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미얀마에서 군부에 의해 자행되는 유혈 사태에 “나도 무릎을 꿇습니다. 나도 두 팔을 벌립니다”라며 연대의 뜻을 전했다. 이를 통해 민주주의를 염원했다는 이유만으로 군부의 폭력에 희생되는 무고한 미얀마 시민들의 아픔을 보듬고 국제사회에 미얀마 군부의 잔혹성을 알렸다.
17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미얀마 민주주의 시위대를 추격하는 군경 앞에 무릎을 꿇고 “쏘지 말라. 차라리 나를 쏘라”고 호소해 화제가 된 수녀의 이야기를 언급했다.
해당 사진이 공개되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안 누 따웅(Ann Nu Tawng) 수녀는 미얀마 북부에 위치한 미치나 교구 프란치스코하비에르사도회 수녀다.
누 따웅 수녀는 당시 군경들 앞에 무릎을 꿇고 진압을 중단해달라고 호소하며 “하느님, 저 어린 생명을 구하시고, 제 생명을 거둬가소서”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지난 3월 8일 누 따웅 수녀는 다시 한 번 경찰들 앞에서 시위 진압을 멈추어 줄 것을 간청했고, 이 경찰들 가운데 두 명이 함께 무릎을 꿇고 손을 모으는 사진이 공개되어 다시 한 번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나도 미얀마 길거리에서 무릎을 꿇고 ‘폭력이 멈추게 하소서!’라고 기도한다. 나도 내 두 팔을 벌리고 ‘대화가 우선하게 하소서!’라고 기도한다. 피는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다.
교황은 “수많은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이 자기 나라에 희망을 주기 위해 목숨을 잃는 미얀마의 비극적인 상황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느끼고 있다”며 이 같이 강조했다.
이번 발언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은 벌써 네 번째나 미얀마 상황에 대한 언급을 이어가고 있다. 교황은 쿠데타 발생 일주일이 채 되지 않은 2월 7일 "조화로운 민주적 공존"을 언급하고 바로 다음날 주 교황청 외교단을 통해 국제사회에 미얀마 사태에 관심을 기울이고 "민주주의는 서로 다른 의견이 국가의 권력과 안보를 무너트리는 것이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그리고 2월 28일 미얀마 군부가 군경을 동원하여 무력으로 평화롭게 시위하던 시민들을 진압하여 미얀마 시민들 수십 명이 대규모로 사살되었다는 소식에 교황은 3월 3일 "나는 관계 당국이 탄압보다는 대화가, 반목보다는 조화가 우선하도록 관심을 기울여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17일 공개된 교황청 전교기구 산하 매체 < Fides >와의 인터뷰에서 안 누 따웅 수녀는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우리를 기억해주시는 것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교황께서 우리와 함께 모든 폭력이 종식되고 대화가 개시되기를 지지하고 계시다는 것에 위로를 받고 용기를 얻는다. 게다가 그분의 말씀이 무릎을 꿇고 하늘을 바라본 내 행동에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에도 놀랐다”고 말했다.
누 따웅 수녀는 “폭력은 멈추지 않고 부상자들은 날로 늘어간다”며 “이곳 카친 주 사설 진료소는 군부가 두려워 문을 모두 닫았다. 수도회 진료소만이 문을 연 몇 안 되는 진료소 가운데 하나”라고 전했다.
누 따웅 수녀는 “경증 부상자들을 치료하고는 있지만 나머지 부상자들에 대해서는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죽기까지 한다”면서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다.
그렇지만 이러한 고난 가운데서도 우리는 오늘 희망의 징표를 보았다. 부상을 입고 진료소에 입원한 임산부가 아이를 출산한 것이다.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 우리 수도회도 타격을 받을 수도 있지만 우리는 문을 닫지 않을 것이다. 다친 사람을 치료하고, 고통 받는 사람을 위로하며, 모든 인간 생명을 보호하는 우리의 사명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교황이 우리 곁에 계시고, 고통 받는 우리 민족 옆에 계신다. - 누 따웅 수녀의 말 중에서
16일에는 양곤 만달레이의 성모발현 성요셉 수도회(St. Joseph of the Apparition) 여자 수도자들이 평화 시위에 나서는 청년들에게 식량을 지원하고, 비폭력의 가치를 강조하며 “이들의 꿈과 미래가 사라지지 않도록” 위로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다.
