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주간 월요일 (2020.01.13.) : 1사무 1,1-8; 마르 1,14-20
대림과 성탄시기를 마치고 연중시기를 시작하는 월요일입니다.
구세주의 성탄으로 말미암은 강생의 신비가 우리의 신앙과 삶으로 나타나야 하는 때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죄도 없이 요한으로부터 물의 세례를 받으심으로써 우리가 그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도록 하는 발판을 마련해 주셨습니다. 요한의 세례만을 받은 이들이 받지 못했던 바를 우리가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는데, 어제 주님의 세례 축일에 들려온 복음에서는 이를 세 가지로 설명한 바 있습니다. 그것은 첫째,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존재임이 선언되고 둘째, 하늘이 열리고 셋째, 성령께서 내려오시어 이끌어주신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세례의 품위를 교리에서는 생명의 은총을 받는다고 설명하는데 전통교리에서는 성총의 지위에 오르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이 생명의 은총이란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게 되는 은총이며, 물의 세례를 받으시고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시는 예수님을 따라서 성령의 세례를 받는 성총 지위에 오르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의 이성과 의지를 능력으로 지닌 자유가 성령의 이끄심을 받아 올바른 양심을 행사하고 믿음을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나타나게 되어 있습니다.
생명의 은총이나 성총 지위는 우리의 역할은 없이 예수님 덕분으로만 얻을 수 있는 은총이라든가 지위가 결코 아니며, 우리의 이성과 의지를 다한 노력으로, 그래서 올바른 양심에 따른 자유의 행사로 누리게 되는 영혼의 성장과정을 말합니다.
흔히 이 점에 대한 오해로 인해 세례를 자유의사로 받고 나서도 냉담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노예근성이라든가 로봇처럼 살아가는 일이 아닙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능력, 즉 이성과 의지로 나타나는 자유가 올바른 양심과 이를 이끌어주는 믿음으로 제대로 행사됨으로써 우리의 영혼이 성장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예수님께서 어부 네 사람을 당신 제자로 부르셨습니다. 그리고 부르심을 받은 어부들은 이에 응답하여 그분을 따라 나섰습니다. 세례를 받고 성총 지위를 유지하는 일 또한 이와 같습니다. 그분의 부르심을 알아듣고 응답한 일이 세례 성사라면 그분을 따라가는 일이 성총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기도와 실천으로, 그분의 삶과 영적으로 교감하는 일이 신앙생활인 것입니다. 그러한 영적 교감의 효과는 당연히 그분과 함께 살아가는 일이요, 그분의 현존 안에서 살아가는 일입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