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8주간 토요일 : 로마 4,13.16-18; 루카 12,8-12
사회적인 연대의 윤리는 영적인 통공에 기반을 두고 있고 영적인 통공은 사회적 연대로 드러나야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세상을 떠나신 후에 일어날 일들 가운데에서 믿는 이들의 연대를 거론하셨습니다. 즉, 예수님을 믿는 이들은 그분의 이름을 전하고 그분의 복음을 선포해야 할 사명을 받았는데, 박해를 받게 될 때 그분을 안다고 증언하면 당신께서도 천국에서 우리가 심판을 받게 될 때에 우리를 안다고 증언해 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승천하신 예수님께서 이 지상을 아주 떠나시는 것이 아니라 성령으로 남아계심을 전제로 하는 말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박해를 받으며 배교를 강요받을 때 무엇을 어떻게 말할까 조금도 걱정하지 말라고 당부하셨습니다. 바로, 성령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면서 해야 할 말을 그때마다 알려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굳센 믿음은 나 혼자서가 아니라 수많은 믿음의 교우들이 선대로부터 후대에 이르기까지 영적으로 연대하고 있기 때문에 나오는 힘입니다. 그 시점은 아브라함으로부터요, 그 종착점은 세상 끝 날까지로 거의 무한히 이어집니다. 아브라함이 ‘나’라는 개인을 몰랐겠지만 지금 우리가 로마서를 쓴 사도 바오로의 노력으로 우리도 아브라함의 후손임을 자부하듯이, 우리가 지금은 모르는 후대의 믿는 이들도 우리의 후손임을 자처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이토록 오랜 역사적 유대로 나타나는 통공의 신비가 지닌 영적인 영향력은 지금 여기서 사회적으로 나타날 때 극대화됩니다.
특별히 연대가 절실히 필요한 이들, 위기에 처한 이들, 고통받고 있는 이들, 억눌린 이들의 손을 잡아주고 그들의 목소리가 되어 줄 때 우리의 사회적 연대는 우리의 믿음을 통해 예수님과는 물론 천상에 계신 모든 성인 성녀들까지도 모두 연결되는 통공으로 확대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의 연대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한 사람의 노동자가 위험합니다!
노동조합 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되어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해 강남역 CCTV 철탑 위에서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 씨가 철탑 위로 올라간 지 오늘로 132일째입니다. 1982년 창원공단 삼성항공에 입사한 김용희 노동자는 경남지역 삼성노조설립위원장으로 추대되어 활동했다는 이유로 1995년 5월 해고되었습니다. 그 후 끈질긴 투쟁으로 복직했으나 원근무지가 아닌 삼성시계로 복직시켰습니다. 그 후 다시 러시아의 근무지로 발령내자 단식투쟁으로 맞섰고 삼성은 다시 그를 해고통보도 없이 해직시켜버렸습니다. 그는 복직을 요구하며 삼성본관 앞에서 단식을 했습니다. 1999년에도 48일 간이나 단식투쟁을 하다 업무방해로 구속되었습니다.
김용희 노동자는 올해 6월 3일,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하고 나서 6월 10일부터는 강남역사거리 CCTV철탑에서 고공농성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오랜 단식농성으로 죽음을 각오한 절규마저 이젠 힘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삼성이 그를 하루라도 빨리 복직시킬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도록 우리가 연대해서 그의 목소리가 되어 주어야 하겠습니다.
삼성그룹은 1938년에 창립한 이래 지금까지 80년 동안 무노조경영을 유지해 왔습니다. 이는 노동자의 단결권과 노동조합 결성권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에 반하는 것입니다. 무노조경영으로 삼성이 저지른 인권침해와 노동자 탄압은 그 행태가 너무나 잔인했습니다. 그리고 삼성의 노동자 탄압을 경찰과 노동부와 사법부가 지원하고 있습니다. 헌법상 권리인 노동조합을 만들 권리를 행사하였다는 이유로 벌어지는 삼성의 인권침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나서야 합니다.
삼성은 우리나라에서 내수와 수출에서 최고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기업입니다. 삼성이 만드는 가전제품, 스마트폰, 그리고 반도체가 들어간 컴퓨터 등은 국민 대다수가 애용하고 있고 전 세계에서도 미국의 전자제품과 당당하게 경쟁하거나 또는 능가할 만큼 훌륭합니다. 그래서 많이 팔립니다. 하지만 삼성의 경영은 그들이 만드는 제품보다 못합니다. 형편없습니다. 물건은 일류이나 경영은 세계 꼴찌입니다. 소위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기준은 물건에만 적용될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에게 하는 인간관계, 고용주가 노동자에게 적용하는 노사관계에도 적용되어야 합니다.
삼성에게 권고합니다.
삼성은 헌법에도 반하고 글로벌 스탠다드에도 못 미치는 무노조경영을 멈추어야 합니다. 그래서 경고합니다. 기울어진 건물이 언젠가는 무너지고 말듯이, 잘못된 경영철학으로 기업을 운영하면 언젠가는 무너집니다. 한국과 세계의 소비자들이 삼성의 민낯을 알고 그 좋다는 제품마저 외면하기 전에 경영을 제자리에 올려놓으십시오. 더 이상 삼성의 노동자들이 인권을 유린당하고 폭행을 당하며 억울하게 죽어나가는 일이 없도록 하십시오.
삼성에게 충고합니다.
이 잘못된 무노조경영을 원칙이랍시고 고수하느라 어마어마한 비용을 들여 경찰과 노동부 등 정부의 공무원들과 검찰과 법원의 판검사들을 매수해온 그 범법행위를 당장 멈추십시오. 삼성의 매수 공작 때문에 나라가 썩어가고 있습니다. 언제까지나 이 더럽고 어두운 행실이 드러나지 않고 감추어질 것 같습니까? 결국 현명한 소비자들과 국민을 무서워할 줄 아는 정부가 삼성을 다스려야 합니다. “원직복직! 인권유린 사죄! 이재용 구속!” 김용희 노동자의 외침입니다. 더불어 통공으로 연대하려는 이들의 외침이기도 합니다. 연대와 통공의 힘을 믿는 이들이 이 외침을 우리 사회에 널리 알려주십시오. 빛이 어둠을 이깁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