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명령으로 이란 군부의 핵심인 카셈 솔레이마니(Qasem Soleimani) 이란 혁명수비대(쿠드스군) 사령관이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드론 폭격으로 사망했다. 이로 인해 미국과 이란의 군사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중동 지역의 전쟁 위협이 높아지고 있다.
솔레마이니 피살 이후, 그의 딸인 제이나브 솔레이마니는 에스마일 가니 쿠드스군 신임 사령관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함께 솔레이마니 추모 행렬에 참여하고 수십만 명의 군중 앞에서 자기 아버지의 죽음을 ‘순교’라고 규정했다. 그는 “미국과 이스라엘을 ‘어둠의 날’로 이끌 것“이라며 복수의 뜻을 내비쳐 미국-이란 군사 갈등뿐만 아니라 중동 지역 전체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솔레이마니 암살 지시는 지난해 연말부터 시작된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갈등에서 기인한다. 작년 12월 27일 이라크 동부 키르쿠크에 위치한 미군 기지에 미사일이 떨어져 1명의 민간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 미사일을 발사한 주체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미국은 이를 이라크 내 친이란 세력의 소행으로 규정하고 시리아 국경에 위치한 이란 군부대를 폭격했다. 이로 인해 2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후 이란을 지지하는 민병대들은 지난 31일 이라크 바그다드의 미 대사관을 습격했고, 암살은 대사관 습격 이후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강대국들은 중동 지역의 긴장 상태 해소를 촉구하면서도 피살 사건 이후 미국과의 동맹국으로서 연대를 천명하고 이라크, 시리아, 리비아 등의 중동 국가들은 이러한 행위를 규탄하면서, 강대국과 중동 전체의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다.
심지어 이라크는 지난 5일 이란의 국교인 이슬람 시아파의 압박에 따라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을 추방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더불어 이란은 2015년 이란의 핵무기 개발 중단을 대가로 미국을 비롯한 유엔 상임이사국 및 독일 측이 이란에 부과하는 경제제재를 해제하겠다는 ‘이란 핵 합의’(포괄적 공동행동계획, JCPOA) 규정과 관계없이 핵개발을 계속하겠다고 발표해 사실상 합의가 깨지면서 전쟁 위협은 더욱 커졌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합의를 “이뤄져서는 안 됐을 끔찍한 일방적 합의”라고 비난하며 2018년 5월, 이 합의에서 탈퇴한바 있다. 이후 나머지 상임이사국들은 그럼에도 합의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사실상 미국의 군사 행동으로 핵 합의가 최종적으로 파기되었다.
결국, 이번 피살 사건은 이란의 군사적 상징인 솔레이마니를 피살 목표로 삼은 것과 더불어 이러한 행위가 트럼프의 말처럼 정말로 전쟁을 일으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전쟁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는 명분 자체에 의문이 일고 있다.
이처럼 강대국들과 중동 국가들이 대립하면서, 가톨릭교회가 중동 지역 전체의 갈등 해소에 나섰다.
먼저 솔레이마니의 피살 사건이 벌어진 이라크 바그다드에 거점을 두고 있는 칼데아 가톨릭교회의 총대주교 루이스 라파엘 사코(Louis Raphaël Sako) 추기경은 지난 4일 이란과 미국의 갈등 해소를 촉구하며 군사 충돌이 “상상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이라크와 중동 지역이 평화롭고 안정적이며 안전한 생활을 누릴 수 있기를” 기도했다.
지난 3일 이란 교황대사 레오 보카르디(Leo Boccardi) 대주교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도 미국-이란 사태를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카르디 대주교는 특히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하며 “팍타 순트 세르반다”(Pacta sunt servanda, 약속은 지켜져야만 한다라는 라틴어 경구)라는 국제법의 대원칙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후 프란치스코 교황은 5일, 주일 삼종기도 연설에서 구체적인 이름은 거론하지 않고 “전쟁은 죽음과 파괴만을 초래한다”며 “모든 당사자들에게 대화와 자중의 불씨를 살려 적대의 그림자를 걷어낼 것을 청한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가톨릭 일간지 < Crux >는 공식적인 외교관계를 맺고 있지 않은 미국과 이란의 군사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란과 수교하고 있으며, 미국-쿠바 수교를 중재한 바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끌고 있는 교황청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