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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이라크 순방길 올라 “그리스도인, 무슬림은 모두 형제”
  • 끌로셰
  • 등록 2021-03-05 18:49:34
  • 수정 2021-03-12 19: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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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Vatican Media)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라크 순방(3월5-8일)을 앞두고 이라크인들에게 영상메시지를 보내 자신이 “함께 걷고자 하는 열망으로 형제애를 추구하는 평화의 순례자”로서 이라크에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나는 엄청난 고대 문명의 요람인 여러분의 땅을 방문하고, 여러분의 얼굴을 보고싶었다”며 “수년간의 전쟁과 테러 이후에 주님께 용서와 화해를 간구하며, 하느님께 마음의 위로와 상처의 치유를 청하는 속죄하는 순례자로 (이라크에) 간다”고 밝혔다. 


‘너희는 모두 형제다’(마태 23, 8)라는 구절을 들어 무슬림, 유대인, 그리스도인을 한 가족으로 아우르는 아브라함을 따라 “다른 종파의 형제들과도 함께 기도하며 걷고자 하는 열망으로 형제애를 찾는 평화의 순례자로서 가는 것”이라며 이번 순방의 또 다른 핵심이 종교간 평화임을 강조했다.


교황은 이라크인들에게 “부서진 집과 망가진 교회의 모습이 아직도 여러분 눈에 선하고, 아직도 여러분 가슴 속에 떠나온 이웃과 집이라는 상처가 남아있다. 나는 여러분에게 교회 전체의 애정 어린 포옹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여러분이 겪었으며, 내게도 무척 고통을 주는 이 끔찍한 고통들이 득세하지 못하도록 하자.


교황은 “악이 퍼지는 것을 보고 자포자기 할 것이 아니라 여러분 땅의 오랜 지혜의 원천을 따라 모든 것을 버리면서도 절대 희망을 잃지 않았던 아브라함처럼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엄청난 고통을 겪고도 쓰러지지 않은 그리스도인, 무슬림 여러분, 예지디족을 비롯한 모든 민족 여러분, 여러분이 모두 형제인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지난 3일에는 이라크 안바르주에 위치한 미군 주둔기지 주변으로 10발의 미사일이 떨어지면서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기도 했으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러한 어려움에 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5일부터 8일까지로 예정된 이라크 순방을 “신앙인들 사이의 형제애로 나아가는 발걸음”이라고 표현하며 “오래전부터 그토록 고통받아왔던 이 민족을, 아브라함의 땅에 세워진 순교자의 교회”인 이라크를 반드시 방문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요한 바오로 2세 때 방문이 무산된 기억을 되새기며 “이라크인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요한 바오로 2세를 기다렸지만 그분께서는 이라크에 갈 수 없었다”며 “한 민족을 두 번 실망시킬 수는 없다. 이 여행이 잘 치러지도록 기도하자”고 강조했다.


이라크, 교황이 순방하는 9번째 이슬람국가


프란치스코 교황은 임기 가운데 이슬람교와의 화해를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UAE·모로코(2019), 이집트·방글라데시(2017), 아제르바이잔(2016), 터키·요르단·알바니아(2014) 등의 국가를 방문했다. 아제르바이잔을 제외하고 나머지 국가들은 대부분 이슬람 수니파가 중심이 되는 국가들이었다. 


특히 2019년 UAE에서 교황은 아라비아반도를 최초로 방문한 교황이 되었고, 이와 동시에 수니파 최고권위자 알아즈하르의 대이맘 아흐메드 알타예브를 만나 종교간 평화를 다짐하는 파격적인「세계 평화와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한 인간의 형제애」를 발표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이라크 순방에서는 수니파와 양대산맥을 이루는 이슬람 다수 종파인 시아파의 최고 영적 지도자이자,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 이라크의 향방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온 알리 알시스타니(Ali Al-Sistani) 대아야톨라를 만난다. 


