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도 모든 이들과 함께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이제는 교회가 마음을 열고 헌법적 차원의 권리인 ‘차별금지법 제정’을 적극 도와 달라.
개신교 주요 교단 총회가 진행되는 가운데 개신교 단체와 성소수자부모모임이 차별금지법 제정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는 22일 오전 종로 한국기독교회관 앞에서 ‘평등세상을 바라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소장 박상훈 사제, 대한예수교장로회 박성철 목사가 함께 했다.
성소수자 자녀를 둔 어머니 ‘하늘’씨는 “동성애자 아들을 둔 부모이고 온 가족이 가톨릭신자”라며 “12년 전 아들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는 성소수자에 대해 무지한 엄마였다”고 고백했다.
“그 후 용기 내어 성소수자 인권단체를 찾았고, 그곳에서 수많은 성소수자들을 직접 만나보고 제대로 알고 나니, 제 안에 자리 잡고 있었던 오해와 편견이 부끄러워졌다”면서 “이제는 내 아이가 성소수자인 것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혐오와 차별이 만연한 세상에서 성소수자가 모든 사람과 똑같이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랄뿐”이라고 말했다.
성소수자 부모들은 교회를 향해 “교회가 그들이 문을 열고 세상으로 나올 수 있는 다리가 되어 달라”며 “성소수자들도 교회공동체의 일원으로 사랑 받으며 신앙생활 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교회 지도자 여러분, 성소수자도 모든 이들과 함께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이제는 교회가 마음을 열고 헌법적 차원의 권리인 ‘차별금지법 제정’을 적극 도와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국 교회는 심판자 행세를 멈춰야 한다. (…) 우리에게는 서로 사랑하라는 의무만 있을 뿐이다.
NCCK 인권센터 소장 박승렬 목사는 “우리도 죄인”이라며 “한국 교회는 심판자 행세를 멈춰야 한다. 교회가 하나님인가? 누가 누구를 죄인으로 단죄할 수 있는가, 우리에게는 서로 사랑하라는 의무만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한국 교회는 심판자 행세를 하고 있다. 용서받은 죄인이었다는 것을 망각했다”고 질타했다.
박승렬 목사는 특히, “동성애가 죄인가 아닌가는 더 이상 따질 필요가 없다”면서 “용서받은 죄인들이 다른 사람에게는 죄가 있는지 없는지 묻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성철 목사는 “21세기 한국교회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며 다시금 역사적 과오를 되풀이하고 있다”면서 “보수적인 기독교 교단들의 경우, 한편으로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외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종교적으로 정당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그리스도인이 가져야 할 태도를 두고서 박성철 목사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향한 사랑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라며 “차별금지법 제정은 정치적 이념이나 신학적 지향의 문제가 아니라 그리스도인으로서 사랑의 실천 문제”임을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성소수자부모모임 활동가 오소리 씨는 “저를 비롯한 성소수자들은 그저 차별받지 않으며, 마음껏 사랑하며 살아가고 싶을 뿐”이라며 “교회는 하나님의 뜻에 따라 성소수자들 또한 진정한 사랑과 환대로 맞이해야 한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 그리고 부정은 하나님의 뜻을 거역하고 하나님을 믿지 않는 행위이다. 교회는 하나님의 가르침을 더 이상 유예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