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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신앙인, 그리고 페미니스트입니다. - 크리스천 페미니즘 운동 ‘믿는페미’ 인터뷰
  • 문미정
  • moon@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19-10-21 16:39:18
  • 수정 2019-10-21 17:5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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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인이면서 페미니스트일 수 있을까. 혹자는 말한다. 그것은 불가능하다, 하나만 택하라. 


2016년 12월, 교회 안에서 페미니즘 운동을 해보겠노라 달밤, 더께더께, 오스칼네고양이 세 명의 여성들이 손을 잡았다. 2017년 3월, 각자의 이야기로 씩씩하게 출사표를 던지고 웹진 연재, 책읽기 모임, 팟캐스트 등등 ‘믿는페미’ 활동을 즐기고 있다. 현재 믿는페미는 달밤, 도라희년, 새말, 오스칼네고양이, 폴짝 5명이 활동하고 있다. 


지난 9월, 녹번역 근처의 한 카페에서 달밤, 새말, 오스칼네고양이 세 사람을 만났다. 


▲ 왼쪽부터 달밤, 새말, 오스칼네고양이 ⓒ 문미정


교회 안에서 페미니즘 운동, 힘들지 않아요?


이들에게 가장 궁금했던 것은 페미니즘 운동을 하면(그것도 교회 안에서) 저항을 받지 않을까라는 점이었다. 


처음에는 교회를 다니면서 어떻게 페미니스트일 수 있냐는 의구심과 비판도 뒤따랐지만 기독교가 워낙 잘못한 게 많아서 그 입장도 이해한다고 말했다. 새말은 반동성애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반신앙적인 단체 리스트를 올렸는데 “여기에 드디어 믿는페미가 청어람, 뉴스앤조이와 같이 들어갔다”고 웃으며 말했다. 


믿는페미가 사용하는 언어가 종교 안에서는 진보적이라 누군가는 거부감 가질 수도 있겠다는 물음에, 오스칼네고양이(이하 오스칼)는 “거부감을 불러일으켜야 한다고 생각해서 시작한 것도 있다”며, “우리가 이전 활동들의 계보를 잇기도 하지만, 조금 더 전복적인 언어를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 (사진제공=믿는페미)


교회, 신앙공동체, 세대에 따라 믿는페미를 받아들이는 온도차가 달라지기도 한다. 믿는페미 멤버인 도라희년은 교회에서 교사 대상으로 성평등 강의를 했다가 공격을 받기도 했다. 


페미니즘을 환영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새말 “반성경적, 하느님 섭리를 거스른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페미니즘에서 하는 이야기들이 과격하고 공격적으로 들리고 또 자기 삶을 부정 당한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내가 차별을 하는 사람이란 것을 인정하는 게 힘들겠죠.”


달밤 “내 삶을 부정 당한다는 생각이 큰 것 같아요. 자기는 그럴 수밖에 없었는데… 그래서 페미니즘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어른들도 계신 것 같아요.”


그렇다고 이들이 믿는페미 활동을 하면서 부정적인 경험만 하는 것은 아니다. 달밤은 비판받고 미움 받은 경험보다는 지지받았던 경험이 많다고 말한다. SNS로 믿는페미 활동을 알렸을 때 청년층 안에서 ‘기독교 안에 이런 게 생겼다고?’하는 놀라움이 있었다. 며칠 동안 사람들의 반응을 리트윗하는 재미도 있었다. 훨씬 선배인 한 여자 목사님이 자신들을 불러서 밥도 먹이고, 열심히 하라면서 넌지시 봉투를 주거나 익명으로 후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무엇보다 믿는페미 활동이 ‘재밌다’고 표현했다. 용기가 난다, 고맙다고 공감해주고 나는 무슨 일이 있었다면서 사연을 보내줄 때 ‘우리가 같이 호흡하고 있구나’ ‘서로에게 용기가 되고 있구나’란 경험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금 ‘당장’ 우리의 이야기를


교회 안에도 여러 여성단체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들이 따로 ‘믿는페미’를 꾸린 것은 지금 ‘당장’ 우리 힘으로,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기존의 단체에 들어가서 운동하려면 그 단체의 기조나 맥락, 역사, 관계를 다 학습하고 적응한 후에 해야 되기 때문이다. 


