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교황, 칠레 산티아고 대교구장 사임 수리 - 전원 사임 서한 제출한 주교들 중 8번째 사임 -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사임 반려한 바르바랭 추기경과 비교돼
  • 끌로셰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19-03-26 17:27:54
  • 수정 2019-03-26 18:15:38
기사수정


▲ 리카르도 에자티 추기경 (사진출처=CNN Chile)


프란치스코 교황이 23일 지난해 중순 성직자 성범죄를 이유로 단체로 사임 서한을 제출한 칠레 주교들 중 8번째로 리카르도 에자티(Ricardo Ezzati) 추기경의 사임을 수리했다. 


칠레 산티아고 대교구장을 지낸 에자티 추기경은 1980-1990년대 다수의 아동을 상대로 한 칠레의 악명 높은 ‘카라디마 사건’과 더불어 2002-2018년 사이에 벌어진 산티아고 대교구 전 사무처장 오스카 무뇨즈(Oscar Muñoz) 신부의 성범죄를 포함해 총 3개의 성범죄를 은폐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사임 수리 몇 시간 전, 칠레 사법당국은 자신에 대한 고발을 취하해달라는 에자티 추기경의 요청을 기각했다. 사법당국은 추기경을 상대로 교구 사제 성범죄 은폐 가담 여부를 조사해 왔으나 조사과정에서 에자티 추기경이 침묵으로 일관하자 추기경에 대한 기소를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칠레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해당 결정은 만장일치로 이루어졌다.


산티아고 대교구장직이 공석이 되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청의 지시 전까지 교구장 서리(Apostolic Administrator ‘sede vacante et ad nutum Sanctae Sedis’)로 칠레 코피아포(Copiapó) 교구장 셀레스티노 아오스 브라코(Celestino Aós Braco) 주교를 임명했다. 


교구장 서리에 대한 반응 엇갈려


한편, 미국 가톨릭매체 < Crux >는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아오스 브라코 주교가 한 교구의 검찰관(Promotor of Justice)으로 재직할 당시, 다섯 명의 신부가 신학생을 상대로 저지른 성범죄 고발을 교회법 절차를 개시할 충분한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특히 해당 사건 피해자 중 한 명은 아오스 브라코 주교가 “산티아고 대교구에 진실, 정의 또는 치유를 보장하지 못한다”면서 교구장 서리 임명을 비판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임명에 만족하지는 않지만 “만회할 기회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에자티 추기경은 학대와 은폐의 문화 그 자체”


카라디마 사건 피해자인 후안 카를로스 크루스(Juan Carlos Cruz), 호세 안드레스 무리요(José Andres Murillo), 제임스 해밀튼(James Hamilton)은 에자티 추기경 사임 수리 소식에 “에자티 추기경은 우리가 수년간 싸워온 것, 즉 칠레와 전 세계에서 수많은 생명을 파괴한 학대와 은폐의 문화 그 자체”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반면 에자티 추기경은 사임 수리 이후 한 미사에서 “차분한 상태”라면서 자신은 대교구장 임기를 시작하며 ‘모든 고발은 신속한 조사의 대상이 되도록 책임질 것’이라고 했던 약속을 지켰다고 말해 피해자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칠레 사법당국은 100여건의 성직자 성범죄와 성범죄 은폐를 조사하고 있으며, 구체적으로는 8명의 주교와 100명의 사제가 조사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수 역시 최소 178명으로 집계되었으며, 그 중 79명이 미성년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에자티 추기경을 포함해 8명의 주교는 모두 칠레 사법당국에서 은폐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더불어 지난 1월 9일 칠레 상원 산하의 인권위원회는 2006년 극빈자 교육 및 구제 분야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부여받았던 에자티 추기경(이탈리아 출신)의 칠레 국적 박탈을 논의했으며, 박탈 여부 결정은 조만간에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칠레 성직자 성범죄 사건의 전말?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1월 칠레 순방 이후 성직자 성범죄 해결을 위해 교황청 특사로 찰스 시클루나(Charles Scicluna) 대주교를 현지에 파견했다. 시클루나 대주교는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수집하여 2,300쪽 분량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보고서를 읽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진실하고 균형 잡힌 정보의 부족으로 상황 판단에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자신의 과오를 고백했다.


이후 프란치스코 교황은 칠레 성직자 성범죄 피해자들을 초청해 이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당시 피해자들은 “아버지처럼 존중과 애정으로 내 이야기를 들어주셨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5월 칠레 주교단을 교황청으로 소집해 칠레 전역에 퍼진 심각한 성직자 성범죄 인식 수준을 파악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그 결과로 칠레 주교단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단체로 사임 서한을 제출하며 “서한을 통해 로마에 있는 모든 칠레 주교들이 우리의 사목직을 프란치스코 교황의 손에 맡겨 교황께서 자유롭게 우리 하나하나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한편, 이번 사임 수리는 최근 프랑스 사법당국이 성범죄 미신고 혐의로 1심에서 6개월 징역에 집행유예를 선고한 필리프 바르바랭(Philippe Barbarin) 추기경의 사임을 최종심이 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추정의 원칙’을 들어 반려한 사례와 비교되고 있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catholicpress.kr/news/view.php?idx=5752
기자프로필
관련기사
댓글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비회원 이름 패스워드 자동등록방지
연재+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