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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성 소피아 대성당, 다시 이슬람 사원으로 - 이슬람 보수 세력 지지 얻으려는 터키 정부의 정치적 결정
  • 끌로셰
  • edti@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20-07-17 17:27:26
  • 수정 2020-07-17 17:5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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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교 대성당인 터키의 성 소피아 성당이 다시 한 번 이슬람 사원으로 바뀌게 되었다.


지난 10일 터키 국무원은 1934년부터 박물관으로 사용된 성 소피아 성당의 지위를 이슬람 사원으로 변경하는데 찬성했다. 터키 정부는 오는 24일 성 소피아 ‘사원’에서 첫 기도회가 열린다고 발표했다.


성당에서 사원, 박물관에서 다시 사원으로


성 소피아 성당은 ‘하느님의 지혜’(하기아 소피아 또는 아야 소피아)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는 성당으로 밀라노 칙령(313)을 통해 그리스도교를 장려하고 니케아 공의회를 소집하기도 한 콘스탄티누스 1세 로마 황제가 330년 짓기 시작하여 360년 그의 아들인 콘스탄티우스 2세가 완성한 대성당(basilica)이다. 


성 소피아 성당은 건축 이후 2차례 파괴되었다가 537년 동로마 황제 유스티아누스 1세 하에서 재건되면서 오늘날의 비잔틴 양식을 갖게 되었다. 동방 교회와 서방 교회가 분열된 1054년부터는 정교회 성당이 되었다. 1453년 이슬람 왕조였던 오스만 제국이 동로마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폴리스를 점령하면서부터는 성 소피아 성당은 이슬람 사원으로 사용되었다.


오스만 제국이 멸망하면서 오늘날의 터키 이스탄불(콘스탄티노폴리스)에 자리하게 된 성 소피아 성당은 1934년 터키 초대 대통령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Mustafa Kemal Ataturk)의 결정에 따라 최근까지 정교분리의 상징으로서 박물관으로 사용되어 왔다.


이슬람 보수 세력 결집 위한 정치적 결정


터키 정부의 이러한 결정을 두고 “종교나 문화유산 문제보다는 정치적 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 AFP >는 18년 째 장기집권 중인 에드로안 터키 대통령이 경제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지지율이 계속해서 떨어지자 이념적인 문제를 가지고 이슬람 보수세력에게 지지를 호소하려고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터키 설문조사 기관 < MetroPoll >의 6월 조사에 따르면 ‘성 소피아 성당이라는 주제를 이 시기에 거론한 목적이 무엇이라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55.5%가 “현재 경제 위기에 대한 논의를 피해가기 위해서”라고 답했고, 29.5%만이 이를 종교적 문제로 보았다.


같은 설문조사에서는 집권여당인 친이슬람주의 정의개발당(AKP)의 지지율이 매달 하락하고,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 지지율이 상승하는 추세가 확인됐다. 이러한 집권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2019년 터키 지방선거에서 정의개발당이 공화인민당에게 앙카라, 이스탄불, 이즈미르 시의 광역단체장을 뺏겼다는 사실에서도 드러난다.


프랑스 일간지 < La Croix >도 성 소피아 성당 문제가 2019년 터키 지방선거와 더불어 에드로안 대통령이 위기에 빠질 때 마다 세력 집결을 위해 사용하는 “조커”라고 분석했다.


성 소피아 성당의 “인류보편적” 가치 훼손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2일 삼종기도 이후 “바다를 생각하니 이스탄불까지 생각이 미친다. 성 소피아 성당을 생각하니 가슴이 무척 아프다”며 터키 정부의 결정에 유감을 표했다.


성 소피아 성당은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유네스코도 터키 정부 결정에 지난 10일 입장문을 내고 성 소피아 성당의 세계 문화유산 등재 유지 여부를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유네스코는 “터키 정부 결정은 어떤 형태의 대화나 사전 고지 없이 이루어졌다”면서 “유네스코는 터키 당국이 지체 없이 대화를 개시하여 이 특별한 문화유산의 보편적 가치를 저해하는 일을 막아달라”고 권고했다. 


프랑스, 그리스, 미국 정부 등은 터키 정부가 정교분리, 종교의 자유, 다양성, 관용을 상징해온 성 소피아 성당을 이슬람 사원으로 만들어 종교를 정치에 이용하려는 행보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칼데아 가톨릭교회 총대주교 루이스 라파엘 1세 사코(Louis Raphael I Sako) 추기경은 터키 정부의 성 소피아 성당 지위 변경 소식에 “우리 모두와 전 세계가 슬프고 고통스럽다”며 “코로나19 시기에 우리는 더 이상의 분쟁과 긴장이 아닌 인간적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6월 30일 정교회의 수장인 콘스탄티노폴리스 세계 총대주교 바르톨로메오스 1세는 이스탄불에서 집전한 미사 강론에서 성 소피아 성당이 “인류 모두의 것”이라며 터키 정부의 결정이 “전 세계 수백만 그리스도인으로 하여금 이슬람을 배척하게 만들 것”이라며 성 소피아 성당 지위 변경에 우려를 표했다.


러시아 정교회 총대주교 키릴은 터키 정부의 결정을 앞둔 지난 6일 터키 정부의 성 소피아 성당 지위 변경이 “그리스도교 문명 전체에 대한 위협”이라고 경고했다.


세계교회협의회(WCC)도 11일 임시 사무총장 요한 사우카(Ioan Sauca) 박사 명의로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성 소피아 성당을 다시 사원으로 바꾸는 결정은 터키의 열린 태도라는 긍정적 징표를 배제와 분열의 징표로 변질시켰다”고 비판했다.


같은 날 가톨릭교회의 동방 정교회 및 여러 정교회 종파들이 속해있는 동방교회협의회(MECC)도 성명서를 내고 터키 정부의 이같은 결정이 2019년 2월 프란치스코 교황과 이슬람 수니파 대이맘 알타예브가 공동 발표한「세계 평화와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한 인간의 형제애」를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동방교회협의회는 터키 정부의 행보를 “종교의 자유에 대한 침해”라고 규정하고 “터키 시민들은 모든 층위에서 이 도발과 위법을 끝내기 위해 한데 모여달라”고 호소했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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