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Vatican Media)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종직(복사)·독서직과 같은 직무에 이어 ‘교리교사’를 하나의 직무(ministry)⑴으로 만든다.

교황청 공보실에 따르면 오는 11일 오전 새 자의교서⑵ 「유서 깊은 직무」(Antiquum ministerium)이 발표되며 교리교사라는 직무가 신설된다. 자의교서 제목에서 보듯, 이번 직무 신설은 교리교사의 중요성과 더불어 그 역할이 평신도에게 주어져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교황청 새복음화촉진평의회 의장 리노 피시켈라(Rino Fisichella) 대주교와 동 평의회 산하 교리부 대표 프란츠-페터 테바르츠-판 엘스트(Franz-Peter Tebartz-van Elst) 대주교가 참석한다.

교황청 홍보매체 < Vatican News >는 이번 자의교서에 대해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바랬던 평신도의 복음화적 측면을 발전시켜 교리교사 직무를 공식적으로 정립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결정에 미국 가톨릭 매체 < NCR >은 “교리교사가 공식적으로 교회 직무를 가졌다고 인정해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결정은 교회 구조에서 평신도들이 수행하는 여러 역할을 더욱 폭넓게 인정해줄 것을 요구했던 2019년 아마존 시노드에 대한 응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렇게 이미 실질적으로 교회 생활의 전반을 책임져 온 평신도들의 역할을 인정해주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부터다. 당시 바오로 6세는 자의교서 「일부 직무」(Ministeria Quaedam)에서 시종직과 독서직을 더 이상 성직자가 되기 위한 과정의 일부였던 '소품'이 아니라 "전례 거행의 질서 안에서 교회가 다양한 계층과 직무들로 구성되어 있음을 분명히 드러내도록" 하기 위해 평신도가 참여할 수 있는 직무로 전환했다.

교회법은 교리교사를 "합당하게 교육받고 그리스도교인 생활에 뛰어난 평신도"(785조)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8년 제2차 국제 교리교육 컨퍼런스 참가자들에게 “(교리교사는) 하느님의 말씀에 봉사해온 사람”이라고 표현하며 “여러분의 소명이 점차 그리스도교 공동체 안에서 실현되며 교회의 진정한 직무로 인정받는 봉사의 형태가 되어가기를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해 6월 23년 만에 새로 발표한 「교리교육총지침」에 따르면 평신도들이 담당하는 교리사교사 직무는 "세례성사에서 비롯되며, 견진성사로 강화되며 이 성사들은 평신도가 그리스도의 성직, 예언직, 왕직을 수행하는 방식"이라며 "사도직에 관한 공통의 소명과 더불어 일부 신자들은 더욱 조화롭고 체계를 갖춘 교리교육을 위해 그리스도교 공동체 안에서 교리교사의 역할을 수행하라는 부르심을 받았다고 느끼기도 한다. 개인이 느끼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 부르심과 그분과의 관계야 말로 교리교사의 진정한 원동력이 된다"고 설명한다. 

교리교육은 1529년경 종교개혁(Reformation)을 대표하는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가 창시했다고 여겨진다. 

가톨릭교회에서는 교리교육(catechesis)이 그 이후인 트리엔트 공의회(1566) 때 의무로 정립되었다. 기성 종교로서 가톨릭교회의 많은 폐단들이 비판받은 이후에 개최된 공의회였기 때문에 당시 교황이었던 비오 5세는 가톨릭교회의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한 여러 조치들을 마련했다.

이와 더불어, 중세 유럽에서 태동한 교리교육은 본당별로 마련한 소학교의 설립으로 이어졌는데, 이는 귀족이 아닌 평민들을 대상으로 한 기관으로서의 학교가 탄생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1) 직무 : 가톨릭교회에서 말하는 직무란 교회 내에서 평신도, 수도자, 성직자와 같은 교회 구성원들이 각자 수행하는 역할을 일컫는다. 가톨릭교회에서 평신도가 수행할 수 있는 직무로는 미사의 진행과 예식을 지원하는 말씀의 전례 가운데 독서를 낭독하는 독서직과 성직자와 함께 전례를 수행하는 시종직이 있다.

 

(2) 자의교서 : 교황이 자신의 권한으로 내린 결정을 반포하는 문서다. 교황이 발표하는 문서는 중요도와 작성 형식에 따라 구분되는데, 자의교서는 교황령·교황권고·교황회칙 등과 달리 교황의 의지가 더욱 반영된 문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