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6년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의 큰 깨달음을 계기로 시작된 원불교가 개교 104년을 맞는 올해 크고 작은 변화를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원불교학과 입학 구비서류인 정녀(貞女)지원서 제출 폐지와 정남정녀 규정이 개정되면서 원불교 교무들의 결혼제도가 폭넓어졌다.
정남정녀(貞男貞女)는 원불교 교역자(전무출신) 가운데 특별히 독신으로 교단에 공헌하는 교역자를 칭한다. 그동안 남성 교무들은 결혼과 독신을 선택할 수 있는 반면, 여성들은 교무가 되기 위해선 독신으로 살아가겠다는 정녀(貞女)지원서를 제출해야 했다.
하지만 지난 6월 열린 제303회 원의회 상임위원회에서 전무출신지원자 심사규칙을 개정했고 1986년부터 여성 지원자들이 의무적으로 제출했던 ‘정녀지원서’를 심사규칙에서 삭제했다.
이로써 여성 교무들도 자신의 뜻에 따라 결혼과 독신을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 7월 열린 제239회 임시수위단회에서는 정남정녀규정 개정안이 통과되어, 정남정녀 지원자는 교역자로 승인된 때부터 42세 이전까지 정남정녀 지원서를 교정원에 제출하면 된다. 이후 심사를 통해 인증 받은 후 연령 60세가 되면 정식으로 정남정녀 명부에 등록되며 정식으로 명부에 등록되기 전에는 정남정녀 지원을 철회할 수 있다.
원불교대학원대학교 총장 김경일 교무는 <가톨릭프레스>와의 통화에서 “원불교는 모든 차별을 넘어서는 가치를 지향하는 종교”라고 말했다.
원불교 교역자는 교역을 함에 있어 남녀 차이는 없다. 그러나 양육, 내조 문제 등 여성들에게 덧씌워진 사회적인 굴레로 인해 여성 교무들은 결혼 후 교무 직책 수행이 어려웠고, 이에 따라 그동안 여성 교무들이 결혼을 하지 않는 관행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김경일 총장은, 그동안 원불교 내부에도 현실적인 장벽이 있었지만 우리 사회문화가 점차 변화해감에 따라 원불교도 본래 지향했던 가치를 위해 다시 입장을 정리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 교무들이 결혼을 하고 교역자 생활을 하겠다는 의사를 막을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남성들의 선택권은 자유로웠지만 여성들은 명목상 선택권이 주어져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이러한 선택권을 더 현실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논의 과정을 거쳐 결정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제도적 변화를 실제 시행하는 과정에서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면서, 때에 맞게 슬기롭게 헤쳐 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으로 더 자유로운 사고를 가진 젊은 세대들이 들어오면 변화의 폭이 커질 것”이라면서, 내부적으로 교역자 양성 시스템이나 교육과정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폭넓은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지속될 원불교의 변화에 대해 김경일 총장은 “우리가 잘 나아가려면 내부적으로도 투철한 자기 철학과 소신이 있어야 하고, 한국 사회도 원불교의 노력을 의미 있게 평가해주고 지켜봐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