믿는페미 활동을 하다 보니 각 단체들이 자기 색깔을 갖고 활동하기도 하지만, 사업 성격이나 온도에 맞춰서 단체들이 연대해서 함께 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강남역 여성혐오범죄 연합예배가 그렇다. 


기독교 사회운동을 하는 한 단체에서 일을 했었던 오스칼은 이곳은 진보적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정작 여성인권을 주요의제로 가져가기 어려웠다. 항상 뒤로 밀려났던 경험들을 하면서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공간을 만드는데 멤버들 모두 공감을 했고 그렇게 만들어진 공간이 바로 믿는페미다. 


▲ 서울퀴어퍼레이드에서 만난 믿는페미 ⓒ 문미정


지난 6월 서울퀴어퍼레이드를 취재하면서 믿는페미 깃발을 보고 ‘여기에도 믿는페미가 있구나’하고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믿는페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누군가는 위로를 받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비록 지금은 교회를 떠났지만 믿는페미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고맙다고 하는 이들도 있다. 


믿는페미 활동 초기에는 교회 안에서 자신이 페미니스트라고 밝히지 못하고 숨어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느꼈다고 했다. 믿는페미를 보면서, 교회를 다니면서도 페미니스트여도 되는 구나하고 우는 사람들도 있었다. 새말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내가 페미니스트인 게 하느님 앞에서 죄를 짓는 것은 아닐까’하고 걱정을 했지만, 믿는페미를 만나면서 ‘내가 틀리지 않았구나’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지금은 자신이 페미니스트라는 게 거리낌 없는 단계까지 온 것 같다고 했다.


달밤은 “크리스천 페미니스트로서 무언가 해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인식을 조금이라도 만든 것 같다”면서 “나도 신앙인이면서 페미니스트라고 하는 게 하나의 운동이 될 수 있다는 걸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하나보다는 둘, 둘보다는 셋


가부장적인 교회에 문제의식을 갖고,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이들이 곳곳에 있을 것이다. 먼저 각자의 자리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한 사람이면 패하겠거니와 두 사람이면 능히 당하나니 삼겹줄은 쉽게 끊어지지 아니하느니라. (전도서 4, 12)

* 가톨릭은 "누가 하나를 공격하면 둘이서 그에게 맞설 수 있다. 세 겹으로 꼬인 줄은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코헬렛 4,12) 


▲ ⓒ 문미정


믿는페미는 전도서 4장 12절을 인용하면서 먼저 동지를 만들라고 조언했다. ‘삼겹줄’, 쉽게 끊어지지 않고 단단하게 연결된 세 명의 동지를 만드는 것이 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새말은 첫 시작은 ‘나’이고, 내 언어와 행동, 생각을 바꾸는 것도 큰 도전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불쾌한 설교나 농담을 들었을 때 웃어주지 않고 동조하지 않는 것 등이 작지만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교회에서 왜 여성들만 음식을 하냐고 문제 제기를 해서 성별이 아닌 모임별, 속회별로 나누고 실제로 주일 음식은 돌아가면서 하는 걸로 만들기도 하고, 자신이 속한 부서에서 뜻이 맞는 사람들과 공청회를 열거나 전체 교회 차원으로 이끌어내는 시도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달밤은 말했다. 이렇듯 변화는 내가 서있는 곳에서 시작됨을 알 수 있다. 


오스칼은 교회에서 퀴어 관련 토론을 하면서 설문조사를 했는데 익명으로 자신이 퀴어라고 밝힌 사람이 꽤 있었다고 말했다. 그 이후로 교회 공동체 내 인식이 사뭇 달라졌음을 느낀다고 했다. “그 공간 안에 누군가 있고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 자체로도 공동체를 바꿀 수 있는 힘이 된다는 생각을 했다”며 “그렇게 점차 바뀌어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남겼다. 


