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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부족사태에 필요한 해법 - [이신부의 세·빛] 전환기의 직무윤리
  • 이기우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22-02-03 10:58:06
  • 수정 2022-02-03 10:5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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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4주간 목요일(2022.2.3.) : 1열왕 2,1-12; 마르 6,7-13

 

오늘 복음에서는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에게 사도 훈련을 시키고자 여러 지방으로 파견하시며 당신께서 하시던 직무를 위임하시는 장면을 소개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아직 공생활의 초기인데도 일찌감치 제자들을 열두 명이나 불러서 사도 훈련을 시킨 후에 둘씩 짝지어 지방으로 파견해서 성령의 이끄심을 따라서만 살고 일하는 체험을 시키셨습니다. 


이때 당신이 살고 일하던 원칙과 방식을 처음으로 밝히셨는데, 이것이 제자들이 파견되어 지켜야 할 수칙이었습니다. 즉, 가난하게 살면서 ‘이스라엘의 길 잃은 양’ 같은 가난한 이들을 찾아가되, 그들로부터 마귀를 쫓아내어 주고 병을 고쳐주라는 것이었습니다. 청빈의 생활양식을 기본으로 가난한 이들과 연대하되 사회악에 맞서고 공동선에 투신하라는 뜻입니다. 


이는 사도직과 선교활동이 기본적으로 청빈해야 함을 뜻하는 것인 한편, 그렇게만 해도 도처에 흩어져 살고 있는 토박이 지지자들이 얼마든지 넉넉하게 제자들을 맞아들이고 도와줄 것임을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과연 제자들은 얼마간 활동하면서도 또 다른 제자들을 예순 명이나 더 모아서 두 번째 파견 때에는 모두 일흔 두 명의 제자들을 파견할 수 있을 정도로 열심하고 왕성하게 복음을 선포했습니다(루카 10,1-12). 


말하자면 첫 번째 파견활동의 성과로 성소자를 다섯 배나 더 늘린 것이지요. 이렇게 하여 예수님의 복음 선포 활동은 대를 이어 지속될 수 있게 되었고, 이것이 당신께서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고 나서도 초대교회가 세워져서 하느님 나라의 복음이 지속적으로 선포될 수 있게 하는 기반이 되어 주었습니다. 


또한 오늘 독서에서는 직무전환기의 이 파견윤리와 수칙의 배경이 될 만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40년 동안 왕위에 앉아 이스라엘 왕국을 다스리면서 국권을 튼튼히 한 다윗이 밧세바에게서 낳은 아들 솔로몬에게 왕위를 물려주는 장면을 소개하였습니다. 예수님의 복음 선포 활동은 사도가 된 제자들에 의해 무난히 계승되었으나, 다윗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사울로부터 왕위를 물려받을 때 엄청난 고초를 겪어야 했고, 또 압살롬의 반란도 겪었던지라 왕위를 내정해 놓은 왕자에게 무사히 물려주는 일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고도 위험한 일이었습니다. 


흔히 직무가 다음 세대와 후계자들에게 넘어가는 전환기는 자칫하면 직무가 단절되거나 축소 내지 왜곡될 수 있는 위험이 상존합니다. 그래서 이런 때에는 특별한 윤리와 이에 따른 수칙이 필요해집니다. 


다윗의 치세에 이스라엘 왕국은 강성해졌습니다. 비록 부하의 아내를 빼앗고 무죄한 부하까지 죽이는 악행을 저지르기는 했으나, 그 후에는 죄를 뉘우치고 더욱 조심하여 임금의 역할에 충실한 결과 내치에서 안정을 이루었고 주변 민족들을 물리쳐서 외치에서도 국력을 크게 키워놓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말년의 다윗은 솔로몬에게, “주 네 하느님의 명령을 지켜 그분의 길을 걸으며, 또 모세 법에 기록된 대로 하느님의 규정과 계명, 법규와 증언을 지켜야 한다”는, 다분히 자기반성적이고 신앙고백적인 유언을 남겼습니다. 그 덕분에 후계자 솔로몬은 하느님께 청해 받은 지혜로 이스라엘 왕국을 다스릴 수 있게 되어 더욱 부강한 나라로 번영시켰습니다. 


여기에 다윗이 국가를 잘 다스렸을 뿐만 아니라 솔로몬 치세에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한 비결을 알게 해 주는 다윗의 노래가 있습니다.


“주여 나를 지켜 주소서, 당신께 피신하는 이 몸이오이다

야훼께 아뢰오니, ‘당신은 나의 주님, 내 좋은 것 당신밖에 또 없나이다’

주께서는 그 땅에 있는 성도들에게로, 내 마음이 쏠리게 하셨나이다

다른 나라 신들을 붙좇는 자는, 저희들 고생을 더할 따름이오나 ―

나만은 그들처럼 피의 전제를 아니 올리리이다, 

신들의 이름을 입에 아니 올리리이다

주님은 나의 기업, 내 잔의 몫이시니, 내 제비는 오로지 당신께 있나이다

측량줄 내려져서 좋은 땅이 내 몫이니, 내 기업 흐벅지게 마음에 드나이다

깨달음을 내게 주신 야훼님을 기리오니, 밤에도 이 마음이 나를 일깨우나이다

주님을 언제나 내 앞에 모시오니, 내 오른편에 계시옵기, 흔들리지 않으오리다

그러기에 내 마음 즐겁고, 영혼은 봄놀고, 육신마저 편안히 쉬오리니

내 영혼을 지옥에다 버리지 않으시리이다, 썩도록 당신 성도를 아니 버려 두시리다

당신은 나에게 생명의 길을 가르치시어 당신을 모시고 흐뭇할 기꺼움을

당신 오른편에서 영원히 누릴 즐거움을 보여 주시리이다”(시편 16,1-11).


이렇게 다윗은 죄를 저지른 후에 깊이 뉘우치고 보속하는 마음으로 하느님의 길에서 더욱 거룩하게 살고자 몇 배 더 애를 썼습니다. 이는 예수님의 예형이었는 바, 그분께서는 당신 목숨을 바치시면서까지 충실하셨고, 그 비결을 파견윤리와 수칙으로 가르치셨던 것입니다, 청빈의 생활양식과 가난한 이들과 연대하기, 그리고 사회악에 맞서며 공동선에 투신하기. 직무전환기는 물론 냉담자 증가 및 성소부족사태에 필요한 해법입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



[필진정보]
이기우 (사도요한) :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명동성당 보좌신부를 3년 지내고 이후 16년간 빈민사목 현장에서 활동했다. 저서로는 믿나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행복하여라』 등이 있으며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발간한 『간추리 사회교리』를 일반신자들이 읽기 쉽게 다시 쓴 책 『세상의 빛』으로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현재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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