자 사목자다. 고통 앞에 중립이란 있을 수 없기에 약자의 억울함에 공감하고 아픔을 함께 나누고자 했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삶의 온기 뿐 아니라 미래의 희망마저 빼앗겼다. 사회는, 그 사회가 배제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따라서 규정된다. 이들 안에서 우리 사회를 본다.


▲ 김정대 신부 ⓒ 문미정


김 신부는 청년 노동자 고 김용균 씨의 죽음을 언급하면서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일들에 대해 수치스러움을 느끼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리는 수치심을 통해서 부족함과 불충분함을 보완하고 극복할 때, 친구들과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친밀함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예수님의 초대에 응답한다면 우리는 청년 노동자 김용균의 죽음 앞에서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와 자본의 잔인한 숫자인 426일에 분노해야 한다. 죽음의 외주화가 멈추지 않는 한, 우리 사회는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사회가 개인의 가치를 망각한다면 그 사회는 목적과 목표를 잃은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고 김용균과 같은 불행한 죽음이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에 올바른 진상규명과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이뤄지도록 요구해야 한다면서, 이들이 온기와 희망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함께 연대해야 함을 강조했다. 


▲ ⓒ 문미정


김옥배 파인텍지회 조합원은 “수녀님들, 많은 시민들, 동지들이 있었기에 지난주 금요일에 내려올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연대해준 이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이 연대의 마음 갖고, 함께 연대하면서 살아가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이날 미사에 함께 한 박순희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지도위원은 파인텍 굴뚝농성을 보면서, “‘돈’이란 것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한 것인데, 돈이 사람을 더 팍팍하게 만드는 세상이 됐구나하는 걸 느꼈다”고 심경을 밝혔다.


“우리는 저 사람들이 왜 저렇게 해야만 했는지 그 사람들의 편이 되어 생각해야 한다”면서 “노동자 문제, 모든 사회 문제는 개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각자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재능을 모아서 함께 어우러져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하느님이 원하시는 세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미사는 한국 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한국 남자수도회 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주관으로 봉헌됐으며 시민들과 수도자들 100여 명이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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