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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형제들'…교황 새 회칙은 성차별적인가? - 불필요한 논쟁인가 시대적 요구인가
  • 끌로셰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20-10-09 17:29:05
  • 수정 2020-10-14 18:4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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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Vatican Media)


최근 발표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새 회칙 제목을 두고 영미권을 중심으로 논쟁이 벌어졌다. 이번 회칙 제목 『모든 형제들』에 ‘자매들’이 포함되지 않아 “성차별적”이라는 논쟁이다. 


언어들 사이에 존재하는 표현방식의 차이를 짚지 않거나 실제 회칙 내용을 검토하기도 전에 등장한 이런 지적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맥락에서 이런 지적이 있었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겠다. 


먼저, ‘모든형제들’이라는 제목이 남성중심적이라고 지적한 발언을 다룬 기사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자.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톨릭 여성들이 조만간 발표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새 회칙 제목 ‘프라텔리 투티’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 제목은 이탈리아어 남성 복수 단어로 전 세계 사람을 칭하고 있다. (…) 국제 팍스 크리스티 전 공동의장 매리 데니스는 제목의 남성적 구조가 제목을 제외한 교황의 새 회칙에 대한 관심을 앗아갈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포용적 의도는 이해하나 인류 절반을 배제하는 식의 제목을 고수한 비극이 너무도 크다”고 데니스 전 공동의장은 말했다. 


여기서 발견되는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이탈리아어를 비롯한 로망스어에 존재하는 ‘문법적 성’(grammatical gender)⑴에 대한 이해다. 문법적 성은 의미와는 무관한 임의적인 언어현상일뿐, 인간의 성(sex)이나 젠더(gender)와는 무관하다. 즉, 문법적 성이 남성이라고 해서 해당 어휘가 남성만을 가리키거나 문법적 성이 여성이라서 여성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두 번째는 이번 새 회칙 제목에 ‘형제’에 대비되는 ‘자매’가 명시적으로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번 제목이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가 수도생활을 논하고 있는 문헌에서 빌려온 표현이라는 점에서, 그 문맥상 모든 수도자를 가리키는 말로 이해하는 것이 보편적이라는 점에서 이 말 자체로 여성을 차별하거나 배제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사실 교황청에서는 이미 교황청 홍보부 편집국장을 통해 이 논란에 대한 설명을 제시했다. 이를 의식한 듯 프란치스코 교황도 “모든 형제자매들을 위한 회칙”이라고 회칙을 소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언어는 시대와 상황을 반영해야 한다. 한 프랑스 일간지 영어판에서도 다뤘듯이 교황청 측에서도 요한 바오로 2세가 1990년대 신자들을 향해 ‘사랑하는 형제 여러분’대신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으로 호칭을 바꾸는 등 성차별적인 언어를 타파하기 위한 나름의 시도가 있었다. 


이러한 시도는 모두 과거와 달리 오늘날 모든 인간은 성별과 관계없이 동등한 존엄과 권리를 누린다는 점을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평등은 언어, 제도 등을 통해 명시될 필요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언어의 사용은 언제나 시대와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게다가 언어는 언제나 화자가 의도한 대로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화자가 생각지 못한 편견이나 오해가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화자가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청자의 지적이다.


앞서 살펴보았듯 성 프란치스코가 사용한 의미에서나, 현대 이탈리아어에서나, 더 나아가 프란치스코 교황이 의도한 바 모두에서 ‘프라텔리 투티’는 분명 남녀를 막론한 인류 전체를 지칭한다. 하지만 오늘날 ‘모든 형제들’이라는 제목은, ‘인간존재’, ‘사람’, ‘인류’, ‘형제자매’와 같은 포용적 표현에 비해 분명 일부에게는 불편함을 안겨줄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이러한 문제제기는 반가운 일이다. 사람들이 언어의 중요성에 더욱 집중하고, 동시에 언어가 우리 사회의 거울이라는 사실도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제기는 단순히 ‘괜히 불편한 사람들의 투덜거림’이라거나 일부의 불만으로만 치부할 일은 아니다. 


이번 사안에서 이를 보도하는 양상 역시 흥미롭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새 회칙 반포 이후 번역본 제목을 '모든 형제들'로 결정했다. 


교계매체는 지난 9월 영미권 매체를 인용하여 ‘모든 형제자매들’이라는 제목으로 새 회칙 반포 소식을 전했다가 이후에는 주교회의를 따라 '모든 형제들'로 보도를 이어갔다. 재밌게도 < Vatican News > 한국어판은 아예 영문 표기인 ‘Fratelli Tutti'만을 표기했다. 


이와 달리 한국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회장 조 에노스 수녀는 회칙 발표 다음날인 5일 각 수도회 장상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새 회칙의 제목으로 쓰인 ‘Fratelli Tutti’는 프란치스코 성인이 형제들에게 남긴 28가지 권고 중 여섯 번째 ‘복음의 향기로 구별되는 삶의 방식에 관해’에서 인용된 것으로, 이 회칙에서는 인류와 피조물 전체를 포함하는 의미로 ‘모든 형제자매 brothers and sisters all'라고 해석되어야 한다고 합니다”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1) 문법적 성이란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등과 같은 로망스어에 존재하는 어휘적 특성을 말한다. 로망스어 명사에는 모두 임의적으로 성(gender)이 붙게 되는데, 이를테면 프랑스어 명사 'personne'(사람)은 여성 명사이기 때문에 이에 해당하는 여성 관사인 'une'이나 'la'와 결합한다. 마찬가지로 명사와 결합하는 형용사 등도 명사의 문법적 성에 알맞는 형태로 어미를 변화하여 결합한다. 이러한 문법적 성은 실제로 해당 단어가 지칭하는 대상의 의미와는 무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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