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TIME)지는 매년 말 그 해 가장 혁신적인 100개의 제품을 최고의 발명품(The Best Inventions of the Year)으로 선정한다. 그런데 2019년 국내 스타트업 요크가 개발한 태양광 시스템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최고의 발명품'에 이름을 올렸다. 웬 일일까? 타임지는 “학교에 세워진 소 모양의 태양광 충전 시스템은 '파워 밀크'라는 하얀색의 우유병 모양의 배터리로 구성돼 있다”며 “아이들이 학교에 와서 공부하는 동안 이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고, 수업 후 집으로 가져가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타임지는 솔라 카우가 전기가 보급되지 않은 지역에서 효과적인 에너지 사용에 기여함과 동시에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요크는 한국국제개발협력단을 통해 탄자니아 아루샤 지역에 있는 초등학교 학생들 500명을 대상으로 포스트 파일럿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요크는 "아동 노동과 에너지 보급, 환경기후 변화와 같은 글로벌 문제들을 한국의 스타트업이 혁신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되겠다"고 밝혔다. 지금 케냐에도 확대중이다.
이상은 연합뉴스 등에 보도된 소식을 요약한 것이다. 필자는 이 소식을 듣고 한국의 젊은이가 이루어가고 있는 지구촌의 쾌거라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아프리카의 화전(火田)을 막아라
재작년 아프리카에서 생명농업 가르치며 살다가 귀국하신 정호진 선생으로부터 강연을 들었다. 충격적인 것은 아프리카와 유라시아 도처에 화전을 일구느라 불타고 있는 숲이 너무 많다는 것. 온 천지에 연기가 자욱하다는 것이 대륙의 현실이다. 연기가 대기를 직접 데우기도 하고 생태계가 파괴되면서 토양의 탄소저장능력을 급격히 저하시킬 뿐 아니라 근본적으로 부실해진 흙이 빗물에 휩쓸려 가는 바람에 토양침식과 토양유실이 생기고 사막화가 촉진된다는 현실이 그것이다.
아프리카에 비해 인도는 수천년 동안 많은 인구가 별탈 없이 먹고 살고 있다. 부처님 탄생 때부터 많은 인구가 살았다. 그들은 어떻게 불 지르지 않고 살았을까? 날이 따뜻하더라도 취사연료때문이라도 화전이 보통이었을텐데.
단서의 하나는 소에 있다. 육식을 금하고 우유로 먹거리를 삼으며, 소똥을 말려 연료로 삼아서 나무와 숲을 훼손하지 않으므로 해서 가뭄대처 능력을 키우는 순환형 삶이 그들의 사회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게 해온 비결이다. 잘 말린 소똥은 화력이 좋고 냄새도 없다. 내버려 두면 메탄이라는 온실가스를 배출할 놈을 에너지원으로 삼으면서 벌목의 수요조차 줄이니 일석삼조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순환형 삶에도 현대문명이기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일이 생겼으니 그것은 소통의 수단이 되는 휴대폰이다. 지금 세상은 의사소통이 안 되면 생활도 안 되고 생존도 어렵다. TV는 동네에 몇 대 없어도 되지만 휴대폰은 집집마다 충전을 해야 한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은 집집마다 지붕이나 마당에 태양광패널을 걸어둘 수밖에 없다. 패널이 없으면 값싼 기름을 사서 발전기를 돌려야 한다. 하지만 인도는 형편이 나은 편이다. 인구밀도가 꽤 높아서 웬만한 곳은 전기수급이 되거니와 태양광패널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아프리카의 또하나의 문제ㅡ 집단적으로 의사결정하는 능력을 키우기
문제는 아프리카다. 땅이 워낙 넓고 인구밀도가 낮아서 도시가 아니라면 전기공급은 요원하다. 뒤늦게 정보사회로 진입하고 있지만 문제는 휴대폰을 충전할 전기가 없다는 것. 등유로 돌리는 발전기는 효율도 떨어지고 오염도 문제이지만 돈 주고 사야한다. 태양광패널 갖기도 인도보다 훨씬 어렵다. 그 돈을 벌기 위해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고 초저임금의 노동시장에 보내지고 있다. 교육이 안 되고 있다는 이야기는 읽고 쓰고 셈하는 기초지식의 결핍을 초래하고 있다는 얘기다. 집단적 조직문화를 접할 기회도 없어진다. 타인과의 협력을 통해 일을 하는 것도 실력의 중요한 부분인데 원천적으로 기를 기회가 없어진다. 사회발전이 요원하다.
특히 농사부문에서 문제가 된다. 노동집약적이고 협업체제의 농사가 이루어져야 생산성이 늘어나고 식량문제도 자구책을 마련할 수 있다. 특히 인구부양능력이 큰 벼농사는 정교한 협업을 요구한다. 아프리카에서의 벼농사 성공은 인류의 비전이다.
하지만 집단생활의 경험이 누락되면 의사결정을 위임하거나 받거나 하는 일을 할 수 없게 되면 혼란이 쉽게 야기된다. 아프리카 원주민의 사회학적 문제는 바로 집단을 대표하는 의사결정의 능력이 결핍됨에 따라 나오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학교교육이 중요하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지식뿐 아니라 인간과 생명의 존엄을 자각하고 친구를 만나고 함께 놀이를 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아이들이 일터에 가지 않고 학교에 등교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는 뛰어난 사회적 기술이 된다. 이것은 YOLK의 Solar Cow가 해주고 있다.
일석오조의 Solar Cow
아이들이 각자 소지한 충전용 단말기를 학교에 오자마자 Solar Cow에 끼운다. 단말기에는 램프도 달려있다. 낮시간 공부를 하는 동안 태양광패널이 단말기를 충전시킨다. 아이들이 충전된 단말기를 갖고 집으로 돌아가면 부모님의 휴대폰을 충전시킨다. 밤을 밝히는 등불도 된다. 가정경제에 보탬이 된다. 발전기용 등유를 사기 위해 나무를 베어 팔지 않아도 된다. 지구촌에는 온실가스가 줄어든다. 아이들은 지식을 배움과 동시에 인간의 존엄을 자각하고 사회와 인류에 기여한다. 아이들이 학교에 와서 공부를 하기만 하면 세상이 좋아지도록 하는 메카니즘, 이것이 Solar Cow의 정체다. 2019년 TIMES가 ‘베스트 발명’으로 선정한 이유다.
그 위에 ‘이러한 생각을 하고 실천에 옮긴 과정’은 인류에게 영감을 준다. 영감을 주는 행위 그 자체가 노벨상감이다.
YOLK는 K-Donation(기부) 창구
YOLK를 제조업의 관점으로 보았을 때는 생활밀착형 태양광패널을 만드는 경제적 활동을 하는 기업이다. 그런데 이 기업이 제품을 생산해서 수요자에게 보급하는 일련의 과정은 공익적 가치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 공익적 가치가 워낙 크다. 이 기업에 공익활동의 짐마저 모두 짊어지게 할 수는 없다. 우리가 그 공익적 가치에 환호하고 기뻐한다면 그 일을 이루어 가는 과정에도 동참하는 게 자연스럽다.
이름하여 K-Donation. 돈이든 재능이든 관심이든 이 활동에 참여하면 기쁨을 누릴 수 있다. 기존의 거대 구호단체가 하는 일과는 달리 구체성에서 임팩트가 있다. 효과도 크다. 한껏 기부를 하고 그들이 직접 아프리카에서 벌이는 사업을 눈으로 보고 보람을 만끽하자.
이원영(수원대 교수, 생명·탈핵실크로드순례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