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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3월 이라크 순방 때 이슬람 최고 종교지도자 만난다 - 2019년 이후 첫 순방이자, 최초로 이라크 순방하는 교황
  • 끌로셰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21-02-03 12:08:16
  • 수정 2021-02-03 16: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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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리 알시스타니 대아야톨라(좌)와 프란치스코 교황(우)


오는 3월 5일부터 8일로 예정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라크 순방 계획이 전례 없이 수 달 전 공개됐다. 순방 일정 가운데 가장 주목 받는 점은 교황이 순방 중에 이라크 이슬람 시아파 최고 종교지도자(아야톨라) 알리 알시스타니(Ali Al-Sistani)과의 만난다는 사실이다. 알시스타니는 이라크와 중동 전체에 종교적, 정치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상징적인 인물이다. 


아브라함 출생지 우르 평원·이슬람 최고 종교지도자와의 만남


지난 달 28일 프랑스 주교회의와 동방 가톨릭교회 지원단체연합(ROACO) 소속으로 파리 대교구 산하에 있는 동방 가톨릭교회 지원 단체 ‘외브르 도리앙’(L’Oeuvre d’Orient)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라크 순방 준비를 지원하는 칼데아 가톨릭 총대주교 루이스 라파엘 1세 사코(Louis Raphaël I Sako) 추기경이 순방 계획을 미리 공개했다.


순방 계획 사전 공개는,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정국과 끊임없는 이라크 지역의 테러 위협, 게다가 오는 6월 총선까지 앞둔 탓에 불확실해진 교황 순방을 확실히 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사코 추기경에 따르면 3월 5일 교황은 바그다드 공항에 도착하여 이라크 총리와 대통령과 만난 후 바그다드에 위치한 ‘구원의 성모’ 시리아 가톨릭 대성당(Sayidat al-Nejat Cathedral)에서 바그다드 성직자들과 만난다. 이곳은 2010년 IS의 자살폭탄 테러로 인해 수십 명의 신자들과 사제 2명이 목숨을 잃은 성당이기도 하다.


6일에는 이라크 남부 나자프(Nadjaf)로 이동하여 이라크 이슬람 시아파의 최고 종교지도자 알시스타니 대 아야톨라를 비공개로 만난다. 이곳은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의 사촌동생이자 가톨릭교회의 ‘4대 교부’와 같은 지위를 갖는 ‘4대 칼리파’ 중 한 명으로 인정받는 알리 이븐 아비 탈리브의 무덤이 있어 성지로 여겨진다.


그리고 아브라함의 출생지인 우르(Ur) 평원을 방문한 뒤에 고통의 성모 칼데아 가톨릭 대성당(Cathedral of our Lady of Sorrow)에서 미사를 봉헌한다.


프랑스 일간지 < La Croix >와 인터뷰를 가진 프랑스 국제관계 연구원 아델 바카완(Adel Bakawan)은 알시스타니를 “모든 이라크 이슬람 시아파에게 있어 두말할 것 없는 기준점과 같은 사람”이라고 표현하며 “이라크인들은 알시스타니의 다스림을 받아들이고 있으며 그의 파트와(Fatwa)는 절대 넘어서는 안 될 경계선으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바카완은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세기의 만남”에 대해 “알시스타니 아야톨라도 전 세계에서 교황의 무게, 상징 그 모든 것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정부 수반들과의 만남은 거절할 수 있을지 몰라도 교황을 맞아들이는 일을 거부할 수는 없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2003년 사담 후세인 정권 붕괴 이후부터 큰 영향력을 행사해 온 알시스타니는 2010년 그의 영향력을 선거에 이용하기 위해 정치인들이 자신을 찾아오자 어떤 정치인도 만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이라크 총리는 임명 전 알시스타니를 예방하고 일종의 '재가'를 받는 관습이 있다. 


군사적으로도 알시스타니는 2014년 발표한 파트와를 통해 시아파 민병대 조직(PMF)을 설립하고 IS 퇴치에 큰 공헌을 하기도 했다. 2019년 이라크 반정부 시위 당시 수백명의 사망자를 내며 정부가 시위대를 탄압하자, 알시스타니는 델 압둘-마흐디 총리를 향해 "시위대를 향한 공격은 잘못된 것"이라는 설교를 내놨고, 이라크 총리는 바로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만큼 알시스타니의 행적과 발언이 이라크인과 더불어 중동의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비록 비공개이기는 하나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만남을 통해 내놓게 될 여러 발언들이 중동 정세 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7일에는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라크 쿠르드 자치구 아르빌(Erbil)을 방문한다. 아르빌은 기원후 104년 첫 번째 주교를 맞아들이며 그리스도교가 정착한 초기 지역 중 중동 지역이다. 이어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극단주의 테러세력인 IS가 한때 점령하여 그리스도교인들이 심각하게 박해를 받았던 모술과 카라코시를 방문한다. 


이후 다시 아르빌로 돌아와 아르빌 신학교에서 점심식사를 한 후, 아르빌 경기장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바그다드로 돌아와 다음날 다시 로마로 돌아온다.


