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국무원 고위직에 최초로 여성이 임명되었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임기 중 교황청 요직에 여성 참여를 확대하는 움직임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국무원은 교황청의 가장 강력한 의사결정 기구로, 교황청 내부의 정치적 결정과 외교적 결정을 내리는 기관이다. 국무원은 산하에 국무부와 외무부를 두고 있는데 지난 15일, 이탈리아 여성 프란체스카 디 조반니(Francesca Di Giovanni, 66세)가 국무원 외무부 다자관계 차관으로 임명되었다.
1953년생 디 조반니는 법학을 전공하여 공증인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으며, 가톨릭 사도직 활동단체인 < 포콜라레 >에서 사법행정 분야를 담당했다.
디 조반니는 1993년 말부터 교황청 국무원 외무부 직원으로 근무해왔으며, 그 외에도 특히 난민, 국제 인도법, 여성, 저작권 등의 분야에서 일 해왔다.
현재 국무원 외무부는 폴 갤러거(Paul Gallagher) 대주교가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으며, 디 조반니는 지난해 10월 차관으로 임명된 미로스와프 워쇼스키(Mirosław Wachowski) 몬시뇰과 함께 협력하게 된다.
국무원 고위직에 여성이 기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다자관계와 같은 외교의 핵심 분야에 여성을 기용함으로써 여성 참여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했다는 분석이다.
디 조반니는 < Vatican News >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임명에 “매우 놀랐다”는 소감을 밝히며 “수년간 우리는 다자관계 차관의 필요성을 고려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다자관계는 일정 부분에서 양자관계와는 다른 자기만의 절차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특별한 관심을 필요로 하는 섬세하고 까다로운 분야”라고 강조하며 “교종께서 이러한 역할을 내게 맡기실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디 조반니는 “다자협약은 국제사회의 공동선에 관련된 여러 이슈에 국가들의 정치적 의지를 실체화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특히 개발, 환경, 분쟁 피해자의 보호, 여성 등을 언급했다.
국무원 차관급에 최초로 여성이 기용된 점에 대해 디 조반니는 “교종이 전례 없는 결정을 내렸다”면서 “이는 내 개인의 차원을 넘어서서 여성에 관한 특별한 관심의 표현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책임은 여성이라는 사실보다는 직무 자체와 연관이 있는 것”이라고 덧붙이며 여성이 아닌 외교관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청 행정조직에 여성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교황청 요직에 여성을 임명해왔다. 이에 따라 2017년부터 교황청 박물관장과 평신도가정생명부 차관직에 여성을 기용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