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말 교황청 재정을 유용하여 이를 부적절한 투기에 사용했다는 혐의로 사퇴한 추기경이 최근 이를 보도한 이탈리아 언론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며 ‘교황이 될 수 있었는데 못 되었으니’ 100억을 달라고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부터 런던의 고가 부동산 매입과 여러 부적절한 투기를 주도했다는 혐의로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직접 사퇴 명령을 받고 사퇴한 안젤로 베치우(Angelo Becciu) 추기경이 18일, 이에 관한 보도를 이어온 이탈리아 언론 < L’Espresso >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베치우 추기경 측은 추기경의 사퇴 전날인 24일 교황이 그를 만나 사퇴를 명령하는 과정에서 손에 < L’Espresso > 잡지를 들고 있었음을 근거로 해당 언론이 자신의 사퇴를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탈리아 주간지 측은 24일 저녁 당시에는 베치우 추기경 관련 논란을 다룬 제호가 배포되기 전이었고 인쇄도 되지 않았던 시간이라면서 베치우 추기경의 주장을 반박했다.
< L’Espresso >는 이번 고발을 두고 “베치우처럼 영향력 있는 추기경이 교황을 공개적으로 이런 식으로 대한다면, 무슨 할 말이 더 있겠나”라고 한탄하며 “(추기경의) 이러한 논리에는 비약이 한 가지 있다. 추기경에게 변호사들이 문건으로 아주 꼼꼼하게 정리한대로 그러한 업적이 있었다고 하면, 어째서 교황이 추기경이 아닌 언론 탐사를 믿는 결정을 했을까?”라고 반문했다.
게다가 이탈리아 언론은 베치우 추기경이 사퇴 당일 저녁 공개 기자회견에서 “교황께서 내게 교황청 검찰로부터 내가 횡령을 저질렀다는 소식을 전해들었으며, 신문기사와 이탈리아 재정당국의 조사에 의해 내가 횡령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말씀하셨다”고 말한 것과는 정반대의 입장을 내놓은 것을 지적하며 그의 주장에 모순이 있음을 강조했다.
게다가 베치우 측은 이탈리아 언론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이유에 대해 “특정한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와 “추기경의 행적에 따라 그가 차기 교황 후보가 될 수도 있었을 상황”을 지적하며 그에 대한 손해배상으로 1000만 유로(한화 약 130억)를 요구해 논란이다. 즉, 가톨릭교회 교계제도에서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거나, 나아가 교황이 될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베치우는 ‘교황이 될 수 있는 기회’를 한화로 ‘130억’으로 추산한 셈이다.
고소를 당한 일간지는 “최초로 사도좌의 가치가 1000만 유로로 매겨졌다”고 조롱하며 “우리는 지금까지도 생각 없는 어린 아이처럼 행동하는 추기경의 명백한 위협 의지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를 계속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