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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치를 위한 전략적 선택
  • 이기우
  • 등록 2019-06-06 10:2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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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7주간 목요일 : 사도 22,30; 23,6-11; 요한 17,20-26


▲ 2018년 1월 문재인 대통령과 국무위원 신년참배 (사진출처=국립서울현충원)



오늘은 나라를 위해

순국하신 애국선열들을

기리는 현충일입니다. 


오늘날 우리나라가 이만큼 발전했고 번영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분들의 헌신과 희생이 있었기에 이에 감사드리는 일은 당연한 일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예수님께서 제자들이 하나가 되게 해 달라고 하느님께 기도하셨습니다. 제자들이 일치할 수 있는 비결은 하느님 안에 사셨던 예수님처럼 제자들도 하느님 안에서 살아가는 것이었습니다. 하느님 안에서 살아가는 제자들을 보고서야 세상도 제자들에게서 하느님을 알 수 있으리라는 것이고, 세상이 하느님을 알게 되면 그 하느님을 알게 해 주신 분이 예수님이심을 자연히 알게 될 것이라는 이치에서였습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예수님께서는 많은 유다인들의 오해와 반대와 배척을 당하셔야 했습니다. 제자들의 일치를 통해 하느님을 알게 되리라는 그 ‘세상’은 사실상 예수님을 오해하고 반대했으며 심지어 배척하기까지 했던 주류 유다인들이었습니다. 공생활 삼 년 동안 예수님께서 그토록 여러 곳을 다니시고 그토록 많은 병자들과 장애자들을 도와주셨으며 그토록 많은 유다인들을 만나서 가르치셨어도, 예수님께 남은 사람들은 극소수의 제자들뿐이었던 겁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을 반대하고 배척한 다수의 주류 유다인들을 일치시키시려던 전략은 먼저 소수의 제자들을 하느님 안에서 일치시키고, 그 제자들의 일치를 세상의 다수 주류 유다인들에게 보여주심으로써 그들이 하느님을 알게 하여 일치시키려는 전략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선택적 전략이요 소수의 일치를 통한 다수의 포용 전략이라 하겠습니다. 이 과정에서 진리이신 하느님을 알게 하는 일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원칙이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원칙에서는 일치를, 선택적이고 임시적인 일에 있어서는 자유를, 그러나 모든 일에 있어 사랑을. 


세 번째 선교여행을 마치고 예루살렘으로 돌아온 바오로는 예상했던 대로 유다인들의 고발을 받아 피고가 되었습니다. 그 유다인들은 최고의회 의원들이었고 그들 중에는 사두가이도 있었지만 바리사이도 있었습니다. 바리사이 출신이었던 바오로는 자신이 세 번에 걸친 선교여행 중에 옛 동지들이었던 바리사이 유다인들이 그렇게 끈질기게 방해하고 괴롭혔음에도 불구하고, 그 원한을 잠시 접어두고 분리 전략을 구사합니다. 즉 자신이 바리사이 출신임을 다시 한 번 밝히고 바리사이 유다인들이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부활 신앙을 천명하는 행동이었습니다. 그렇게 하면 부활을 믿지 않는 사두가이들은 떨어져 나가고 더 극렬히 반대하겠지만 바리사이들은 자신을 옹호해 줄 것이라는 계산이 섰기 때문입니다. 


과연 그 전략은 성공을 거두어 바오로는 바리사이들을 자신의 편으로 돌려세우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예루살렘에서 결판이 날 문제는 아니었고, 성령께서 시키신 대로 어떻게 하든 예루살렘을 벗어나서 당시 세계의 수도였던 로마로 가서 재판을 받음으로써 로마 제국 선교에 일대 전기를 마련하고자 하는 구상을 바오로는 가슴에 품었습니다.


예수님의 전략적 선택은 제자들을 중심으로 세워진 교회가 유다인들이 아니라 이방인들의 세계로 퍼져나가게 만들었고, 다시 바오로의 전략적 선택은 이방인들로 채워지기 시작한 교회가 로마라는 당시 세계의 중심에서 뿌리를 내릴 수 있게 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러한 일치의 전략을 두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는 이렇게 해석을 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원칙에서는 일치를, 선택적이고 임시적인 일에 있어서는 자유를, 그러나 모든 일에 있어 사랑을” 간직해야 한다는 해석입니다. 일치를 위한 전략적 선택에 있어서 기반은 하느님 신앙이요 이는 일치의 목표에 있어서도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원칙입니다. 그러나 그 밖의 조건들에 대해서는 자유롭게 재량을 부여할 수 있고 또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재량을 부여하고 상대방의 자유를 인정함에 있어서 사랑을 간직할 때라야 하느님을 기반으로 한 근원적 일치가 가능해 질 것입니다.


시대정신에 동의하는 이들과 

일치를 이루는 일이 먼저입니다. 


정의로운 역사를 바로 세우고, 갈라진 민족의 통합을 향해 나아가자는 현 대통령의 호소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으로 이어지는 민주정부가 국민에게 호소하는 시대정신입니다. 그런데 이 흐름에 정면으로 거스르는 야당과 수구 언론과 이를 지지하는 태극기 부대와 아스팔트 보수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아서 국민을 피곤하게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역시,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합니다. 이 시대정신에 동의하는 이들과 일치를 확고하게 이루는 일이 먼저입니다. 그렇게 해서 형성된 시대의 주류가 나머지를 유연하게 설득해야 합니다. 속도나 방법, 범위 등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재량을 발휘하고 자유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함께 살아야 할 동포이고 이웃이며 우리 정치 공동체의 구성원이기 때문입니다. 항상 사랑을 간직해야 하되 시대정신이라는 원칙에 대해서는 추호도 타협해서는 안 됩니다.


다시 맞이한 이 현충일에 올바른 나라사랑의 길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



[필진정보]
이기우 (사도요한) :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명동성당 보좌신부를 3년 지내고 이후 16년간 빈민사목 현장에서 활동했다. 저서로는 믿나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행복하여라』 등이 있으며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발간한 『간추리 사회교리』를 일반신자들이 읽기 쉽게 다시 쓴 책 『세상의 빛』으로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현재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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