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성직자 성범죄 미신고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필리프 바르바랭(Philippe Barbarin) 추기경의 사임 의사를 반려했다.
프랑스 리옹 대교구장인 바르바랭 추기경은 지난 18일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1심 재판결과와 항소 사실을 알리고 교구장직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 만남 이후 19일(프랑스 현지시간), 바르바랭 추기경이 발표한 입장문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르바랭 추기경이 항소를 제기한 만큼 무죄추정의 원칙을 들어 대교구장직 사임을 반려했다.
바르바랭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뜻에 따라 당분간 교구 운영 일선에서는 물러나 리옹대교구 총대리 이브 봄가르텅(Yves Baumgarten) 신부에게 교구 운영권을 일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프랑스 일간지 < Le Figaro >는 지난 18일 바르바랭 추기경이 교황을 만나기 전에 이례적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거처인 성녀 마르타의 집에 초청을 받아 머물렀다고 보도했다.
해당 일간지는 이를 두고 공식 만남 전에 프란치스코 교황과 그간 사정에 대한 이야기를 개인적으로 나눴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하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르바랭 추기경을 곧바로 직위해제 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바르바랭 추기경이 입장문을 발표한 직후 교황청 공보실 역시 입장문을 발표하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임을 반려했다고 밝혔다.
알레산드로 지소티 교황청 임시 공보실장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르바랭 추기경이 리옹 대교구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면서 “교황청은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성학대 피해자들과 리옹 교구 신자들, 프랑스 교회 전체에 특별한 지지를 표명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임 반려에 대해 프랑스 성직자 성범죄 피해자 공동 대응단체 ‘파롤 리베레’(Parole Libérée) 대표 프랑수아 드보(François Devaux)는 프랑스 일간지 < La Croix >와의 인터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임 반려를 두고 성직자 성범죄에 관해 표명한 무관용 원칙을 고려할 때 이번 결정이 “일관되지 못한 결정”이라며 “교회가 성직자중심주의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고 비판했다.
파롤 리베레 공동설립자 알렉상드르 뒤소-에제(Alexandre Dussot-Hezez) 역시 < La Croix >에 보낸 짧은 글에서 “나는 내 신앙을 실천하는 여러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며, 더 이상 교회라는 기관에 속해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발혔다. 그러면서 “교회는 내 눈에 더 이상 믿음직스러워 보이지 못한다”며 유감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