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치유되고 평화로운 집에 함께 살고 싶다면, 나가서 이 세상을 치유하는 일에 참여하십시오! - 2019년 국제청소년포럼 프란치스코 교종
5일 오후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는 남녀수도장상협의회의 제안으로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기념미사를 봉헌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강우일 주교(제주교구장)는 미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이 제정된 의미를 설명했다.
하느님께서 아름답게 창조하신 세계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파괴되고 있다는 염려를 교회가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강우일 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태보호를 언급하며 “(자연은) 도구처럼 우리가 사용하고 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생명을 공유하는 존재라는 새로운 통찰이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강우일 주교는 “환경과 자연이 망가지면 제일 타격을 받는 것이 가난한 사람”이라고 경고했다. “돈 있고 힘 있는 사람들은 망가지는 생태환경에도 불구하고 자기 스스로를 지킬 수 있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자신을 지킬 힘이 없기 때문에 자연이 망가지면 (그 피해를) 온몸으로 받고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성장과 개발을 만능으로 여기는 ‘성장 신앙’이 가장 큰 문제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강우일 주교는 성장과 개발을 만능으로 여기는 사회지도층의 “성장 신앙”이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강 주교는 “성장이 사람을 잘 살게하고 행복하게 한다는 대명제는 경제학자들 안에서도 무너지고 있다.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순”이라며 “정치인들도 구태의연한 옛 경제학 논리에서 벗어나 어떻게 하는 것이 나라가 정말 잘되는 길인가를 생각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진 기념미사 강론에서도 강우일 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담화를 다시금 강조하고, 아마존 시노드와 제주교구의 사례를 통해 생태 파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오는 10월 열리는 아마존 시노드에 대해 강우일 주교는 “교회 문제도 아니고 특정 지역인 아마존에 대해 숙고하고 고민하는 유례가 없다”며 “획기적인 변화의 한 장면이며, 전 세계 교회가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 살리기에 동참하자고 촉구하는 하나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강우일 주교는 제주도 역시 관광객들이 집중되면서 지역 환경과 현지인의 삶이 망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주도는 지하수를 먹고 사는데 생명인 지하수가 오염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쓰레기 매립지와 소각장도 거의 초과 상태라 기존 매립지에 덮어씌우는 상황이고 처리되지 못한 생활하수와 축산단지에서 내보내는 축산하수가 끊임없이 배출되는 제주도의 안타까운 상황을 전했다.
강우일 주교는 “그런데도 제2공항을 짓겠다느니, 동굴테마파크를 짓는다느니, 그 옆에는 사파리를 만든다느니 참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오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제는 성장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앙에서 벗어나 인류와 모든 생물들이 지속적인 생존을 위해서 탈성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며 “우리 정치지도자들은 여전히 이런 선견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막고, 눈도 감아, 아무것도 보고 듣지 못하는 답답한 어둠 속에서 살고 있다”고 유감을 표했다.
“피조물과 우리는 형제입니다”
이 날 피조물 보호를 위한 미사에서는 신자들이 자신만의 생태 보호를 위한 지향을 적어서 봉헌했다. 미사가 끝난 뒤 이 중 하나를 무작위로 뽑아 실천하는 것이 특별 봉헌의 핵심이었다.
이날 미사에는 전국각지에서 피조물 보호에 뜻을 함께하는 신자들이 모였고, 미사 이후에는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한 가톨릭 기후 행동의 행진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