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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가톨릭, 교황청 새 훈령 두고 ‘성직자중심주의’ 격론 - 무엇이 시대의 징표인가…‘공동책임’ 실현 위한 길 찾기 토론
  • 끌로셰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20-08-24 16:38:15
  • 수정 2020-08-24 16:3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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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말 발표된 교황청 성직자성의 새 훈령을 두고 독일 가톨릭교회에서 활발한 토론이 벌어졌다.


「보편교회의 복음화 사명을 위한 본당 공동체의 사목적 회개」라는 제목의 새 훈령은, 지역을 기준으로 설정된 본당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전교를 위해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내용의 지침이다. 특히 이번 훈령에서는 성직자의 교회법적 지위와 본분을 매우 강조했고, 독일 가톨릭교회에서는 이와 관련한 논의가 전개되었다.


평신도 역할 확대에 성직자 역할 강조…‘시대의 징표’ 아니다


오스나브뤼크 교구장 겸 독일주교회의 부의장 프란츠-요제프 보데(Franz-Josef Bode) 주교는 훈령이 성직자의 권한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평신도의 역할에 동기를 부여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데 큰 걸림돌”이라며 이번 훈령이 “성직자중심주의로의 회심”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교회법 517조 2항에 따라 평신도가 본당을 관장하는 오스나브뤼크 교구의 새로운 ‘리더십 모델’을 지지했다. 보데 주교는 훈령이 교회법 조항에 존재하지 않는 ‘한시적’이라는 단서를 덧붙였다고 지적하며 평신도가 참여하는 본당 운영은 “일부 지역에서는 영구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인츠 교구장 페테르 콜그라프(Peter Kohlgraf) 주교 역시 성직자성의 새 훈령이 ‘시대의 징표’를 읽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콜그라프 주교는 본당 통폐합이 “지역 공동체의 논의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모든 본당의 통폐합을 로마의 허가를 받아 시행하는 것은 모순적”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사제에게만 본당을 이끌 권한이 있다는 훈령에 대해서도 “우리는 전일제나 자원봉사로 근무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책임과 지휘를 맡겨 사목자의 짐을 덜어주어야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많은 사제들이 행정과 사무에 관한 과도한 요구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그는 “훈령에 따르면 이는 사목자의 것이어야 하고, 우리가 염두에 두고 있는 행정 관리인들은 교황청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훈령이 평신도 참여를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본당 운영 ‘이관’이 아닌 ‘공동책임’이 핵심


쾰른 대교구장 라이너 마리아 뵐키(Rainer Maria Woelki) 추기경은 “훈령이 우리 신앙의 근본적 진리를 기억하게 해준다”며 “교황께서 다시 전교적 교회가 되기 위해 그리스도에게 온전히 의지하라는 권고로서 질서를 바로잡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발터 캐스퍼(Walter Kasper) 추기경은 훈령에 대한 독일 주교들의 비판이 대체로 ‘사제만이 본당 사목을 할 수 있다’는 교회법에 집중되어 있는데 전반적인 내용은 평신도, 성직자가 본당에 관해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 훈령이 “성직자의 본분이 아닌 수많은 일들이 이관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본당을 이끄는 권한은 오로지 사제에게 귀속된다’는 등의 훈령 내용은 어려운 상황에서 본당 운영에 크게 기여한 평신도들에 관해 “더 긍정적이고, 고무적이고 감사하는 표현이 담긴 언어가 사용되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독일서는 이미 사제 없이 운영되는 본당 있어


마인츠 대학 게르하르트 크뤼프(Gerhard Kruip) 교수는 < La Croix >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직자 성범죄의 원인으로 성직자중심주의를 지적했던 「하느님 백성에게 보내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서한」과 성직자의 본분을 강조한 이번 훈령에 “명백한 모순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크뤼프 교수는 훈령에서 강조한 성직자의 본분과 달리 “수년 전부터 독일에는 본당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평신도 사목요원’이 존재해왔다”며 본당 운영에 있어 성직자와 평신도가 균형을 이루는 일명 ‘로텐부르크 모델’이 적용되어 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오스나브뤼크 교구 일부 지역에서는 ‘사목국장’(Pfarrbeauftragter)이라 불리는 4명의 평신도들이 2018년부터 사목자로서 본당을 관리하고 있다. 사목국장 가운데 한 명인 평신도 신학자 미카엘 괵킹(Michael Cöcking)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러한 본당 재조직은 성직자중심주의를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는 그에 기여하고 있다”고 한 말했다.


독일가톨릭평신도협의회(ZdK) 부의장 클라우디아 뢱킹 미켈(Claudia Lücking-Michel)도 “이 훈령은 현장의 현실과 일치하지 않으며 완전한 성직자중심주의로의 회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독일가톨릭평신도협의회(ZdK) 의장 토마스 스텐베르그(Thomas Sternberg) 역시 “사제에게 조차도 이 훈령은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하며 성직자와 평신도가 협력하여 본당을 이끌어야 한다는 취지의 인터뷰를 가졌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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