성모발현 성요셉 수도회 수녀들은 시위 가운데 사망한 이들의 가정을 위해서 금전적 지원과 함께 의류, 식량 등을 지원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3월 18일자 교황청 공보 < L’Osservatore Romano >는 세계식량계획(WFP)를 인용하여 “최근 유혈 사태에 이어 이번에는 기근이 찾아왔다”며 “지난 2월 1일부터 군부가 권력을 잡고 있는 미얀마에서는 정치·제도적 위기가 시장과 식량공급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물가의 폭발적인 상승의 효과가 취약 계층에게 느껴지기 시작했다”고 경고했다.
세계식량계획은 지난 16일 식량 가격과 석유 가격이 상승하면서 취약 계층에게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식량계획에 따르면 군부 쿠데타가 시작된 2월 1일 이후로 쿠데타가 주로 벌어지고 있는 양곤의 근교 지역에서는 팜유 소매가가 20%가 상승했다. 쌀값 역시 양곤과 만달레이에서 4%가 상승했다.
미얀마 전반적으로는 쌀값이 1월 중순과 2월 중순 사이에 평균 3% 상승했다. 카친 주의 바모(Bhamo) 또는 푸타오(Putao)와 같은 일부 마을에서는 20-35%까지 쌀값이 폭등했다.
라카인 주 북부에서는 1-2월 사이에 식용유 소매가가 평균 27%나 상승했다. 라카인 주 마웅도 마을에서는 콩값이 15% 상승했다. 라카인 주 중부에서도 식용유 가격이 11%나 상승했고 미얀마 남부 해안 지역인 타닌타이에서도 식용유 가격이 14% 상승했다.
2월 1일 이후로 미얀마 전반에서 기름 값도 15%나 상승했다, 리카인 주 북부에서는 휘발유 값이 33%, 경유 값이 29% 상승했다.
세계식량계획 미얀마 지부장 스테판 앤더슨(Stephen Anderson)은 “이러한 초기 신호들은 이미 한끼 한끼 연명해가고 있던 취약 계층에게 당황스러운 소식”이라며 “코로나19 팬데믹에 더해 이러한 가격 추세가 계속되면 취약계층은 식탁에 충분한 음식을 차리기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앞서 지난 14일에는 미얀마 가톨릭주교회의(CBCM)가 찰스 마웅 보(Charles Maung Bo) 추기경 명의로 다시 한 번 성명서를 발표하고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Pietro Parolin) 추기경이 미얀마에 보낸 서한의 내용을 공개했다.
미얀마의 모든 당사자들이 평화를 추구하기를 간구한다. 살육은 완전히 중단되어야 한다. 지금 흐르는 피는 적의 피가 아닌 우리 형제자매, 우리 시민들의 피다. 모든 살육을 멈추라. 폭력을 중단하다. 잔혹함의 길을 버려라.
미얀마 주교회의는 이 같이 강조하며 “파롤린 추기경께서는 미얀마 교회가 교황의 우려와 미얀마에 대한 사랑을 전달해줄 것을 청하셨다”고 말했다.
미얀마 주교회의는 파롤린 추기경이 이 메시지를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윈 민트 연방정부 대통령을 비롯해 현재 미얀마 군부 실권자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과 모든 미얀마 종교지도자 및 시민사회 지도자들과 청년들에게 전달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미얀마 군부의 시민 진압은 집안에 머무는 시민들까지 조준사격하여 살해하는 일까지 벌어지면서 그 정도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중국이 자국민 보호를 요청하자 이에 호응하여 미얀마 군부가 중국 자본이 투입된 의류봉제 공장들이 밀집해있는 양곤 흘라잉타야 일대에 계엄령을 선포했다.
유엔 인권사무소(OHCHR)에 따르면 16일을 기준으로 최소 149명이 사망했다. 이번 월요일에만 11명이 사망했고, 계엄령이 선포된 지난 주말 이틀동안 에만 57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취재 중인 기자와 언론사 대표를 폭행하고 불법으로 체포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드러났다. 보도에 따르면 쿠데타 이후로 39명의 기자가 체포되었다.
게다가 < The Standard Time Daily >, < The Myanmar Times >, < The Voice Daily >, < 7Day News >, < Daily Eleven > 등 주요 미얀마 중앙지들이 군부에 의해 발간 중단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