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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를 바꿀 순 없지만 바라보는 눈은 바꿀 수 있다” - 종교인들 모여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꾸는 이야기 마당’ 열어
  • 문미정
  • moon@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19-10-01 17:37:28
  • 수정 2019-10-01 17:3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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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종단 종교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꾸는 자리가 30일 한국기독교회관에 마련됐다. 

 

먼저 <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가 차별금지법을 주제로 이야기마당을 열었다. 이들은 ‘차별’과 ‘혐오’가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라는 이름으로 일어나고 있다면서, 정치권이나 사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를 하나의 의견으로 받아들이고 법 제정을 유예하는 방식으로 차별과 혐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7년 차별금지법안이 입법예고되자 반대세력이 이에 반발하고 법무부는 7개 차별금지 사유(성적 지향, 학력, 가족 형태 및 가족 상황, 병력, 출신국가, 언어, 범죄 및 보호처분의 전력)를 삭제하고 법안을 발의했다.

 

이같은 상황에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이 반차별공동행동을 결성해 올바른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2011년에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발족해 지금까지 법 제정을 위한 활동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차별금지법을 만든다고 세상이 바로 평등해지는 건 아니지만, 차별금지법도 만들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절대 평등한 세상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교회가 차별과 배제의 길을 택한 것은 그리스도의 몸이기를 거부한 것이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은 결코 기독교 사랑의 가치를 실현할 수 없다. - 2019.09.26.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성명 중 

 

▲ 왼쪽부터 퇴휴 스님, 강현욱 교무, 임보라 목사, 박동호 신부 ⓒ 문미정


이어 2부에서는 개신교·불교·원불교·천주교 성직자들이 참여해 각 종교 안에서의 차별과 혐오, 평등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들은 각 종단의 교리에서는 차별과 혐오는 있을 수 없다고 말하면서도, 교리의 가르침과 현실의 차이는 있다고 공통적으로 이야기했다. 

 

반동성애,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에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개신교에 대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임보라 목사는 개신교는 독재 타도, 민주주의 쟁취와 관련된 역사도 있지만 그 반대에는 독재정권에 부역했던 역사도 있다면서 “이러한 역사적 흐름 속에서, 다단한 사회 속에서 한 사람의 존엄성을 어떻게 담아낼 것인지에 대한 준비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박동호 신부는 교회 안에서 성소수자 문제를 화제로 삼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고 짚었다. 30년 동안 사제생활을 하면서 성적 지향 문제로 찾아오는 사람은 단 2명이었다면서, 천주교에는 고통 받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천주교회 분위기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을 금기시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공개적인 사목 주제로 삼지 않으려고 하며, 한국천주교회가 세계천주교회 보편 교리를 선택적으로 취하거나 외면하는 부분이 있다면서, 불편한 것은 안 보려고 하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원불교 인권위원회 강현욱 교무는 2012년도에 원불교 교무 준비과정에 있던 후배가 졸업을 앞두고 성소수자라는 것이 알려졌는데, 이를 다루는 과정에서 후배가 많은 상처를 받고 떠났다면서 이에 대한 부채의식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 이후에도 이에 대한 담론은 교단적 차원에서 이뤄지지 않았는데 앞으로 원불교 안에서 성소수자 문제가 큰 담론으로 일어난다면 과거처럼 미숙한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 ⓒ 문미정


< 성소수자부모모임 > 활동가이며 천주교 신자라고 밝힌 한 청중은 자신의 아들이 동성애자이며 11년 전에 그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 당시에는 성소수자에 대해 물어볼 곳이 없었으며, 2년 동안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고 밝혔다. 

 

저는 가톨릭 신자인데 제 아들이 게이인 줄 알았을 때, 그게 죄인 줄 알고 매일 성당에서 하느님께 (아들을) 바꿔달라고 눈물로 기도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기도 중에 ‘있는 존재를 바꿀 수는 없다. 있는 존재를 바라보는 눈은 바꿀 수 있다’는 깨달음을 받았습니다. 

 

성소수자 중에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들도 있다면서 “힘들지만 우리 아이들을 지켜내고 살려내야 한다”며 “혐오하시는 분들은 다시 생각해보길 바란다. 하느님은 진정한 사랑이란 것을 명심해달라”고 호소했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 퇴휴 스님은 이곳에 왼손잡이가 있느냐고 물었다. 손을 든 사람들에게 왜 왼손잡이냐고 묻자, ‘그렇게 태어났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사람은 왼손잡이, 양손잡이도 있을 수 있다면서 왜 왼손잡이가 됐는지 생각해보면 유전적, 환경적 요인이 있을 수 있다고 짚었다. 

 

성적 지향을 왼손잡이로 비유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은 알지만, 최소한의 이해는 될 것이라면서 왼손잡이인 사람을 혐오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각자의 성적 지향을 탓해서도, 혐오해서도 안 된다며, “우리가 이성애적인 문화 속에서 이성애적 중심 사고를 끊임없이 해왔고 그렇게 되도록 환경적인 압박을 받아왔다”고 지적했다.    

 

박동호 신부는 포괄적차별금지법이 제정되는 날을 염원하고 뜻을 모으면 빠른 시일 내에 우리 생활 안에서 터무니없는 이유로 차별 받는 일이 사라지고, 그것이 상식이 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낙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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