교황청립 아랍이슬람대(PISAI) 박사 크리스토페 클로에시(Christopher Clohessy) 사제는 알시스타니가 “시아파 이슬람의 핵심 인물 가운데 하나”라면서 알시스타니의 지도를 받는 전세계의 수많은 시아파 학자들이 있는 만큼 “알시스타니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마찬가지로 구심력을 가진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클로에시 사제는 “알시스타니는 이라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으로 2003년 미국의 침공 이후 종교정치 영역에서 평화의 일꾼이자 협정 중재자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며 이라크 과도정부 수립을 위한 투표를 촉구하고, 테러로 인한 이슬람 내부 분열을 저지하며 나아가 이슬람 극단주의를 표방한 테러단체 IS를 격퇴하는데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클로에시 사제는 두 종교 지도자간의 만남이 사적인 수준에 머무른다는 점에서 공동 선언과 같은 가시적 결실을 맺기는 어렵겠지만 “매우 상징적인 만남이다, 상징이 말보다 중요할 때도 있다”며 만남 자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처럼 아브라함을 중심으로 이슬람교와는 가족적인 관계를 쌓기 위해 6일 알시스타니 대아야톨라를 예방한 이후에 성경에서 아브라함의 고향으로 일컬어지는 우르 평원을 찾아 종교간 만남을 갖는다.


2003년 이후로 혼란했던 이라크 사회


▲ (사진출처=Vatican Media)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이라크 사회의 정치적 혼란과 함께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그들 역시 원주민의 일부임에도 불구하고 무슬림이 인구의 대다수였던 이라크인들에게 환영받지 못했다. 


바샤르 와르다 칼데아 가톨릭교회 대주교는 2019년 그리스도교에 대한 적대적 분위기로 인해 2003년 140만여 명으로 추산되던 이라크 그리스도교인이 25만 명밖에 남지 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프랑스 일간지 < La Croix > 역시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2008년 모술의 칼데아 가톨릭교회 소속 파울로스 파라즈 라호 대주교(Paulos Faraj Rahho)가 납치·피살된 이후 모술 지역 그리스도인의 인구가 급격히 줄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더해 2014년 IS가 니네베 평원을 점령하면서 그곳에 머물고 있던 15만 명의 그리스도교인들이 대부분 지역을 탈출하면서 그리스도인은 이라크 북부에서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7일 방문하는 카라코쉬의 경우 2014년 당시 5만여 명의 그리스도인들이 하룻밤 만에 모두 피난을 떠났다. 현재 카라코쉬 지역에는 당시 인구의 40% 정도가 돌아온 상태로 알려졌으며, 모술 지역에는 70여개의 그리스도교 가정만이 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뿐만 아니라 IS로 인해 파괴된 집들과 교회들은 여전히 대부분 복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교황청 재단 ‘고통받는 교회 돕기’(ACN)는 2011년부터 2020년까지 IS에 의해 파괴된 니네베 평원 복구와 그리스도인들의 복귀를 위해 지속적인 지원을 해왔다


정확한 통계가 존재하지는 않지만 < Radio Vatican > 에 따르면 이라크 그리스도교 신자 수는 40만 명으로 추정되며, 이는 4천만 명에 달하는 이라크 인구의 1%에 지나지 않는다.


한편 주변 국가인 이란이 핵무기를 두고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상황으로 인해 바그다드 국제공항 근처에서 이란군 지휘관 카셈 솔레이마니 암살 사건이 벌어지고, 교황 순방을 이틀 앞두고도 이라크 주둔 미군 기지에 미사일 10발이 떨어지는 등의 긴장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교황의 주요 순방 일정은 다음과 같다. 


3월 5일


14:10 국무총리와의 만남(바그다드 국제공항 VIP홀)

15:00 공식 환영 세레모니(바그다드 대통령궁) 

15:15 이라크 대통령 예방(바그다드 대통령궁)

15:45 당국, 시민사회, 외교단과의 만남(바그다드 대통령궁)

16:40 주교, 사제, 수도자, 신학생, 교리교사와의 만남(바그다드 구원의 성모 시리아 가톨릭 주교좌성당)


3월 6일


9:00 대아야톨라 알리 알-후사이니 알-시스타니 예방(나자프)

11:10 우르 평원에서 종교간 만남(우르)

18:00 성미사(바그다드 성 요셉 칼데아 가톨릭 주교좌성당)


3월 7일


8:20 이라크 쿠르드 자치구 대통령과 종교·민간 당국 환영식(이르빌 공항)

8:30 쿠르드 자치구 대통령 및 국무총리와의 만남

10:00 전쟁 희생자를 위한 기도(모술 호쉬 알-비에아 교회 광장)

11:30 카라코쉬 공동체 방문 (카라코쉬 원죄 없는 잉태 성당)

16:00 성미사(아르빌 ‘프랑소 하리리’ 경기장)


3월 8일


9:20 작별 세레모니(바그다드 국제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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