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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있고 얼굴은 없는 ‘교회청년’ - 루터교·성공회·감리교 등 한 자리 모여 ‘교회와 청년’ 주제로 포럼 - 청년을 잃어가는 교회의 미래를 이야기하기
  • 강재선
  • jseon@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19-05-17 12:54:11
  • 수정 2019-05-17 12:5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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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재선


지난 16일 저녁, 루터중앙교회에서 ‘교회와 청년’을 주제로 한국 그리스도교의 청년 사목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청년을 잃어가는 교회의 미래를 이야기하기’라는 목표로 기획된 이번 ‘청년 선교 포럼’은 기존의 청년 선교를 진단하고 그에 따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이번 자리에는 루터교를 비롯해 성공회, 감리교 등 여러 개신교 신자들이 모여, 각자의 교회 안에서 청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함께 나누었다.


개회사에서 한국루터란아워 이사장 주대범 장로는 “한국교회에 망조가 들기 시작한지는 꽤 오래됐지만 살다보니 기가 막힌 일이 많다”며 “김삼환 부자, 사랑의 교회, 전병욱 등 이들이 결정타를 날린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한국교회가 얼마나 망가져서 그러한 토양이 되었는지를 생각하면 가슴 아프다”라고 지적했다.  


주 장로는 “청년들이 떠난다는 것은 청년 정신이 교회에서 핍박당하고 축출당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순수한 복음을 향해 창조적으로, 마구 덤벼드는 것이 청년 정신인데 교회에서 그런 정신이 없어져 버리니 교회는 무지랭이가 되버리고 비상식적인 집단으로 몰락했다”고 말했다.

 

청년, 이름만 있고 얼굴은 없다


▲ 한국기독청년협의회(EYCK) 남기평 총무 ⓒ 강재선


한국기독청년협의회(EYCK) 남기평 총무는 기존 청년선교라는 것이 유명무실하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그는 각 개신교 교파의 일반 문제를 다루는 총회를 구성하는 대의원인 총대 중 청년은 한국교회를 통틀어 단 한 명뿐이라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청년이 어디서 어떻게 언급되는가는 이 숫자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비판했다. 


교회 안에서 청년은 “존재가 아니라 대상”으로 취급을 받고 있다며 “의사결정 구조 방식을 살펴보면 청년이 무조건 한 명 끼게 되는데, 사실 그 친구의 의견 같은 것들은 중요하지 않다. 그냥 멋있어 보이려고 (끼워 넣은 것)”이라고 꼬집어 말했다. 


남기평 총무는 오늘날 청년선교가 “‘청년이니까 그냥 거기 있어라. 교회나 잘 나와라’는 식”이라고 지적하며 기성 교회들과 교회 지도자들이 오히려 지금까지도 교회에 머물고 있는 청년들을 “어떻게 잘 머물게 할지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교회 안에서 청년들은 기성세대에 의해 대상으로 여겨지고, 이에 따라 이들의 의사가 무시되면서 갈등이 생겨났을 때 청년들은 “가족공동체적인 성격 때문에 이 갈등을 피할 수가 없어서 사라지는 것을 택한다”고 덧붙였다.

 

과도한 내밀함에 지친 청년세대


▲ 양희송 청어람ARMC 대표 ⓒ 강재선


양희송 청어람ARMC 대표는 청어람ARMC에서 진행해온 수요예배 ‘세속성자’ 모임의 형태와 취지를 설명하면서, 앞서 남기평 총무가 지적했듯 청년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오는 가족공동체적 교회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이런 모임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양희송 대표는 수요예배 형태로 진행되는 세속성자 모임은 예배 외에는 다른 어떤 기타 활동을 권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양 대표는 기존 교회들에서는 “교회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붙잡혔다’. 그걸 소위 ‘목회 케어’라고는 하지만 원치 않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매우 성가신 일”이라며 “이러한 청년들은 익명 속에 숨고 싶어 한다. 이들에게 이처럼 작은(내밀한) 그룹에 나간다는 것은 피로감이 되어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주낙현 주임사 ⓒ 강재선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주낙현 주임사제는 그리스도교가 심리적 치유와 안정과 같은 유행 또는 “정통신학이 아닌 영지주의에 기초한 가짜신학”을 따를 것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다양하게 표현되는 은총을 발견하고 축하하는” 성사의 원리(sacramental principle)에 기반해 떠나간 청년들을 되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주낙현 사제는 특히 교회 선교가 성사와의 만남을 어떻게 발견하고, 지탱하고, 격려하는가 하는 문제에 달려있다면서 소위 ‘제도 종교를 거부하나 영적이고자 하는(Spiritual but not religious)’ 현상에 관한 원인이 기성 교회 자신들에게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보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주 사제는 오히려 우파 복음주의자들이 사람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로 꼽은 ‘삶의 진지함’, ‘역사적 뿌리에 관한 깊은 관심’, ‘지적, 예술적 풍요’, ‘명확하고 안정적인 권위와 가르침’이 떠나가는 청년들을 붙잡는 구심점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가치의 도입을 통한 문화변혁 


▲ 한국루터회 중앙교회 최주훈 담임목사 ⓒ 강재선


한국루터회 중앙교회 최주훈 담임목사는 서유럽 르네상스 시절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을 통해 활자가 대중적으로 보급되고, 지배계층의 언어였던 라틴어가 아닌 지방 방언들이 활자화되기 시작한 현상에서 보듯 “지식 독점에 금이 가고 비주류의 소통이 강화될 때 역사의 변혁이 일어난다”고 짚었다. 그는 “역사를 움직이는 것은 엘리트가 아니라 천출, 비주류라 불리는 이들의 사회진입을 통한 변화”라고 말했다.


최주훈 목사는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가는 가장 큰 이유는 교회가 청년에게 소통과 관용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하며 “교회가 거룩이라는 이름으로 차별, 소외를 형성한다”고 지적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시간에 ‘교회 청년들의 훈련, 교육’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발제자들은 “청년들이 뭔가를 배우는 시대는 지났다”고 진단했다. 특히 양희송 대표는 “그동안 써온 교회성장의 도구들이 예전처럼 작동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공동체를 강조하며 내부 단속에 집착하고 청년들을 아이 취급하며 결정권도 안 준다”고 비판했다.


주낙현 사제는 그럼에도 여전히 교회는 “대안 문화의 공간”이라면서 “세대 간 갈등 문제가 심각한데 교회야말로 유일하게 남아 있는 남녀노소가 함께 모일 수 있는 시간이자 공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최주훈 담임목사는 “사람들 사이의 허브 역할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라고 제안하며 “사람들을 조종하려 하기 보다는, 이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 된다면 새로운 공동체가 자생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청년 선교 포럼에는 루터교, 성공회, 감리교를 비롯한 그리스도교 청년 30여명이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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