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신학위원회 >는 신학 나눔의 새로운 길을 찾아 ‘사건과 신학’이라는 표제로 다양한 형식의 글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매달, 이 사회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사건 가운데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해 신학 이야기를 나누는 ‘사건과 신학’. 이번 주제는 ‘종교, 혐오 그리고 정치-코로나19 사건이 던지는 질문-’입니다. - 편집자 주
“누구도 만나지 말고, 아무 것도 만지지 마! 사람들을 피해!”
홍콩 출장을 다녀온 여자가 발작을 일으키며 죽고, 그 원인을 알기도 전에 아들마저 사망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같은 증상으로 사망함으로 사회적으로 심한 공포에 휩싸이는 상황을 그린 영화 ‘컨테이젼’(스티븐 소더버그 감독, 2011)에 나오는 대사이다. 일상생활의 접촉을 통해 전염이 한 사람에게서 두 사람, 두 사람에게서 네 사람, 네 사람에게서 열여섯 사람에게로 확산됨에 따라 전지구에 위기가 인식된다. 미국질병센터에서 감염 현장에 전문가를 급파하고, 세계보건기구에서 최초 발병 경로를 조사하게 된다. 사람들을 두렵게 하는 것은 단 한 번의 접촉으로써 감염될 수 있으며, 백신도 없는 상태에서 무방비 노출된다는 것이다.
영화는 마치 2019말-2020년초에 중국 우한시에서 창궐한 코로나 바이러스와 그 여파에 관해 예언을 하는 것 같다. 아니, 바이러스 관련 홍보영화라고 해도 좋을 만큼 아주 리얼하다. 9년 전 영화와 똑같은 상황이 2020년 현재 중국과 한국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급성폐렴환자를 접한 의사 리원량은 감염 확산 가능성을 시사했다가 사회분란을 조장하는 행위라고 중국당국에 의해 경고를 받았으며, 그도 역시 감염되어 결국 죽음에 이르렀다. 현재 중국의 감염 확진자는 76775명, 사망자 2144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사망에 이르게 한 원인이 2003년에 창궐한 사스(중증급성호릅기증후군), 2012년(한국에선 2015년)에 창궐한 메르스(중동호흡기중후군)와 유사한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것이 확인되어 세계보건기구에선 이를 COVID 19(Corona Virus Disease 2019)로 명명하였고, 1월 30일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한국에선 2020년 1월 20일 첫 사망자가 나왔다. 그러자 한국정부에서는 우한시에 거주하고 있는 교민들 수백 명을 세 차례나 특별전세기로 소환하여 2주간 격리하여 관찰한 후에 안전 진단을 거쳐 귀가조치를 함으로 빠른 대응을 보여주었다. 2월 21일 대구의 신천지 집회와 청도대남병원 환자들의 감염소식이 전해지기 전까지 우리는 정부의 빠른 조치로 인해 안전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이후 하루에 수백 명씩 감염 확진자수가 증가하여 2월 26일 현재 1200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도 12명에 이르렀다. 일본의 크루즈에서의 감염확진자수(691명)나 이란에서 사망자수가 40명이 넘는다는 소식은 바이러스 공포가 일부지역이 아니라 세계로 확산되는 경향을 보여준다.
지난 21일 대구 신천지 집회를 통해 감염자 수가 확산되었음이 알려지자 사람들이 모이는 모든 장소들은 위험지역으로 예측되어 교회의 주일예배와 공동식사 등이 잠정 폐쇄 내지 중단되었으며, 2월 25일에는 한국의 7대 종교 지도자들이 모여 바이러스 확산을 방지하는 정부 방침에 협조하는 차원에서 주일 예배를 잠정 폐쇄할 것을 고려한다는 발표를 하였다. 이미 중국 유학생들이 많은 대학가들은 졸업식과 입학식을 취소하고 개강일도 두 주 연기하였다. 24일부터 사람들이 모이는 일체의 공공기관은 문을 닫았다. 확진자가 다녀간 종합병원이나 대형마트도 위험지역에 속한다. 꼭 해야 할일 아니면 외출도 삼가는 분위기이다.
이번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한국인이 보여주는 것은 안전에 대한 민감성이다. 2002년 사스가 창궐할 때만 해도 별 문제의식이 없었다. 성격은 좀 다르지만 2009년 신종플루가 유행할 때부터 우리는 감염되지 않기 위해서는 손을 자주 깨끗하게 씻어야 한다는 것과 마스크를 사용하여 타인과의 접촉을 삼가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2015년 메르스가 한국에서 일어날 때엔 초기 대응에 실패하여 수십 명이 사망에 이르는 쓰라린 경험도 가졌다. 그래서인가 2020년 코로나바이러스에는 한국정부도 개인도 쉽게 당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표출되는 것으로 보인다. 많은 사람들은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가 감염속도가 빠르고, 확진자가 자각하지도 못하는 잠복기에도 강한 감염력이 있다는 것, 그리고 아직 백신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 잘못하면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것 때문에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고 보기도 한다. 두려운 것은 이번 코로나19의 위력이 언제 수그러들 지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2002년 사스는 775명의 사망자를 내고 9개월 만에 수그러들었지만, 코로나 19는 이미 수천 명의 사망자를 내고 폭발적인 전염력을 과시하고 있으며, 비행기를 타고 전세계로 전파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바이러스 감염자 수가 중국 다음으로 많다는 것이 알려지자 한국인의 입국을 취소한 최초의 나라는 이스라엘이다. 성지순례를 갔던 사람들은 공항에서 그대로 되돌아와야 했고, 이미 순례 중에 있던 사람들은 이스라엘에 14일간 격리되어 바이러스 감염으로부터 안전 진단을 받아야 했다. 이스라엘의 이러한 반응과 함께 성경구절이 떠오른다. 소위 정결법이라고, 식사 전에는 반드시 손을 씻을 것과 아무 음식이나 먹어서는 안 된다는 것(신 14:3-20). 코로나 바이러스가 박쥐, 낙타, 돼지를 숙주로 삼았다고 알려지기 3000년 전에 이스라엘인들은 이와 유사한 위험을 예측했었나보다. 이제 바이러스는 동물이 아니라 사람을 숙주로 하게 되었다니, 이것이야말로 가장 무서운 일이 아니겠는가?
마스크쓰기, 밀집된 사람들 모임 피하기, 열나면 얼른 신고하기 등은 감염을 예방하는 정도이고, 보다 근본적으로 우리의 삶을 돌아보아야 할 때이다.
김판임(NCCK 신학위원, 세종대학교 대양휴머니티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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