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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미받으소서」반포 5주년 기념 미사, ‘생태 인지 감수성’ 강조
  • 강재선
  • 등록 2020-05-19 14: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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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015년 발표한 생태 보호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 반포 5주년을 맞아 지난 16일 한국 천주교 주교단 공동 집전으로 서울대교구 명동대성당에서 기념 미사가 봉헌됐다. 


「찬미받으소서」에는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기후 변화와 생태 파괴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가톨릭교회 전체의 공동행동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담겨있다.


이날 미사에 앞서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는 명동대성당 앞에서 기후 위기 선포 캠페인을 벌이고 기후 위기와 피조물 보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환기했다. 본래 거리 행진으로 예정되어 있던 캠페인은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를 고려하여 제자리에 서서 진행하는 피케팅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우리 현대인들의 끝없는 방종과 탐욕에 대해 지구 생태계가 코로나19라는 경고의 표징을 보냈다.


이날 미사 강론을 맡은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강우일 주교는 “코로나 사태로 고생하고 계시는 모든 간호사들, 의료진들, 자신의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고생하시는 현장 방역 관계자 여러분의 노고를 치하하고 감사와 존경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며 말문을 뗐다.


강 주교는 “「찬미받으소서」는 가톨릭교회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생태 위기를 올바로 인지하고 행동하도록 촉구하는 시대의 징표가 되었다”면서 “지난 5년간 이 회칙을 통해 세계의 각 교구와 수도회, 여러 평신도 단체들이 생태 교육을 실시하였고, 생태계를 살리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여 왔다”고 강조했다.


강 주교는 2015년 UN 차원의 기후 변화 대응책인 파리 협정(Paris Agreement)과 2019년 153개국 1만 1천여의 과학자들의 기후비상사태 선언(World Scientists' Warning of a Climate Emergency)을 언급하며 이러한 위기가 개인의 일상과 지구적 차원에서 여실히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강 주교는 자신의 어린 시절에는 “집 밖에 나갈 때 귀마개가 없으면 귀가 시리다 못해 아려왔고, 숨을 들이쉬면 코가 쩍쩍 달라붙을” 정도로 추웠지만 “여러 해 전부터 그런 추위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강 주교는 이러한 일상의 체험이 국제적으로는 기온 상승으로 인해 북극의 빙하가 녹아 없어지는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 주교는 전 세계적인 문제들의 근간에 기후 변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 지역의 무분별한 벌목과 개발을 위한 고의적 방화로 인해 산림이 파괴되며 기온 상승이 가속화되었다고 진단했다. 


강 주교는 그 결과로 아프리카 대륙이 사막화되어 척박한 땅을 떠나는 난민과 이주민이 발생한 것이고, 호주와 미국에 건조한 기후로 인해 대형 산림 화재가 발생한 것이며, 2010년 러시아의 기록적인 더위로 밀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일어난 빵 가격 폭등으로 중동에서 정치적 격변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현대인들의 끝없는 방종과 탐욕에 대해 지구 생태계가 코로나19라는 경고의 표징을 보냈다”고 강조했다. 강 주교는 우리가 당면한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강 주교는 “에볼라, 사스, 메르스, 지카 같은 팬데믹이 발생한 것은 기후 변화로 야생 생명의 이주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라며 “(야생 동물의)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이들이 인간 곁으로까지 다가왔고, 바이러스는 동물의 몸에 올라타서 우리 곁으로 이동했다”고 지적했다.


강 주교는 이것을 신앙인의 시각에서 본다면 “하느님께서 아름답게 빚으시고 조화롭게 배열하신 피조물들을 마구잡이로 약탈하고 멸종시킨 인간의 횡포에 대해 생태계가 들어 올린 저항의 깃발”이라며 “인간의 회심과 속죄의 징표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불씨의 원인 찾지 않고 다시 집 지을 계획만 하는 것은 지혜로운 일이 아니다.


강 주교는 “사람들은 코로나 이후의 세상에 촉각을 집중하고 이제는 종전과 다른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공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디지털 경제, 디지털 강국, 첨단 산업의 세계 공장, 디지털 인프라”와 같이 주로 디지털 중심으로 구축된 포스트 코로나 대책이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동시에 “불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불씨는 무엇인지 그 원인을 가리지 않고 다시 집 지을 계획만 하는 것은 지혜로운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최근 한국 사회에 여성에 관한 성폭력, 성희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 인지 감수성이라는 새로운 기준이 생겨난 것과 같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우리에게, 우리 사회에 새로운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며 “나라를 다스리는 위정자들, 국민 전체가 예민한 ‘생태 인지 감수성’을 갖추지 않고서는 지구의 미래가 열리지 못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날 미사는 유튜브 채널을 통계 온라인 생중계 되었으며, 명동성당 방역 지침에 따라 현장 미사 참석 인원은 250여 명으로 제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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