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여자 수도회 내부의 권력 남용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반니 쿠치(Giovanni Gucci) 예수회 사제는 이탈리아 예수회 월간지 < La Civilità Cattolica > 최신호에서 “교회 내 권력 남용 - 여성 수도생활의 문제와 과제”라는 제목으로 여자 수도회 내부에서 수도장상⑴과 수녀들 사이에 발생하는 권력 남용 문제를 다루었다.
쿠치는 “여자 수도회에서 발생하는 학대의 문제가 충분한 관심을 받지 못해왔다”며 여자 수도회 내부의 학대는 지속적으로 보편교회가 다뤄온 성적 학대나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학대보다는 “권력 남용과 심리 학대”라고 지적했다.
수도장상들이 권력을 남용하여 장상의 친인척들이 수도회 운영에 개입하거나 수도장상의 모친이 수도회 내부에 20년 넘게 거주하는 등 수도회를 사적으로 유용하는 사례들을 거론했다. 또, 장상들은 더 좋은 의료혜택을 받는 반면 “일개 수녀는 ‘돈을 절약해야 한다’는 이유로 안과나 치과에 가지도 못한다”고 지적했다.
쿠치 사제는 “이 예시들은 불행히도 의복에서부터 휴가, 휴식 또는 그저 외출하여 산책하는 일이 모두 같은 사람의 결정 혹은 변덕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수녀들의) 일상의 모든 부분과 연관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여성 수도자들은 “누구에게 기대야 할지를 모르거나 보복당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이러한 실상을 알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교황청 수도회성 장관인 주앙 브라즈 데 아비즈(João Braz de Aviz) 추기경은 지난 2월 < L'Osservatore Romano >와의 인터뷰에서 “자기 생각을 말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순종하는 경향이 있는 수도자들이 있다”면서 “진정 순종한다면 주님께서 말씀해주시는 것을 용기 있고 솔직하게 말해야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기본적인 인간 존엄을 존중하지 않는 형태의 권력 남용 문제로 수도자들이 수도원을 떠나거나 수도원에 남아있다고 하더라도 “달리 살 방도가 보이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남아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수도원을 떠난 수녀들 가운데 최악의 경우 생계를 위해 매춘까지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하며 지난 1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지시로 설립된 지원센터의 사례를 언급했다. 수도회성의 해당 지원센터는 수도회를 나와 위기에 처한 외국 출신의 여성 수도자들을 위해 설립된 시설이다.
쿠치 사제는 남자 수도회에서 수도회를 떠나는 이들은 주로 “자신의 봉헌생활과 어긋나지 않는 자율성과 삶의 일관성을 추구했으나 이를 거절당했던 것”이 이유였다고 분석하며 “이는 여성 수도생활의 미래에 관해서도 간과해서는 안 될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⑴ 장상 : 교회 안에서 다른 사람에 대해 권위를 가진 인물을 통칭한다. ‘교회 장상’은 교회를 다스리는 권한을 가진 사람으로서, 교회의 최고 장상은 교황이며 전 세계 교회에 대한 권한을 갖는다. 수도회를 다스리는 권한을 받은 사람을 ‘수도회 장상’이라고 한다. (천주교 용어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