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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전쟁을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가 - 정전협정 67년…‘전쟁의 기억과 화해의 소명’ 심포지엄 열려
  • 문미정
  • moon@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20-07-28 17:56:54
  • 수정 2020-07-28 17:5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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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천주교주교회의)


한국전쟁 정전협정 67주년을 맞은 27일, ‘전쟁의 기억과 화해의 소명’을 주제로 심포지엄이 열렸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에서 주최한 이번 심포지엄은 참회와 속죄의 성당에서 진행됐다.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이기헌 주교(의정부교구장)는 1951년 1월 전쟁을 피해 가족들과 남쪽으로 피신했던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나누며 기조강연을 시작했다. 


이기헌 주교는 6.25전쟁이 한국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전쟁을 직접 겪은 세대에게 공산당이 저지른 일들을 전해 듣거나 반공교육을 받으면서, 공산당으로 대표되는 북한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집단이 됐다고 말했다. 


공산당 혐오는 북한 정권에 대한 혐오로 이어지고 한국 사회 안에서 이념과 노선을 구분하는 잣대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념의 잣대가 되어온 공산당 혐오는 한국사회의 분열과 갈등의 가장 큰 요인이 됐다고 짚었다. 


이기헌 주교는 “이제 뛰어넘어야 할 시간이 됐다”면서,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찾고 실천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기도를 통해 분열과 갈등을 털어내고 일상 안에서도 분단의 문화라고 할 수 있는 분노, 적대, 차별하는 일들을 하지 않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교회 안에서 ‘평화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용서, 화해, 연대, 나눔이 교회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평화협정을 위한 연대에 교회도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쟁을 ‘전쟁을 통해’ 기억해왔다


이날 발제를 맡은 이수정 덕성여자대학교 교수는 “전쟁에 대한 기억 그 자체가 아니라 전쟁을 ‘어떻게’ 기억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6.25전쟁은 남북한 사회를 특정한 방식으로 틀 짓고 사회구성원들의 정체성을 구성해 온 주요 사건으로 한반도 대부분이 전쟁터로 변했고 죽음과 부상, 이산과 강제이주라는 트라우마를 초래했다. 


이 전쟁의 체험이 모두 같지 않으며 개인이나 집단별로 전쟁에 대한 구체적 기억도 상당히 다르지만, “남북한 정권은 전쟁의 기억에 적극적으로 관여해 서로 다른 ‘단일한 공식적 기억’을 구성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반제반식민투쟁’ 아래 조선인민을 창출했고, 남한은 반공문법 아래 ‘반공주체’로서의 남한국민들을 탄생시켰다. 남북한 모두 자신들이나 동맹군이 저지른 폭력에 대한 기억에는 망각과 침묵을 강요했고 적의 잔혹함만 기억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남북한은 서로 다른 6.25전쟁에 대한 기억의 균질화가 이뤄졌으며 이는 집단기억으로 만들어졌다. 이러한 전쟁의 기억을 “적대적/전투적 주체를 양산하는 ‘전쟁의 문화’를 양산하는 ‘기억의 정치’에 활용했다”고 지적했다. 


이수정 교수는 “전쟁을 ‘전쟁을 통해’ 기억해왔다”고 말했다. 전쟁의 상처를 자극하고 적대와 위기감을 증폭시켜서 일상을 전쟁터로 만드는 방식으로 기억했다는 것이다.


전쟁의 경험을 화해의 기반으로 


한국 사회에서 전쟁의 기억을 성찰과 치유, 화해에 기반한 새로운 기억의 정치를 모색하려는 시도들도 생겨나고 있는데, 이수정 교수는 그 대표적인 사례로 제주시 애월읍 하귀리를 소개했다. 


하귀리는 1935년 야학을 세우고 해방 이후에도 하귀중학원을 세워 중등교육을 실시하는 등 ‘깨인’ 마을이었는데 4.3을 겪으며 불온한 마을로 규정되고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과정에서 마을 주민들이 서로 가해자, 피해자가 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이후 두 마을로 분리되기까지 했다. 


4.3으로 극심한 갈등을 경험하고 큰 후유증이 남았던 주민들은 탈냉전과 남북한의 화해 분위기 속에서, 화해를 위한 시도를 시작했다. 본래 마을 이름인 ‘하귀’를 되찾고 두 마을의 관계 회복과 재결합을 위해 ‘마을발전협의회’를 만들었다. 10년이 흐른 2000년, 이들은 전쟁으로 희생된 조상들을 이데올로기로 나누지 않고 한 곳에 모셔 함께 추모하기로 결정했다.  


하귀리 사례가 “떨쳐버리기 힘든 처참하고 폭력적인 전쟁의 경험/기억을 화해의 기반으로 전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증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수정 교수는 6.25전쟁을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우리는 여전히 전쟁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세대들과 함께 살고 있으며 그 세대의 고통스런 역사에 빚진 존재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미래를 위해/향해 전쟁을 기억한다는 것은 폭력과 갈등 구조 및 효과/잔재를 겸허하게 인정하면서 소통과 공감, 용서와 화해를 통해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과정에 북한도 초대해야 하며, 북한의 존재를 적대하기 보다는 우리 내부의 기억의 다원성들을 인정하면서 평화로 전환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 안에 ‘평화학 교과서’ 마련해야


김성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극단적인 대립을 지향하기 위한 방법으로 기억의 다층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해자, 피해자와 같은 이분법으로 소급되지 않는 다양한 기억과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며, 각자의 사회적 위치에 따라 6.25전쟁이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경 교수는 과거를 기억하는 문제의 복잡성은 과거 청산을 하는 방식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분단의 과거를 어떻게 기억하고 청산할 것인지, 남북 체제가 만들어낸 70년 역사를 어디까지 받아들이고 어디부터 재구성해야 할 것인지 등 난제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서로 적으로 규정하고 적대하는 것으로는 전쟁을 끝낼 수 없기 때문에 우리가 화해를 지향해야 한다고 밝혔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박동호 신부는 한국천주교회가 ‘평화학 교과서’ 또는 ‘부교재’를 마련해서 교회 생활 전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교과서, 부교재 마련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교회-국가, 교회-사회, 교회-문화 사이의 경청과 대화와 협력이 필요하며 그 자체가 ‘평화 실현’의 과정이라 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이번 심포지엄은 코로나19 정부 방역 지침을 준수해 현장 참석 인원을 50명으로 제한했으며, 천주교의정부교구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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