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현지 시간으로 지난 14일, 성직자 성범죄를 등한시하고 여성과 유대교를 비하하는 등의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칠레 산티아고 대교구 보좌주교의 서품이 취소되었다.
산티아고 대교구는, 교황청이 차기 보좌주교로 임명했던 사제가 보좌주교직을 거절하여 임명이 취소되었다고 전했다.
보좌주교로 지명되었던 이라라자발(Carlos Eugenio Irarrázaval) 신부는 칠레 현지 언론에 “진밥을 아무리 저어봐야 소용없다”며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들에 집착하는 것은 소용없다. 새로운 것이 없지 않냐”며 성직자 성범죄 피해자들의 고통과 그 해결을 위한 노력을 비하했다.
이 언론 인터뷰 바로 다음 날에는 칠레 현지 방송 < CNN Chile >에서 “최후의 만찬 때 식탁에 앉아있는 여성이 없었기 때문에” 교회 내에서 여성의 역할이 없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하며 교회 내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
뿐만 아니라 같은 인터뷰에서 유대교를 두고 “유대교 문화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맹목적 애국주의”라면서 “유대인이 길을 걸어가면, 여성은 유대인에게서 열 발 떨어져 걷는다”며 마치 유대교가 여성을 불가촉천민으로 취급하는 것으로 묘사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라라자발 신부는 이후 논란이 일자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이러한 사과문은 주교임명 취소를 막지 못 했다. 결국 이라라자발은 여론을 의식해 보좌주교직을 거절했고 교황청은 이를 수리해 보좌주교 서품을 최종적으로 취소했다.
칠레 가톨릭교회는 성직자 성범죄 피해자들이 피해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리면서 목소리를 내 그동안 가려졌던 가톨릭교회 성직자 성범죄 사건을 수면위로 올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직자 성범죄 추문이 불거지기 전 칠레를 순방했는데 성범죄 피해자들이 사건을 은폐한 주교를 규탄하자 이에 대해 ‘근거 없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순방 이후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의 발언이 잘못됐다고 시인하며 사과를 청하고 곧바로 교황청 특사를 파견해 철저한 조사를 지시하기도 했다.
칠레 가톨릭교회 성직자 성범죄의 대표적인 사례는 ‘카라디마 사건’으로, 한 명망 있는 사제가 수십 년 간 수십 명의 아동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사건이다.
페르난도 카라디마(Fernando Karadima)의 제자들은 교회 요직을 차지하고 카라디마의 성범죄를 무마하는 등 칠레 가톨릭교회가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 결과 칠레 주교단은 전원 사임 서한을 제출했고 산티아고 교구장을 지낸 2명의 고위성직자를 비롯해 총 8명의 주교가 사임하기에 이르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청 특사를 파견해 사건의 전말을 파악한 후 범죄사실이 밝혀지자 페르난도 카라디마(Fernando Karadima)의 성직을 박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