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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우당의 기도가 이뤄졌다고 말할 날을 기대하며
  • 문미정
  • 등록 2019-04-26 18: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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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고 육우당 16주기 `혐오와 차별에 희생된 이들을 기억하는 추모기도회`가 열렸다. ⓒ 문미정


청소년 성소수자 故 육우당을 기억하며 25일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혐오와 차별에 희생된 이들을 기억하는’ 추모기도회가 열렸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추모기도회에는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그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평등한 세상을 위해 함께 기도했다. 


육우당은 스스로 성소수자이면서 성소수자 인권을 위해 활동하던 운동가였고, 시조 짓기를 좋아하는 시조시인이었다. 그는 유서에 “장례를 천주교식으로 해달라, 난 천주교를 사랑한다”고 할 만큼 독실한 천주교 신자이기도 했다.


2003년 4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청소년보호위원회에 청소년보호법상 유해사이트 목록에서 동성애 관련 사이트 삭제를 권고하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동성애를 비난하면서 이 같은 결정을 철회하라는 내용으로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는 이 성명서를 비판하는 글들을 여러 매체 올리기도 했다.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사회와 종교에 많은 상처를 입은 탓일까. 그는 2003년 4월 26일 6장의 유서, 전 재산 34만원, 성모마리아상, 십자가상을 남기고 자신이 활동하던 동성애자인권연대(현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사무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평소 동성애자로서의 삶도 힘들었는데 이제 소돔과 고모라, 하느님의 유황불 심판까지 들어야하는 현실이 너무 슬픕니다. (...) 내 한 목숨 죽어서 동성애 사이트가 유해 매체에서 삭제되고 소돔과 고모라 운운하는 가식적인 기독교인들에게 무언가 깨달음을 준다면 난 그것만으로도 죽은 게 아깝지 않다고 봐요. - 육우당 유서 중 


▲ ⓒ 문미정


16년 전 죽음을 선택했지만 육우당의 정신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사람들은 매년 그를 기억하며 성소수자 인권과 연대에 힘을 보태고 있다. 


강자도 약자도 없는 그런 천국에서 살고 싶다던 그를 기억합니다. 고통도 멸시도 비난도 가난도 폭력도 없는 세계를 바라던 그를 기억합니다. 언젠가는 반드시 네 기도가 이루어질 거라고, 아니 이루어졌다고 말할 날을 기대합니다. 

-더 많은 무지개를 위한 기도 중 


혐오와 차별이 주제인 만큼 기도회는 우리 사회 소수자들과, 혐오와 차별을 겪는 이들, 젠더 폭력에 희생된 이들, 사회 변혁을 바라는 이들의 기도로 채워졌다. 


▲ ⓒ 문미정


참석자들은 사랑으로 모든 차별과 미움을 이기고 육우당이 그렸던 세상을 이뤘다고 말할 날을 기대하면서 노래 ‘사랑이 이기네’를 다함께 불렀다. 추모기도회 이후에는 각 개인들이 따로 마련된 공간에서 먼저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해 기도하기도 했다. 


어떠한 차별도 없이 받은 은혜로 어떻게 차별하겠나

무조건 용서해주신 그 사랑처럼 우리도 사랑하리라

사랑하세 사랑이 이기네 모든 차별과 미워함은 우리 것이 아니네 

- 노래 ‘사랑이 이기네’ 중 


추모기도회는 무지개예수 주최로 열렸으며 30여 개의 단체들이 함께 했다. 무지개예수는 성소수자 그리스도인과 성소수자와 함께 하는 그리스도인 모임이다. 


오는 6월 1일 열리는 서울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에 무지개예수도 참가해 트럭을 운영할 예정이며 사회적소수자와함께하는 성공회교회들과 로뎀나무그늘교회도 축제에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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