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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여성 평신도 신학자, 대교구장직에 지원 - “사제가 되는 것과 교구를 운영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
  • 끌로셰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20-05-26 18:21:25
  • 수정 2020-05-26 18: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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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느 수파 (사진출처=CROIX)


여성 평신도 신학자가 프랑스 대교구장직에 출사표를 던져 화제가 되고 있다. 


프랑스어권 가톨릭신자 협의회(Conférence catholique des baptisé-e-s francophones, CCBF) 공동창립자인 여성 신학자 안느 수파(Anne Soupa)는 지난 25일, ‘나는 어째서 리옹 대주교 후보인가’라는 입장문을 내고 여성이 교회의 의사결정권을 갖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지적했다. 


프랑스 리옹 대교구는 지난해부터 일명 ‘프레나 사건’으로 불리는 성직자 성범죄 사건 및 은폐 의혹으로 필리프 바르바랭(Philippe Barbarin) 추기경이 대교구장직에서 사퇴하여 공석으로 남아있다. 안느 수파는 리옹(Lyon) 대교구장직에 출사표를 던졌다. 


바르바랭 추기경은 1심에서 미성년자 성범죄 미신고 혐의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 


바르바랭 추기경은 1심 판결 직후 사임을 요청했으나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반려된 후 대교구장직을 총대리에게 이관하고 교구 일선에서 물러났다. 2심 판결 직후에는 교황에게 재차 요청한 끝에 추기경의 대교구장직 사임이 수리되었다.


대교구장 출사표에서 안느 수파는 가장 먼저 현재 가톨릭교회에 성직을 수행하거나, 교구를 운영하고 시노드 최종 결정에 투표할 수 있는 여성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인류의 절반을 배제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는 예수 그리스도의 메시지에 반할뿐만 아니라 교회 전체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했다.


안느 수파는 자신이 “아무개가 아니라 35년 넘게 현장에서 성서학자로, 신학자로, 기자로, 작가로 활동해왔다”며 “그저 내가 여성이고 여성은 사제가 될 수 없으며, 사제만이 주교가 되어 교회를 이끌 수 있기 때문에 대주교직 지원이 금지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금지에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은 내가 사랑하는 이 교회와 나를 포함한 가톨릭 신자 전체를 위한 의무”라며 “독신, 일정한 나이, 검은 옷을 입은 남성의 모습을 한 주교 모델 밖에 없는 것일까?”라고 질문을 던졌다.


안느 수파는 이어서 “사제라는 것과 (교구를) 운영하는 것은 전혀 다른 별개의 일이며,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제직과 운영을 더욱 명료하게 구별해달라고 요청했으나 7년 넘게 아무것도 이루어진 것이 없다”고 꼬집었다.


특히 “주교직은 교회법 훨씬 이전부터 존재하고 있었다. 예수의 열두 제자는 사제도 아니었고, 베드로 역시 결혼했다”며 ‘주교’(episcopus)의 본래 의미가 그저 “감시하는 사람, 공동체 교리의 일관성과 정확성을 준수하고 지키는 사람인데 평신도가 이러한 직분을 맡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겠는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대규모 성직자 성범죄 및 은폐사건에 대해 바르바랭을 포함한 전임 교구장 4명에게 모두 책임이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주교단에 다시 정당성을 부여할 것인가?”라며 “어떻게 평신도, 사제를 포함한 리옹 교구 가톨릭신자들이 단결된 공동체 안에서 다시 (주교를) 신뢰할 수 있을 것인가?”라고 말했다.


안느 수파는 “나의 이러한 절차가 오늘날 책임을 맡고자 하는 열망에만 갇혀버린 모든 여성들에게 유용하기를 바란다”며 “주교직이든, 여성에게 금지된 그 어떤 직분이든 간에 부르심을 받았다고 느끼는 모든 곳에 지원하라”고 여성들을 격려했다.


이후 리옹 지역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교회 여성의 문제에 관한 진짜 문제는 아직 여성들 본인이 이러한 점을 깨닫지 못한 것”이라며 “내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가톨릭 여성들에게 ‘나라고 못할 것 있나?’라고 말해주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용적인 관점에서도 “프랑스에서 한해에 배출되는 100여 명의 사제만으로 좋은 운영을 하기에는 그 기반이 너무 취약하다”며 “똑같은 틀에서 주교들이 계속 나오는 것 외에 다른 운영 방식은 없는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느 수파는 “매년 사제 배출은 너무나도 한정되어 있는 탓에 교회는 더 이상 아무도 대표할 수 없게 되어버릴 것”이라고 경고하며 “이토록 사제 배출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교회 안에 체제유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교회법상 성직 서품을 받을 수 없는 여성이 대주교직을 수행할 수는 없으나, 안느 수파는 곧 주프랑스 교황대사관에 지원 사실을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교회의 남성 지배적 문화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가?’라는 질문에 안느 수파는 “예수께서는 자기 시대의 혁명가였다. 예수께서는 여성과 남성을 구별하지 않으셨다”고 말했다. 


안느 수파는 “물론 예수께서는 12명의 남성을 선택하셨지만 이는 이스라엘의 12지파를 통합시키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그분께서는 어느 누구도 배제하지 않으셨다”고 설명하며 “그레고리오 개혁이라는 전환점으로 교회의 모든 직무가 사제에게 돌아갔다”고 말했다. 


안느 수파는 황제가 가진 막강한 교황선출권을 비롯한 성직선출권을 통한 속세의 가톨릭교회 개입 및 성직, 성사 매매 등의 내부 부패로 인해 촉발된 ‘그레고리오 개혁’이 당시 여러 세속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위한 ”실용적인 선택”이었다는 사실이 “어느 것도 불변하는 것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든 것은 바뀔 수 있다. 오늘날 이 문제 역시 가톨릭교회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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