2019년 이후 첫 순방이자, 최초로 이라크 순방하는 교황


지난해 교황의 이라크 순방 소식이 발표된 이후 이라크 시리아 가톨릭교회와 칼데아 가톨릭교회에서도 환영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칼데아 가톨릭교회 아르빌 교구장 바스하르 와르다(Bashar Warda) 대주교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이는 교황의 매우 용기있는 결정이자 행보”라며 “교황의 사명은 언제나 변방과 소외받은 이들을 찾아가는 것이었던 만큼 교황께서 이곳에 있는 소중한 백성들을 잊지 않고 계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와르다 대주교는 특히 이번 순방에서 교황이 단순히 이라크 가톨릭교회뿐만 아니라 “이라크의 모든 사람을 위해 평화, 선의, 화해의 복음을 선포하실 것”이라고 기대했다.


시리아 가톨릭교회 하디아브 아르빌 대교구장 니자르 세만 대주교도 환영의 뜻을 밝히고 “교황님이 중동 지역, 특히 이라크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얼마나 마음을 쓰고 계신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사코 추기경은 지난 21일 바그다드 테러로 32명이 사망하고 백여 명이 부상을 입은 사건으로 이라크의 정세가 불안해진 가운데 < Vatican News >와 인터뷰를 가지고 “교황께 위험이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여론을 안심시켰다.


사코 추기경은 이번 교황 순방이 “서로 화해하고 용서하고, 모든 이라크인들을 위해 더 나은 미래를 건설하라는 호소”라며 “교황께서 우리에게 위로를, 특히 희망을 가져다주실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해 12월 초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라크 순방이 발표되었을 당시에는 2019년 일본·태국 순방 이후 첫 순방이자 최초로 이라크를 방문하는 교황이 된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은 바 있으며 교황청 측은 당시 “전세계 보건위기의 추이”를 고려하겠다고 계획 변경 여지를 남겨두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미 2014년부터 이라크 순방 의지를 보여왔고, 2019년에도 동방 가톨릭교회 지원단체연합(ROACO) 회의 참석자들과의 만남에서 이라크 순방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 때 교황은 “자꾸만 이라크가 떠오른다”며 이라크가 “종교계를 포함한 모든 사회 구성원이 함께 평화롭게 공동선 구축에 참여함으로서 앞으로 나아가고, 지역 세력간 분쟁에서 비롯된 긴장에 또 다시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매해 전 세계 분쟁의 종식을 기원하는 교황의 성탄 강복(우르비 에트 오르비) 때에도 이라크는 늘 빠지지 않았다.


2018년 성탄 때에는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Pietro Parolin) 추기경도 이라크를 방문하여 이라크 가톨릭교회에 관한 관심을 표현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2013년부터 칼데아 가톨릭교회의 총대주교를 역임하고 있는 루이스 라파엘 1세 사코 주교를 2018년에 추기경으로 서임하기도 했다.


지난해 1월 교황은 바르함 살리흐 이라크 대통령을 교황청에서 만나 국무원장 파롤린 추기경과 외무장관 폴 리차드 갤러거(Paul Richard Gallagher) 대주교와 함께 “그리스도인의 역사적 실체 보존의 중요성과 이들에게 안전과 미래를 보장해야할 필요성”을 논의하기도 했다.


가톨릭교회, 이슬람, 유대교의 근간이 되는 아브라함에 관한 메시지 발표할 것으로 예상


요한 바오로 2세도 2000년 대희년의 일환으로 1999년 말 이라크 순방을 계획했으나 당시 대통령이었던 사담 후세인이 몇 개월간의 논의 끝에 순방을 무기한 연기하면서 교황 순방이 취소되기도 했다.


사코 추기경은 이에 앞서 언론과의 대담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종교간 대화를 위한 미사를 집전하고 가톨릭교회, 이슬람, 유대교의 근간이 되는 아브라함에 관한 메시지를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사코 추기경은 이외에도 프란치스코 교황이 특히 IS의 테러로 인해 초토화된 곳을 방문하여 “사람을 죽이고, 존재할 권리를 부정하는 이 이슬람주의를 규탄하는 메시지를 발표하실 것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12월 10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청 인간발전부가 주최한 시리아, 이라크 인도적 위기에 관한 회의 참석자들에게 비디오 메시지를 보내 “작든 크든 평화를 이루는데 도움이 되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교황은 “작든 크든 평화를 이룩하는 과정에 도움이 되는 모든 노력은 사람들을 환대하고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아갈 곳이 있는 올바른 사회를 구축하는데 벽돌을 하나 쌓는 행위”라며 “특히 전쟁의 끔찍함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과 친지들을 위해 더 나은 생활 조건을 찾아나서고자 자기 고장을 버려야만 했던 사람들을 생각한다”고 말한바 있다. 


교황은 “이러한 지역에서 그리스도교의 존재는 언제나 그러했듯이 평화, 발전, 개발, 사람과 민족간 화해의 상징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 파트와: 권위있는 이슬람 법학자가 이슬람 전통을 토대로 현실 문제에 관해 내놓는 답변. 파트와에는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신자들에게 이슬람 종교법(샤리아)에 준하는 권위를 갖는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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