여성들이 글을 쓰고 말을 한다는 것은


지난 3월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열린 ‘교회언니들의 불금파티’ 토크쇼에서 여성들이 자신의 경험을 직접 이야기하고 서로 공감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 깊었다. 주로 말하기 보단 듣는 위치에 있었던 여성들에게 글쓰기, 말하기는 어떤 의미일까. 글 쓰고 말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 믿는페미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달밤은 말을 하려면 그 재료는 ‘내 경험’이 되는데, 내가 겪었던 경험들, 감정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이게 왜 기분 나빴지?’하고 지나쳤던 일들을 다시 해석해보는데 이를 위해서 공부도 필요하다고 했다. 선배 페미니스트들이 연구해놓은 책도 읽고 토론하면서 자신의 경험을 재해석하는 게 재밌다고 말했다. 


오스칼은 “‘내가 예민해서 그런 게 아니야’라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과정이 저한테 필요했다”고 말했다. 오래 묵혔던 일기들을 꺼내 글을 쓰면서 이렇게 풀어내지 않았다면 내 안에서 얼마나 많이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내 경험들에 이름 짓고, 이 경험이 나만의 것이 아니란 것을 확인하는 작업들이 됐다”고 말했다.


또한 “내 안에 있었지만 스스로 알지 못했던 목소리들을 끄집어내는 작업을 계속 하고 싶다”며 “내 경험, 언어로 말하고 싶다는 욕구가 강렬하게 들고, 지금은 찾아나가는 과정 중에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새말은 글 쓰고 말한다는 건, 개인적인 일이 아니라 정치적인 일이고 우리가 같이 겪은 일이라고 해석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차별받는 순간에 상대방에게 말은 못하고 스스로를 미워했던 경험들이 있었는데, 말을 하면서부터 제 자신을 덜 미워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팟캐스트, 웹진, 짓는 예배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믿는페미. 앞으로의 활동도 기대된다. 믿는페미는 지난 3일과 9일 ‘기독교인지만 섹스는 하고 싶어’란 주제로 성과 재생산에 대한 강의를 열었다. 웹진을 엮어 책으로 낼 계획도 갖고 있다. 또한 여성주의 관점으로 믿는페미 예배를 정기적으로 열고 싶다는 꿈도 간직하고 있다. 


▲ 강남역 여성혐오범죄 3주기 연합예배 (사진제공=믿는페미)


마지막으로 여성들, 소수자들 혹은 교회에 하고 싶은 말을 부탁했다. 


달밤 “교회에는, 이미 많이 늦었지만 정신 차리라고 하고 싶어요. 여성들에게는, 혼자가 아니니까 같이 잘해보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새말 “내 생각을 한정짓지 말고 선을 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기독교 안에서 금기된 것들, 도전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의심하고 생각하고 도전하는 게 신을 부정하는 건 아니잖아요.” 


믿는페미 멤버들이 인정한 엔딩요정 오스칼네고양이는 2018년 10월 ‘짓는 수련회’에서 했던 설교 중 일부를 읽었다. 


“딸아, 네가 나를 괴롭히는 구나. 이것은 입다의 말이지만, 지금 우리를 발견한 교회, 권력 잡은 이들, 자신들의 시선을 바꾸려 하지 않는 뭇 남성들, 이 사회의 한탄 섞인 비명이기도 합니다. 더 적극적으로 괴롭힙시다. 성서 그 아래에 목소리를 드러내고 이 구조를 변화시킵시다. 그들이 우리를 마녀다 죄인이다 하면 기꺼이 죄 지읍시다. 메리 데일리가 얘기했던 보는 용기, 존재하는 용기, 죄짓는 용기를 가지고 길 밖의 길을 걸어갑시다. 그것이 우리가 ‘믿는 페미’인 이유입니다.”


퇴근 후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인터뷰에 피곤했을 텐데도 믿는페미는 혐오세력의 반대로 연세대가 ‘연세정신과 인권’ 강의를 필수과목에서 선택교양 과목으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이에 대한 성명서를 쓰기 위해 분주했다. 


때로는 쉬어가기도 하면서,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며 정체성을 지키는 이들은 신앙인이자 페미니스트다. 이들의 이야기가 어딘가에 있을 믿는 페미들에게 전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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