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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가톨릭, 워싱턴 대교구장에 최초로 흑인 임명돼 - 미국 대주교 중 유일한 흑인, 성직자 성범죄 해결에 적극 동참해온 인물
  • 끌로셰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19-04-05 14:18:23
  • 수정 2019-04-08 11: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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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4일 아틀랜타 대교구장 윌튼 그레고리(Wilton Gregory) 대주교를 워싱턴 대교구장에 임명했다. 워싱턴 대교구장직에 임명된 성직자는 보통 추기경으로 서임될 정도로 미국 가톨릭교회 내에서 워싱턴 대교구의 위상은 매우 높은 편이다. 

워싱턴 대교구장직은 지난 10월 당시 교구장이었던 도날드 우얼(Donald Wuerl) 추기경이 사퇴한 이후 지금까지 공석으로 남아있었다.

우얼 추기경은 과거 피츠버그(Pittsburg) 교구장으로 재직할 당시 성범죄 가해 성직자를 전출시켜 사건을 은폐했다는 의혹이 담긴 펜실베니아 주 대배심 보고서와 더불어 자신의 전임자이자 아동 및 신학생에게 성범죄를 저질러온 시어도어 매캐릭(Theodore McCarrick)의 비위를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의혹 이후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을 변호할 충분한 근거가 있음에도’ 사임 의사를 표시한 우얼 추기경의 뜻을 받아들여 사임을 수리했다. 우얼 추기경을 신임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얼 추기경의 사임을 수리한 뒤에도 후임 교구장이 선출될 때까지 그를 교구장서리(Apostolic Administrator)로 활동하게 했다. 

미국 언론들은 그레고리 대주교의 임명을 두고 아프로 아메리칸(Afro-American)이라 불리는 인종으로서는 처음으로 워싱턴 대교구장에 임명되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워싱턴 대교구의 가장 오래된 흑인 중심 교회인 세인트 어거스틴 성당(St. Augustin Catholic Church)의 패트릭 스미스(Patrick Smith) 신부는 < CNN >에 “인종이 중요시 되어서는 안 된다”면서도 “미국에서는 우리도 모르게 인종이 언제나 중요시 되어왔다”고 말했다. 스미스 신부는 그레고리 대주교의 워싱턴 대교구장 임명이 고위성직자 임명에 인종이 더 이상 걸림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그레고리 대주교는 임명 소식 이후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감사를 전하며 “우리 앞에 당도한 문제를 해결하는 가운데 워싱턴 교회의 사람들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어서 빨리 듣고 싶다”고 전했다. 그리고 “워싱턴 교구의 신뢰를 재건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레고리 대주교는 영화 < 스포트라이트 >의 배경이 된 2002년 미국 보스톤 대교구의 대형 성직자 성범죄 및 은폐 사건이 터졌을 당시 미국 주교회의 의장을 맡고 있었다. 이 때 그레고리 대주교는 아동성범죄 신고를 의무화하고 사법당국의 모든 성범죄 조사에 적극 협조하라는 내용이 담긴 미국 주교회의 헌장과 사건 처리 절차 규범의 통과를 주도했다.

그레고리 대주교는 기자회견에서 성직자 성범죄와 같은 일들로 인해 “우리는 신자들이 교회를 떠날 이유를 아주 많이 주었다”면서 “교회에 남아야 할 몇 가지 이유를 주고 싶다”는 소망을 밝히기도 했다. 그리고 “내가 사람들을 솔직하게 대할 것이며, 섬세하게 (교구를) 운영하고, 언제나 찾아와 시간을 내주는 사람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레고리 대주교의 워싱턴 대교구장 임명이 발표된 날짜는 우연히도 대표적인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Jr.) 목사 피살 51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그레고리 대주교는 기자회견에서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암살당했을 때 자신이 20살이었다고 말하며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죽음은) 정의와 평화를 추구하는 순교자가 오늘날에도 있음을 알게 해주고, 그의 삶과 죽음이 사람들에게 미친 영향을 알 수 있게 해준 전환점”이라고 말했다.

그레고리 대주교는 주교단 내에서도 매우 좋은 평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타운 대학의 ‘가톨릭 사회교리와 공직 생활 운동’(Initiative on Catholic Social Thought and Public Life) 대표 존 카(John Carr)는 < CNN >에 “그레고리 대주교는 2002년 헌장, 무관용 원칙 및 평신도 조사위원회 채택 노력을 주도하는 가운데서 그의 결의와 헌신을 보여준 바 있다”고 평가했다.

이 밖에도 2014년 아틀랜타 대교구 측에서 대교구장 관사로 220만 달러(한화 약 25억)짜리 맨션을 구입했다가 아틀랜타 교구민들이 반발하자 이를 처분하기도 했다. 당시 그레고리 대주교는 사과문을 발표하고 “주택대출, 수도·전기·가스 등의 공공요금, 학비를 비롯한 여러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서도 매년 제 후원 부탁을 마다하지 않은 교구의 모든 가족들께 미칠 영향을 차마 생각지 못했다”고 실수를 인정하기도 했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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